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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켄터키 스트레이트 버번 위스키, 와일드 터키(Wild Turkey) 시음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2. 24.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켄터키 버번 위스키, 와일드 터키(Wild Turkey).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와터', 혹은 '야칠(야생 칠면조..)'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텍사스에서 온 스몰 배치 미국 위스키, 옐로우 로즈(Yellow Rose) 4종 시음회

사내 위스키 동호회의 첫 번째 시음회에서 만난 위스키, 옐로우 로즈(Yellow Rose). 옐로우 로즈는 같은 이름의 증류소 옐로우 로즈 디스틸링(Yellow Rose Distilling)에서 만드는 스몰 배치 위스키(Small B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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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우아한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글렌 그란트(Glen Grant) 시음회

회사 증류주 동호회에서 진행한 글렌 그란트(Glen Grant) 시음회. 회장님이 력자라서 동호회 설립 6개월도 안 됐는데 벌써 두 번째 수입사와 함께하는 공식 시음회다. 텍사스에서 온 스몰 배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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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증류주 동호회에서 주최한 시음회인데 벌써 세 번째다. 해당 브랜드 담당자{=브랜드 앰버서더)가 직접 와서 설명해 주시고 코어 라인업을 거의 다 시음하기 때문에 정말 알차다. 간단한 식사 혹은 안주도 제공하고.

 

오늘의 라인업. 개인적으로는 롱 브랜치(Long Branch)와 와일드 터키 12년(Wild Turkey aged 12 years)이 매우 궁금했다. 집에 한 병 사 두었는데 쉽게 뚜따 하기는 애매하고 맛은 궁금하고 하던 차에 시음회에 등장한다는 얘길 들으니 넘나 반가웠달까.

 

 

“현지에서도 못 사요”... 외국인까지 와서 사가는 ‘한국의 축복’

현지에서도 못 사요... 외국인까지 와서 사가는 한국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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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터 12년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발매되었는데, 이는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 와일드 터키 본사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수입사 트랜스 베버리지의 이사님에 의하면, 한국 시장은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4대 시장에 포함된다고 한다. 최근 언론에 와터 12년이 등장했는데, 한국에서 10만 원대 초중반 정도에 팔리는 이 위스키가 미국 현지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280달러, 그러니까 36만 원 정도에 리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 

 

시음주는 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준비됐다. 버번은 노징 글라스를 이용하지 않고 요런 록 글라스에 마시는 것도 나름 매력 있는 듯. 느낌이 산달까. 마로 맛보고 싶지만, 일단 기본 지식을 쌓는 것 먼저.

 

소개 순서. 아주 짧게 엑기스만 뽑으셨다고 한다. 우리는 바쁜 직장인이니까 ㅋㅋㅋ 설명하시는 앰버서더 님도ㅋ

 

유럽에서 수입한 보리가 미국에 잘 적응하지 못해 미국에서는 위스키 양조에 옥수수와 호밀(rye)을 이용하게 되었다는 얘기. 그리고 그 중심에는 켄터키 주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켄터키 주의 강에는 석회석이 많아 철분을 잘 걸러내 좋은 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버번 위스키의 정의.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 특히 아메리칸 위스키, 버번 위스키, 콘 위스키의 차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와 테네시 위스키(Tennessee Whiskey)의 차이도.

 

와일드 터키의 역사. 1869년 처음 설립할 때의 이름은 와일드 터키가 아니었다. 

 

1940년 야생 칠면조 사냥터에서의 일화를 덕분에 이름을 와일드 터키로 바꾸게 되었다고. 1954년 버번 업계의 전설적인 마스터 디스틸러 지미 러셀(Jimmy Russell)이 약관의 나이로 와일드 터키에 입사했고, 1967년엔 와일드 터키의 마스터 디스틸러가 되었다. 그는 보드카가 주류 업계를 휩쓸고 버번의 인기가 바닥을 치던 시절에도 끝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냄으로써 현재의 탄탄한 입지의 기반을 마련했다. 1987년엔 지미의 아들 에디가 합류했다. 이후 2000년에는 아버지가, 10년 뒤에는 아들이 각각 켄터키 버번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다. 정말 엄청난 부자...

