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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색다른 크래프트 버번 위스키, 래빗 홀 케이브힐(Rabbit Hole Cavehill)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1. 16.

2023년 계묘년(癸卯年)에 더없이 어울릴 버번.

 

래빗홀 케이브힐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 위스키(Rabbit Hole Cavehill Kentucky Straight Bourbon Whiskry).

 

게다가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 토끼가 그려진 검은 레이블조차도 너무나 절묘하게 어울린다. 

 

래빗홀을 대표하는 버번 위스키다. 알코올 47.5%로 약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줄 것 같다. 버번이니까 용량은 750ml. 

 

 

Rabbit Hole Distillery - Bourbon And Whiskey

One-of-a-kind Bourbon & Rye Whiskeys. Using signature malted grains, each expression is crafted from a different recipe and enters the barrel at a lower proof to preserve flavor. Then matured in toasted & charred barrels - harvested in small batches of no

www.rabbitholedistillery.com

래빗홀 증류소는 카베 자마니안(Kaveh Zamanian)이 버번의 고향 켄터키에서 가장 큰 도시 루이빌(Louisville)에 설립한 크래프트 증류소다. 원래 심리학자였던 그는 루이빌 출신 아내 덕분에 버번 위스키와 사랑에 빠졌고, 래빗홀 증류소를 세우게 되었다고.

 

사실 원래 있던 증류소를 매입하거나 심지어 위스키만 사서 브랜딩만 해서 판매하는 쉬운 방법도 있지만, 그는 금주법시대 이전 루이빌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곡물 비율로 개성 있는 버번을 만들던 증류사들의 전철을 밟기로 결심했다. 그는 독특한 매시빌(mashbill)을 개발하고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소량의 프리미엄 버번만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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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홀 케이브힐 버번의 매시빌은 네 가지 곡물로 구성된다. 옥수수 70%에 밀 맥아, 보리 맥아, 허니 맥아를 각각 10%씩 사용했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허니 맥아(honey malted barley). 주로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맥아로, 이름처럼 꿀 같이 달콤한 풍미를 더해 준다. 이 맥아를 사용하는 버번은 래빗홀 케이브힐이 유일하다고. 

 

매시빌 아래 쓰여 있는 'aged in hand-crafted casks by Kelvin Cooperage'라는 문구 또한 주목할 부분. 래빗홀은 숙성에 저온에서 약 2-30분 동안 천천히 토스팅한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해 위스키에 복합적인 풍미를 부여한다. 또한 오크통에 담는 위스키 원액의 도수를 최대한 낮춰 숙성 중에 오크통의 떫은맛과 씁쓸한 맛이 배어 나오는 것을 최소화한다.

 

한 배치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배럴의 수 또한 15개를 넘지 않는다니,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몰 배치(small batch)라고 할 만하다. 병입 할 때 칠 필터링 또한 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 맛을 볼 차례. T톱이 아주 묵직한 게 마음에 든다.

 

비닐 캡슐을 벗겼는데 안에 비닐 캡슐이 한 겹 더 있다.

 

RFID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철통보안? ㅋㅋㅋ

 

마저 제거하고,

 

먼저 하이볼을 말아 보았다. 원래 첫 잔은 니트로 마시는 게 원칙이지만 주말 점심 메뉴가 돈가스라니, 하이볼이 딱일 것 같아서. 믹서도 선호하는 탄산수가 아닌 진저 에일을 썼다. 낮술이니 조금 달콤한 게 땡겼달까^^;;

 

레몬 한 조각이 아쉽지만, 그래도 위스키 고유의 풍미를 즐기기엔 레몬이 없는 편이 조금 더 나을 것 같다며 애써 위안을...

 

위스키는 30ml만, 믹서와의 비율은 1:3으로, 레몬 주스는 상큼한 맛을 더하는 역할로 5ml 정도만. 

 

위스키를 따를 때부터 우디 계열 향수를 뿌린 것처럼 고혹적인 오크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바닐라 오크라기보다는 진짜 원목 가구 같은 나무 향이랄까. 근데 이게 또 하이볼에 절묘하게 잘 어울려서 이제껏 마셔 본 적 없는 독특한 맛의 하이볼이 되었다. 돈가스와 함께 한 잔을 순식간에 비워버렸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엔 니트로 한 잔. 오랜만에 슈피겔라우 크래프트 버번 글라스를 꺼내 보았다. 

 

30ml를 따랐는데 은은한 브라운 앰버 & 골드 컬러가 딱 내 취향이다. 살짝 코를 대면 진한 오크 풍미에 토스티한 뉘앙스, 말린 오렌지 칩 같은 풍미에 화한 민트 허브와 스파이시함이 더해진다. 입에서는 의외로 드라이한 미감. 일반적인 버번은 유질감과 풍만함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래빗 홀 케이브힐은 탄탄한 골격이 날렵하게 느껴지며 피니시 또한 단정한 게 독특하다. 마셔 본 버번 중에는 가장 색다른 스타일 같다. 

 

온 더 락으로 마시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한 잔 더.

 

그런데 신기한 게, 예의 그 드라이함과 깔끔함이 완화되거나 희석되는 게 아니라 더욱 강조되는 느낌이다. 은은한 사과 향에 더해지는 스파이시함은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오크 풍미와 함께 약간의 얼씨한 뉘앙스가 임팩트 있게 드러난다. 입안에서의 드라이한 인상 또한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

버번이 느끼해서, 달아서 싫다는 분들이 래빗홀 케이브힐을 마시면 어떤 얘기를 할지 궁금하다. 아마 일반적인 버번보다는 훨씬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일반적인 버번 애호가보다는 스카치나 재패니즈 위스키 애호가들이 더 선호할 것 같기도 하다.

 

문득 당분을 더하면 어떨까 궁금해서 급하게 올드 패션드로 변형(?) 해 보았다. 원래 올드 패션드에는 시럽보다 설탕을 쓰는 걸 선호하지만, 이미 마시던 온 더 락을 올드 패션드로 급하게 트리트먼트 하는 거라 카나두 시럽을 사용했다. 시럽은 10ml 정도 넣고 앙고스투라 비터스 2대시, 그리고 위스키도 살짝 보충해 주었다.

  

맛을 보았더니 위스키의 우디함과 스파이시함, 화한 민트 허브가 앙고스투라 비터의 복합적인 풍미와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찰떡궁합을 보인다. 시럽 덕분에 입안에서의 질감은 훨씬 부드러워졌고, 단맛 때문에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간다.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는, 개인적으로 딱 좋아하는 칵테일 기주다.

 

가끔씩 니트라 온 더 락으로도 즐기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칵테일 기주로 자주 사용할 것 같다. 갓파더나 사제락도 만들어 봐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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