오사카-교토 여행 중 반나절 짬을 내 방문한 야마자키 증류소(山崎 蒸溜所). 산토리 양조장 방문과 함께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일정이었다.
딱 오사카와 교토역 중간에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오사카시에 포함된다.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JR 야마자키(山崎) 역이나 한큐 교토센 오야마자키(大山崎) 역을 이용하면 된다. 역에서 도보로 10~15분 정도 거리에 증류소가 있다.
교토가와라마치(京都河原町) 역에서 옛날 서울 지하철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기차를 타고 오야마자키역으로.
정말 작은 시골 역이라 별 게 없다.
하지만 역사를 나서자마자 야마자키 증류소 가는 길 안내 간판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어 있다. 길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구글 맵에 의존하지 않아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골목을 꺾자마자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야마자키 증류소.
철도 건널목 건너편에 야마자키 증류소가 있다.
증류소 쪽에서 건널목 쪽을 바라본 풍경. 할 일을 다한 커다란 증류기가 장식물로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있다.
주유소 정문 안내소에는 이미 10시 투어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무료 관람 줄이 더 길었다는 게 신기했다. 왜냐면 이날 증류소 내부 관람과 테이스팅이 포함된 가이드 투어를 예약하려고 예약 시작일에 시간을 맞춰 들어갔었는데, 예약에 실패했었기 때문.
여기가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 공식 홈페이지의 예약 사이트인데, 정말 시작하자마자 1분도 안 돼서 매진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당일 해당 시간대에 유료 투어를 등록하는 사람은 딱 세 명뿐... 설마 회차 당 3명짜리 투어는 아니었을 텐데. 그래서 당일에 방문해서 유료 투어 가능 여부를 문의해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있었나 보다.
어쨌거나 무료 관람도 나쁘지 않았다. 실제 증류기와 숙성 창고를 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일반 전시실에도 볼거리는 많았고 위스키는 테이스팅 룸에서 원하는 걸 골라서 별도로 맛볼 수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12시 15분에 근처에 있는 산토리 브루어리 투어도 예약해 놓았었기 때문에... 무료 관람을 한 것이 어찌 보면 신의 한 수였달까.
야마자키 증류소 간판을 보며 약간 경사진 언덕길을 올라갔다. 이쪽이 관람로인 줄 알고 올라간 건데, 알고 보니 아니었음;;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스피릿 스틸이 하나 더 보인다.
우리나라도 얼른 위스키 증류소가 커져서 이렇게 1세대 증류기들이 은퇴하는 날이 오길. 김창수, 쓰리 소사이어티 파이팅!
그런데 올라가다 보니 요런 신사가 나왔다. 와, 얘네는 공장 안에도 신사를 지어 놓는구나;;; 그런데 왼쪽 길도, 오른쪽 길도 일반 관광객을 위한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방문객용 센터는 아래에 있다고;;;
그래서 다시 길을 내려가 보니 바로 안내소 맞은편이 관광객을 위한 위스키 라이브러리(Whisky Library)였다. 자랑스러운 'SINCE 1923' 문구. 이제 내년이면 100주년이 되는 거다. 아마 스페셜 에디션이 출시되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그 가격은 얼마나 될지...
이날은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즐기기 좋았다. 사람이 많더라도 교토-오사카 여행을 온다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인 건 확실한 것 같다.
입장하니 요렇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벽면에는 창업자 토리이 신지로(鳥井 信治郎)와 옛 증류소 사진. 그는 1923년 증류소를 설립하고 1924년에는 일본 최초로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유학을 한 다케츠루 마사타카(竹鶴 政孝)를 기용해 야마자키 증류소를 넘어 일본 위스키의 기틀을 다졌다. 한국에는 다케츠루 마사타카가 훨씬 유명하지만, 그에게 판을 깔아 준 사람은 토리이 신지로였던 셈.
어쨌거나 다케츠루 마사타카는 딱 10년을 근무한 후 1934년 증류소를 떠나 같은 해에 홋카이도에 자신의 증류소를 세우는데, 그것이 현재의 닛카 증류소(Nikka Whisky Distilling). 헤어질 때 안 좋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현재 경쟁 증류소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케츠루 마사타카에 대한 설명이나 사진은 증류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2층에 올라가 왼쪽으로 들어서면 야마자키 위스키 보틀과 함께 보이는 3명의 인물 사진.
마스터 블렌더의 계보를 잇는 3인으로 토리이 신지로, 사지 케이조(佐治 敬三), 토리이 신고(鳥井 信吾)다. 토리이 신고는 현재도 마스터 블렌더로 재직 중인 듯.