 

그런데 에디 러셀이 공식적으로 와일드 터키의 마스터 디스틸러가 된 것은 2015년이다. 그러니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후 5년이나 지나서야 마스터 디스틸러가 된 셈;;; 아버지의 정력도, 아들의 끈기도 대단하달까.

잘하면 올해 마스터 디스틸러인 에디 러셀(Eddie Russell)이 방한할 수도 있다니, 버번 애호가라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그와 말 한마디라도 섞을 수 있다면 정말 큰 영광일 듯.

 

와일드 터키는 모든 라인업에 동일한 매시빌(mash bill)을 사용한다. 버번은 옥수수 75%에 호밀 13%, 맥아 12%를 혼합하고, 라이 위스키는 호밀 51%, 옥수수 37%, 맥아 12%다. 라이 위스키는 정확히 규정대로만 호밀을 쓰는 셈. 맥아는 둘 다 12%씩 사용하니 매시빌 비율을 외우기가 매우 쉽다.

 

미국 위스키 제조 방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인데, 와일드 터키는 사워 매시(sour mash)를 사용해 발효 품질을 높이고 스타일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숙성에 사용하는 오크통은 내부를 가장 강하게 태워 악어 등껍질처럼 갈라진 4단계 앨리게이터 차 배럴(Level 4 Alligator Char Barrel)을 사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버번 하우스들처럼 층이 높고 커다란 릭하우스(Rickhouse)에서 숙성 중인 배럴을 보관하는데, 층별 위치에 따라 숙성 속도와 풍미에 차이가 있다. 위쪽은 빨리 숙성되며, 아래쪽은 비교적 천천히 숙성돼 고 숙성 위스키에 알맞다.

 

와일드 터키 제조 프로세스라기보다는 버번 위스키 제조 프로세스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중 와일드 터키의 특징을 완성하는 네 가지 포인트...인데 사실 2,3 번째 것은 하나로 합치는 게 맞는 것 같다.

  1. 첫째는 높은 온도에서 증류해기 때문에 스피릿의 수분 함량이 높다. 알코올 도수가 낮기 때문에 통입 및 병입 시 물을 덜 섞어도 되고, 덕분에 버번 특유의 맛이 더욱 진하게 드러난다.
  2. 두 번째는 앨리게이터 차 배럴에서 최소 6년 숙성한 원액만 사용해 대담하고 강렬한 맛이 드러난다. 보통 2년 이상 숙성하면 스트레이트 버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저 숙성을 그보다 3배 이상 길게 하는 것이다.
  3. 마지막으로 지미 & 에디 러셀 부자의 경력을 합치면 도합 101년이 넘는다는 것. 사실 지미 러셀이 69년, 에디 러셀이 36년 경력이기 대문에 도합 105년 이상 경력인데, 와일드 터키를 상징하는 것이 101 프루프이므로, 101라는 숫자를 내세운 듯.

 

국내에 수입된 와일드 터키 전 라인업. 아래 것(마스터킵)은 엄두도 못 낼 것 같고, 위에 것은 이번 시음회 덕에 러셀 10년 빼고 다 마셔 보게 되었다.

 

이제 드디어 시음할 차례.

 

Wild Turkey, Long Branch / 와일드 터키, 롱 브랜치

향긋한 바닐라 오크, 민트 같이 시원한 허브, 달콤한 캐러멜 시럽 같은 향기가 공존한다. 입에서는 흰 핵과 풍미가 달콤하게 퍼지는 것이 딱 자두 사탕이나 청포도 사탕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살포시 더해지는 톡 쏘는 스파이스와 그리니한 우드 캐릭터. 전반적으로 가볍고 청량한 느낌의 위스키다. 알코올 도수를 아쉬워할 분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하다는 느낌. NAS, 알코올 43%.

