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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미국을 대표하는 라이 위스키 브랜드, 제임스 E. 페퍼 "1776" 스트레이트 라이 위스키(James E. Pepper "1776" Straight Rye Whiskey)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1. 30.

제임스 E. 페퍼 "1776" 스트레이트 라이 위스키(James E. Pepper "1776" Straight Rye Whiskey). 잘 모르는 위스키였는데 구매한 이유는 솔직히 레이블과 보틀이 예뻐서였다. 마침 라이 위스키가 필요하기도 했었고.

 

 

James E. Pepper – Bourbon Whiskey Distillery Tours – Lexington, Kentucky

In 2008 the brand was relaunched by whiskey entrepreneur Amir Peay. A decade-long campaign of thorough historical research and collection of historic materials was used to retell the lost story of this iconic American whiskey brand and to distill new stock

jamesepepper.com

그런데 알고 보니 나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브랜드였다. 미국 독립 전쟁이 한창이던 1780년부터 페퍼 가문이 켄터키 주에 증류소를 세우고 1967년까지 위스키를 생산했는데, 그들의 '올드 페퍼(Old Pepper)' 브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위스키 브랜드 중 하나로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페퍼 가문은 켄터키 주 렉싱턴(Lexington)에 두 개의 증류소를 보유했는데 첫째는 현재 우드 포드 리저브 증류소(Woodford Reserve Distillery) 자리에 있는 증류소였고, 두 번째는 제임스 E. 페퍼 증류소(James E. Pepper Distillery)였다. 그중 제임스 E. 페퍼 증류소는 페퍼 가문의 3대이자 위스키 업계의 거물이었던 제임스 E. 페퍼 대령의 이름을 딴 것이다. 

 

출처: https://jamesepepper.com/james-e-pepper

유명한 기수였던 제임스 E. 페퍼 대령은 그의 애마와 함께 미국과 유럽 전역을 돌며 경주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 동시에 그의 위스키가 그려진 화려한 전용 열차를 타고 뉴욕까지 여행하며 그의 위스키를 홍보했는데, 그 와중에 록펠러(John D. Rockefeller),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같은 사람들과 친교를 맺었다고. 또한 그는 이 당시 클래식 칵테일의 대표 격인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를 소개했는데, 이는 루이빌(Louisville) 펜데니스 클럽(Pendennis Club)의 바텐더가 그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만든 칵테일이라고 한다. 

대령은 1890년대 악명 높은 위스키 트러스트(Whiskey Trust)에 반대했고, 자신의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병입 할 수 있도록 켄터키 주의 법을 바꾸기 위해 로비했다. 또한 1897년 제정된 보틀 인 본드(Bottle in Bond) 법의 초석을 마련하는데도 기여하는 등 미국 위스키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버번 위스키 불황의 여파로 1967년 '올드 페퍼' 브랜드는 생산이 중지되었고, 증류소 또한 문을 닫았다. 이후 50여 년이 지난 2008년, 위스키 애호가 아미르 피(Amir Peay)가 10년 이상의 고증을 통해 브랜드를 되살렸고 인디애나 주 로렌스버그 증류소(Lawrenceburg Distillery)와 켄터키 주 바즈타운 버번 컴퍼니(Bardstown Bourbon Co.)와 제휴를 통해 위스키를 생산했다. 2017년, 드디어 제임스 E. 페퍼 증류소를 다시 개장하고 옛 레시피를 되살려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설립연도는 1780년인데, 왜 위스키 이름은 1776일까? 홈페이지에서는 '후손인 제임스 E. 페퍼 대령이 애정을 담아(오묘하게?) 올드 1776으로 불렀다(The brand was fondly called Old '1776')'라고 설명하는데, 의도적인 것인지 그냥 오류인지는 잘 모르겠다. 

 

매시빌은 라이 95%에 맥아 5%. 인디애나의 로렌스버그 증류소에서 생산한 원액을 3-4년 정도 숙성한 후 제임스 E. 페퍼 증류소에서 역사적인 라임스톤 우물의 물을 사용해 희석해 병입 한다고 한다. 백 레이블에는 3년 이상 숙성(aged over 3 years)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하나 알아두어야 할 사실. 로렌스버그 증류소는 다양한 브랜드에 버번/라이 위스키를 공급하는 미국 위스키 계의 큰손, MGP(Midwest Grain Products of Indiana)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대기업 제품을 사다가 병입만 해서 그대로 쓰고 있다는 거다. 라이 95%, 맥아 5%도 MGP의 전형적인  매시빌 비율이다. 물론 윌렛 라이(Willet Rye), 불렛 라이(Bulleit Rye), 템플턴 라이(Templeton Rye), 리뎀션 라이(Redemption Rye) 등 그런 브랜드가 한둘이 아니다. 제품 퀄리티만 따지면 호평이 많은 편이고, 제임스 E. 페퍼 라이도 그런 제품 중 하나다. 다만 MGP 원액 사다 쓰면서 역사와 전통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마케팅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진 애호가들이 많은데, 사실 이 제품도 그런 혐의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실제로 맛을 보자. 첫 잔이니 글렌 캐런 글라스로.

 

공식적인 테이스팅 노트는 '민트, 정향, 유칼립투스 초콜릿, 꿀 향이 만들어내는 풍성하고 복합적인 풍미'. 니트 혹은 온더락으로도 좋으며, 완벽한 올드 패션드와 맨해튼을 위한 재료라고.

 

달콤한 자두 사탕과 열대 과일 풍미에 바닐라와 삼나무 같은 오크 풍미가 제법 강하게 드러난다. 거기에 톡 쏘는 스파이스와 화한 허브 향이 더해지는데, 입에 넣으면 허브와 스파이스 풍미가 더욱 밀도 높게 드러나는 듯. 알코올이 살짝 강하게 압박하는 듯 하지만, 입안에서의 질감도 좋고 라이 위스키의 허브 향과 스파이스 뉘앙스가 예쁘게 표현되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숙성 기간에 비해 가격이 좀 나간다 했는데, 그럴 만 하다는 생각. 칵테일 기주로 넘나 좋을 것 같다.

 

안주랑 먹으니 핵꿀맛... 빨리 올드 패션드를 만들고 싶어 현기증이 난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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