하지만 방문객에게 주인공은 역시, 야마자키 위스키.
현재 야마자키 위스키의 오피셜 라인업인 4가지 위스키의 풍미를 이미지로 표현해 놓았다.
- NAS: 딸기, 체리, 시나몬
- 12년: 마말레이드(크림 브륄레?), 복숭아, 코코넛, 스위트 바닐라
- 18년: 딸기잼, 살구, 베이크드 푸딩(크림 브륄레?), 말린 완숙 과일
- 25년: 코코아, 토스트, 아몬드, 말린 베리류
일본의 오리지널 캐스크에 사용하는 미즈나라(ミズナラ). 대략 졸참나무라고 번역하는 일본산 참나무인데, 다른 참나무에 비해 수분 함량이 많고 다공성이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특유의 풍미를 내기 때문에 점차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으며, 한국에서 유명한 시바스 리갈(Chivas Regal)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나 글렌알라키(GlenAllachie) 등도 미즈나라 오크를 피니시 용도로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보틀 디자인. 로고나 레이블 등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일본 특유의 감성을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상당히 부러운 부분.
한국 위스키도 이런 부분은 벤치마킹 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은 품질과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시중에 한국 위스키의 지분을 먼저 늘려야 할 시기이지만.
수상 실적. 뭐 굳이 따지지 않아도 이미 산토리의 위스키들은 세계 최정상급이 되었다. 비싼 가격에도 구하기 힘든 위스키가 되었으니까.
일본 위스키 외에도 해외의 증류소들을 매입해 이미 '빔 산토리(Beam Suntory)'라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도 했고.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짐 빔(Jim Beam),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같은 버번 위스키나 라프로익(Laphroaig), 보모어(Bowmore), 오큰토션(Auchentoshan) 같은 스카치 위스키도 빔 산토리 소유다.
그들의 5대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 야마자키, 라프로익, 짐 빔, 캐나디안 클럽(Canadian Club), 그리고 아일리시 위스키 쿨리(Cooley).
한쪽에는 블렌디드 위스키인 히비키(響)가 전시돼 있다.
한 20년 전만 해도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지인들이 심심찮게 들고 오던 위스키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야마자키의 떡상과 함께 동반 상승해 버려서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다. 빈 병인 디캔터만 해도 상당한 고가로 거래되는 듯.
전시관을 지나면 기념품 판매소가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산토리 매실주. 몰트 위스키를 블렌딩 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는데, 다른 안내문에는 야마자키 위스키 숙성 통에 숙성했다는 얘기도 있다.
요것도 맛있다는 소문이 많았지만, 국내 반입 면세 한도는 인당 2병이 최대이므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수밖에.
한쪽에는 야마자키 로고 글라스와 함께 짐빔과 메막을 팔고 있다. 여기까지 와서 저걸 사가는 사람은 바보...
각종 기념품들. 쟁반이 살짝 땡겼지만, 못 먹는 건 사지 않는다ㅋㅋㅋ
메모홀더도 귀여웠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야마자키와 글라스 메이커가 협업해 만든 고오급 글라스.
요건 정말 예뻤는데, 가격이 안 예뻤다.
요거랑,
요것도 예뻤지만 저 가격 주고 사고 싶지는 않았던.
요건 딱 내 취향의 하이볼 글라스. 하지만 브랜드가 적힌 글라스는 웬만해선 사지 않기로 했으므로.
진정한 술꾼들을 위한 힙 플라스크와 휴대용 스테인리스 샷 글라스.
예쁜 쓰레기다... 사더라도 1번 정도 사용하고 처박아 놓을 듯. 캠핑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들도 아마 원 보틀을 들고 가겠지;;;
스테인리스 샷 글라스는 요런 가죽 케이스도 준다. 역시 낚시나 캠핑 아이템.
선토리에서 생산하는 다른 위스키들. 왼쪽의 가쿠빈은 일본 내에서는 정말 싸다. 그렇다고 저걸 사 올 수는 없는 노릇 ㅋ
사실 정말 땡겼던 건 요 녀석이다. 2001년 2월쯤 일본 여행을 할 때 일본으로 떠나는 배 안에서 마셨던 위스키였기 때문. 배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팔던 50ml짜리 미니어처 위스키였는데, 독특한 병 모양 때문에 명확히 기억한다. 가격은 150엔이었던가... 상당히 맛있어서 한국 올 때 몇 병 더 뽑아서 왔던 걸로 기억한다. 병 수 제한만 없었다면 한 병 샀을 지도.
