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마시(Masi)의 와인. 한창 마시를 많이 마시던 시절엔 '맛있어서 마시'라는 아재개그(?)도 많이 했었는데. 사실 Masi의 현지 발음은 '마지'애 가깝지만, 한국에선 '마시'로 훨씬 널리 통용되니까.
마시(Masi)는 이태리 발폴리첼라 지역에 뿌리를 둔 와이너리다. 1772년 보스카이니(Boscaini)이 설립해 250년 넘게 가족 경영을 이어 오고 있다. 그들은 베네토 지역에 단테의 후손이 세운 세레고 알리기에리(Serego Alighieri) 등 여러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토스카나(Poderi del Bello Ovile)와 아르헨티나(Masi Tupungato)에서도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마시는 특히 전통적인 아파시멘토(appassimento) 방식의 발전에 앞장서는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1964년 아마로네를 양조하고 남은 포도 찌꺼기에 와인을 넣어 발효하는 ‘리파쏘(Ripasso) 방식 와인 양조에 최초로 성공한 생산자가 바로 마시다.
이후 그들은 이중발효(double fermentation)이라는 방식을 통해 아파시멘토 활용법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아마로네에 이미 많은 풍미를 빼앗긴 찌꺼기에 와인을 넣어 재발효하는 리파소 방식에 비해, 건조한 새 포도와 와인을 혼합해 두 번째 발효를 하는 이중발효는 과실 풍미와 알코올을 더욱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결국 더욱 복합적인 풍미와 탄탄한 구조를 가진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시에서 아파시멘토를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건조한 포도 100%로 양조하는 아마로네를 만드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건조한 포도에 일반 포도로 발효한 와인을 넣어 추가 발효시키는 이중발효다. 마지막은 건조 포도로 양조한 와인과 일반 포도로 양조한 와인을 혼합하는 블렌딩 방식이다.
마시앙코(Masianco)는 바로 건조한 포도와 일반 포도로 양조한 와인을 섞는 블렌딩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다. 신선한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에 가볍게 말린 베르두조(Verduzzo)를 소량 첨가해 구조감을 더했다고 한다.
오래전에 마셨을 때는 인조 코르크로 마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스크루 캡으로 바뀌었다. 공기가 애매하게 새어 들어갈 수 있는 인조 코르크보다는 스크루 캡이 여러 모로 나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IGT였던 등급도 DOC로 바뀌었네.
Masi, Masianco 2021 Pinot Grigio delle Venezie / 마시, 마시앙코 2021 피노 그리지오 델레 베네지에
지푸라기 색이 살짝 감도는 옅은 골드 컬러. 잘 익은 살구와 후지 사과, 가벼운 노란 열대 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드러나는 가운데 화이트 스파이스 힌트가 가볍게 톡 쏘는 인상을 더한다. 입에서는 신선한 산미가 농익은 과일 풍미와 균형을 이루며, 살짝 쌉쌀한 여운이 깔끔한 피니시를 선사한다. 오랜만에 마셨는데 여전히 맛있군.
서오릉 피자와 함께 먹었는데 궁합이 아주 좋았다. 이마트나 GS25 스마트 오더에 종종 보이는 녀석이니 가끔 마시게 될 듯.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