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도움으로 구입한 글렌모렌지 19년(Glenmorangie aged 19 years). 지인이 와이프와 제주 여행 중에 자신은 한 병만 사겠다며 와이프의 면세 몫을 나에게 양보했다. 갑자기 생긴 제주 특사 찬스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녀석이 바로 요 녀석이다.
정확한 이름은 글렌모렌지 19년 파이니스트 리저브(Glenmorangie aged 19 years Finest Reserve).
사실 오래전부터 살까 말까 고민했던 녀석인데, 이제야 산 이유는 뭔가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20년에 가까운 고숙성 위스키 치고는 가격이 넘나 저렴한 편이었고, 검색해 보면 시음기도 별로 안 나왔기 때문에. 그렇다 보니 개인적으로 구매할 땐 계속 다른 위스키들에게 밀렸지만, 항상 재고가 있는 위스키고 가격도 너무 고가가 아니다 보니 특사에게 부탁하기 딱 좋은 위스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제주 JDC면세점에서 144$에 팔고 있는데,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10% 할인을 받아 129.6$에 살 수 있다. 원화로 약 16.5만 원 정도. 요즘 위스키 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19년 숙성이 이 정도 가격이면 상당히 저렴해 보인다. 감히 가성비 위스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물론, 2~3년 전만 해도 10만 원 전후였다는 건 함정-_-;;;
면세점 위스키 중 가장 추천하는 것 중 하나인 시그넷(Signet) 또한 글렌모렌지에서 만든 것.
글렌모렌지는 1843년 윌리엄 매더슨(William Matheson)이라는 사람이 설립했다. 하지만 밀주 등을 생산하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역사는 16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글렌모렌지는 게일어로 고요의 계곡(valley of calm)이라는 뜻인데, 그 이름에 걸맞게 '네스호의 괴물(네시)'로 유명한 인버네스(Inverness) 북쪽에 있다. 정확한 위치는 로스셔(Ross-Shire)의 테인(Tain). 지역으로 구분하면 하일랜드 위스키(Highland Single Malt Scotch Whisky)가 된다.
증류소에서 이용하는 물은 탈로지(Tarlogie)라는 샘(호수?)에서 조달하는데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높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보통 위스키에는 미네랄 함량이 적은 연수를 사용하는데 글렌모렌지는 경수를 사용하는 셈. 또한 글렌모렌지는 스코틀랜드 증류소 중 가장 목이 긴 증류기를 사용한다. 목이 긴 만큼 구리의 영향 또한 많이 받아 잡미가 적고 가볍게 떠오르는 성분만 최종 결과물에 남아 섬세한 스타일의 원액이 만들어진다. 증류기의 넥(neck)의 길이는 5.14m에 달하는데 이는 가볍고 깨끗한 글렌모렌지의 특징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2005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에 인수됐는데, 이때 '스코틀랜드의 자존심이 팔렸다'는 한탄도 있었다고.
글렌모렌지 19년은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로 만든 고품질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하는데, 사용하는 오크는 특별히 글렌모렌지 숙성용 오크통 제작을 위해 특별히 식재한 나무로부터 온다.
오픈하는 손잡이(?)에도 로고를 박아 넣었다. 글렌모렌지의 고급진 디테일은 정말...
오픈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 'FINEST RESERVE'.
그리고 뚜껑 안쪽에 쓰여 있는 공식적인 테이스팅 노트.
- 아로마: 신선하며 강렬한 민트와 유칼립투스 향과 캔디, 복숭아, 바닐라 향기. 물을 몇 방울 넣으면 향긋한 꽃향과 꿀 풍미가 드러난다.
- 맛: 바닐라, 톡 쏘는 오렌지, 살구, 사과, 버터 캔디와 멘솔 힌트 등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적이고 크리미 한 맛.
- 피니시: 오크 타닌과 어우러지는 민트 토피, 글렌모렌지 특유의 길게 이어지는 비터스위트 시트러스 프루트의 강렬한 여운.
조금 심플하긴 하지만 보틀 모양과 레이블, 케이스는 역시 예쁘다.
숙성이 긴 만큼 천천히, 여유를 두고 마셔야지. 아마도 50대 이후에? ㅎㅎㅎ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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