글라스는 취향에 따라 구매할 만하다. 특히 가운데 테이스팅 글라스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듯.
그리고 야마자키 위스키에 사용하는 자연수를 사용해 만든 탄산수도 판다.
나중에 마셔봤는데 탄산감도 세고 시원해서 좋던데. 일본 여행 초반에 증류소에 들른다면 몇 병 사서 여행 내내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식 타월... 기념품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리지널 초콜릿.
야마자키 위스키 세트는 두 종류가 있다.
야마자키의 공식 쇼핑백에 야마자키 NAS 180ml와 글라스를 담아 주는 세트. 가격은 2,165엔. 한국 돈으로 약 2만 원 정도니까 상당히 저렴한 편. 시중에서 야마자키 NAS 700ml 보틀을 19,250엔에 파는 걸 봤는데, 180ml가 글라스 값 570엔, 봉투 값 220엔 빼고 나면 1,375엔이니 정말 엄청나게 싼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요건 위스키 180ml + 초콜릿 세트. 2,355원이다. 초콜릿이 950엔이니 요건 위스키 값이 1,405원인 셈. (왜 가격이 다른 거죠?)
얼마 전까진 증류소에서 야마자키 700ml 보틀을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물량이 부족해서인지 큰 보틀은 팔지 않는다. 그나마 요 180ml 보틀조차 세트 상품으로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정말, 높아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그래도 이거나마 살 수 있는 게 다행인 걸까 ㅎㅎㅎ
배지 같은 요런 소품들도 참 귀여웠는데, 결국 어딘가에 처박히게 될 운명이라 구매 포기.
기념품 샵 밖으로 나가면 1층과 통하는 공간과 함께 위스키 제조 공정을 설명한 구조물과 사진들이 진열돼 있다.
위스키 제조 공정이야 책과 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접한 내용이고,
나의 관심은 역시,
1층의 위스키 테이스팅 부스!
이미 부스에는 사람이... 그럼 그렇지.
그래도 부스로 가기 전에 이것저것 형식적으로라도 둘러봐야지.
오크통 제작에 쓰이는 도구들과 오크통을 분해한 패널들.
다양한 오크의 종류와 대표적인 토스팅 레벨을 알 수 있는 전시물.
증류기 사진.
그리고 세계의 위스키들. 산토리가 소유한 것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위스키도 함께 진열해 놓은 것 같았다.
1층으로 내려오니 다양한 위스키들을 진열해 놓은 복도가 나를 압도한다. 와... 하나씩 천천히 시음해 보고 싶다.
1층에도 위스키 숙성통 분해도가 걸려 있다.
그리고 그 옆의 커다란 캐스크 안에 진열돼 있는,
귀여운 숙성통 미니어처들. 그런데 그 옆으로 복도가 있어서 들어가 보니,
또 다른 전시실이 나왔다.
오호라, SMWS에서 야마자키도 출시를 했었구나...
이외에 시대 별로 산토리의 다양한 위스키들이 전시돼 있었고,
아마도 토리이 신지로 씨의 테이스팅 사진과 다양한 컬러의 위스키 샘플이 진열돼 있었다.
초기 위스키들.
역시나 눈길을 끄는 올드 보틀. 참 정감 있게 생겼다... 언젠가 꼭 한 병 사봐야지ㅎㅎㅎ
그리고 시로후다(白札)라고 불리는 최초의 일본 위스키. 요런 레이블이 레트로 갬성으로 재출시되면 아마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hoxy 내년에 증류소 설립 100주년 기념으로 출시되는 거 아닐까??
요건 위스키가 아니라 포트 와인(port wine)이다. 포스터의 누님은 당시 취향의 미녀인 걸까-_-;; 약간이 아니라 대놓고 성적인 요소도 담은 것 같은데.
위스키를 만들기 전 창립 초기에는 (아마도 자금 확보를 위해) 빠르게 판매할 수 있는 다른 주류나 음료를 만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다케츠루가 설립하는 닛카 또한 처음엔 과일 주스 등을 팔았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테이스팅 부스로... 1층에 내려오기 전부터 마음은 이미 저곳에 있었지.
시음 위스키 리스트와 가격. 전반적으로 합리적이다 못해 저렴한 가격이다. 15ml 기준 엔간한 건 전부 1,000엔 언더로 맛볼 수 있다. 야마자키 25년 숙성만 3,700원엔. 물론 저 가격도 시중가에 비하면 매우 싼 거다. 저것만 3잔 받아서 바이알에 담아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물론 선토리 위스키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나는 일단 고숙성 위스키들을 맛볼 수 있는 세트를 골랐다. 세트라고 특별히 할인해 주는 것은 아니니 그냥 관심 있는 고숙성만 골라 마시고 다른 것을 맛보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다음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야마자키 25년'과 '12년 미즈나라 숙성 원주'를 시음할 것 같다. 한 가지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고.