버번 위스키의 광팬이자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연 배우인 매튜 맥커너히가 에디 러셀을 찾아가 위스키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탄생한 위스키. 매튜 맥커너히가 직접 위스키를 만들 수는 없었지만, 같이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위스키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그래서 레이블 아래에 에디 러셀과 함께 매튜 맥커너히의 서명도 함께 들어가 있다. 그 위에 적힌 'Oak & Texas Mesquite Charcoal Refined'라는 문구는 텍사스에서 흔히 보이는 메스키트로 구운 숯을 통해 여과해서 좀 더 깔끔한 풍미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요게 바로 매튜 맥커너히가 기여한 아이디어 중 하나라는 듯.

 

Wild Turkey, 101 aged 8 years / 와일드 터키, 101 8년 숙성

톡 쏘는 스파이스와 알코올의 타격감이 명확히 드러난다. 거기에 시나몬 오크, 그리니한 레몬 껍질이 더해져 상쾌한 인상을 남긴다. 입에 넣으니 스파이스 힌트 뒤로 노란 핵과 풍미가 달콤한 뉘앙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비교적 묵직한 바디와 단단한 구조, 긴 여운을 지닌 흠잡을 데 없는 버번. 알코올 50.5%.

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은, 설명이 필요 없는 와일드 터키의 플래그십 위스키.

 

Wild Turkey, 101 aged 12 years / 와일드 터키, 101 12년 숙성

에나멜 같은 뉘앙스가 스친 후 향긋한 오렌지 껍질, 달콤한 과일, 은은한 바닐라 향이 우아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의외로 세이버리한 미감이 먼저 드러나는데 말린 베리나 자두, 등의 과일 풍미가 뒤를 받치며 타격감이 있으면서도 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선사한다. 샤프란 같은 향긋함과 프루티한 여운은 메이플 시럽 같은 달콤한 미감을 타고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버번도 역시 숙성이 어느 정도 된 것이 더 깊고 부드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듯. 한 병 가지고 있는 건 당분간 굴비 신세가 될 것 같다. 미국에서 280불이라니, 나중에 (한국 법 바뀌면) 프리미엄 붙여서 리셀 할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

 

Wild Turkey, Rare Breed /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

풋풋한 민트와 톡 쏘는 스파이스, 캐러멜 시럽 같은 달콤한 향이 공존한다. 입에서는 마스코바도 설탕 같은 복합적인 설탕 뉘앙스와 그리니한 허브, 스위트 스파이스와 매콤한 스파이스, 너티 뉘앙스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앰버서더 분이 커스터드 푸딩에 녹인 설탕이 곁들여지는 크림 브륄레를 언급하셨는데, 딱 들어맞는 설명인 듯. 강한 알코올의 타격감과 매끈한 단맛, 신선한 향의 입체적인 밸런스가 매우 훌륭한 버번 위스키다. 예전에 마셨을 때도 참 좋았는데, 역시나 오늘도 발군. 역시나 2년 전쯤 매우 저렴하게 산 녀석은 굴비 확정이다.

레어 브리드는 병입 시 물을 섞어 도수를 맞추지 않는 배럴 프루프(barrel proof) 위스키다. 그런데 출시되는 보틀이 전부 58.4%인 이유는 다양한 배럴을 섞어 도수를 맞추기 때문이라고. 은근히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가 아닐까 싶은. 하긴, 규정 상 허용되는 오차가 있을 테니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을 것 같기도.

 

마지막에 바텐더 출신이었던 앰버서더님이 맨해튼 칵테일 맛있게 만드는 꿀팁을 알려주셨는데, 키는 다양성이었다. 버번 위스키도, 스위트 베르무트도 스타일이 다른 녀석으로 2종 정도 섞어서 써 보라는 것.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비터스도 앙고스투라, 페이쇼드, 오렌지를 각각 1대시씩 사용하되, 오렌지 비터스만은 완성 후 추가하는 게 좋다고 한다. 맨해튼 손 놓은 지 오래됐는데, 오랜만에 한 번 만들어 봐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이날도 역시나 유익한 세미나였음. 이런 이벤트 덕분에 회사 생활이 즐겁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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