참고로 테이스팅은 인당 3잔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내가 선택한 3종. 히비키 21년은 마지막 잔이었다.
먼저 주문한 병을 쭉 꺼내 보여준 후 그에 맞게 테이스팅 글라스를 꺼내 차례로 따라 준다.
따른 보틀은 잔과 함께 진열해 주어 사진 찍기가 좋았다. 어찌 보면 요 매뉴얼 또한 고객을 배려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쿠슈 18년(The Hakushu aged 18 years).
그리고 히비키 21년(Hibiki 21 years old)까지. 히비키는 빈 병을 빼고 새 보틀을 진열해 주셨다. 이 역시 배려가 느껴지는...
수고해 주신 바텐더님께 감사를.
방문객이 목에 걸도록 되어 있는 방문증은 나중에 코스터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는 코스터를 잘 안 쓰는 편이지만, 요건 기념으로 가지고 있을 듯.
시음 중에는 떠들지 말라는 정중한 요청. 그럼, 이렇게 좋은 위스키를 마시는데 떠들면 안 되지.
가장 고숙성이지만 블렌디드 위스키인 히비키부터 하쿠슈, 야마자키 순으로 시음. 결과적으로 적절한 시음순서였다. 선호도는 야마자키 18년 >> 히비키 21년 > 하쿠슈 18년 순이지만 셋 다 마음에는 들었다.
Hibiki(響) 21 years old Suntory Whisky / 히비키 21년 선토리 위스키
짙은 골드 컬러. 에나멜 같은 인상이 살짝 스친 후 후지 사과, 말린 살구, 꿀 등 달콤한 향이 두드러지며 톡 쏘는 스파이스가 임팩트를 더한다. 입에서는 달콤한 인상과 함께 오렌지 마말레이드 같이 아주 살짝 떫은 힌트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원만한 느낌을 주는 위스키다. 한 마디로 우아하고 농밀한 위스키.
The Hakushu(白州) Single Malt Japanese Whisky aged 18 years / 하쿠슈 18년
짙으면서도 밝은 골드 컬러인데, 히비키보다 살짝 더 밝은 느낌. 청사과, 서양배 등 달콤하면서도 가볍고 상쾌한 과일향이 드러난다. 입에 넣으니 비로소 드러나는 스모키 뉘앙스와 피트 힌트, 그리고 청량한 허브. 바디 또한 풍미 요소와 궤를 같이해 묵직하지 않고 가벼운 편이다. 은은히 드러나는 베이컨 향에 곁들여지는 피니시의 스파이스는 산뜻하고 가벼운 인상을 남긴다. 한 마디로 밝고 가볍고 청량한 위스키. 푸른색 보틀이 잘 어울린다.
The Yamazaki(山崎) Single Malt Japanese Whisky aged 18 years / 야마자키 18년
붉은 기운이 살짝 도는 듯한 브라운 앰버 골드 컬러. 오미자 같은 붉은 베리 풍미에 매콤 스파이스가 더해져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 입에서는 황도 풍미와 함께 설탕 바른 젤리 같은 달콤함이 느껴지는데, 부드러운 첫인상 뒤로 가벼운 피티함과 함께 강렬한 피니시를 남긴다. 그리고 나중엔 다시 바닐라 같은 향긋함이 감돌며, 다 마신 후의 잔향은 아카시아 꿀 같이 부드럽고 달콤하다. 한 마디로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위스키. 현재의 가격이 희소성에 의한 인플레이션임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위스키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후배가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면세점 이벤트에 당첨되어 야마자키 18년 두 병을 병당 5만 엔에 구입했다던데, 정말 횡재라는 게 온몸으로 실감되던.
위스키를 테이스팅 하며 바라본 풍경 또한 참으로 아름다웠다는.
시음을 마지막으로 기념품을 사고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두 명의 동상.
설립자이자 1대 마스터 디스틸러인 토리이 신지로와 2대 마스터 디스틸러 사지 케이조의 동상이었다.
이렇게 역사가 된 사람들이라니... 멋지다.
전리품들. 위스키 한 병은 아마 제법 오랫동안 마시지 않고 간직하지 않을까 싶네.
20221221 @ 야마자키 증류소(오사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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