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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우리술·한주

문경 오미나라 방문기 (고운달, 문경바람)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1. 8.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해 급하게 돌아보고 나온 것이 아쉬웠던 첫 오미나라 방문.

'첫 방문'이라고 표현한 것은 반드시 재방문할 생각이기 때문.



원래 입장 가능 시간은 동절기는 5시 30분까지, 하절기는 6시까지.

시음 마감은 동절기 6기, 하절기 6시 30분.




이날의 방문 목적은 온전히 이 술 때문이었다.



고운 달.


문경의 오미자로 와인을 빚은 후 샤랑트 증류기로 증류하여 3년간의 숙성을 거쳐 만든 술.

오른쪽 투명한 것은 백자에서, 왼쪽 금빛으로 빛나는 것은 유러피안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시음비는 각각 5천원.

술의 가격을 생각하면 시음비는 정말 저렴하다.





먼저 백자 숙성 고운달.


코를 대면 향긋한 붉은 베리의 향이 은은하고 섬세하게 올라온다.

한 모금 머금으면 52%라는 알코올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느낌.

한 모금 더 마셔 보아도 정말 순하고 깔끔하다.

목넘김 후 남는 아련한 여운... 높은 도수의 스피릿이 드러내는 쌉쌀함이나 부담스러움이 전혀 없다.


와, 이건 진짜 너무나도 훌륭한 술이다.

급하게 방문하여 급하게 시음하는 게 미안할 정도.


다음에 꼭 다시 와서 천천히 공들여 음미하고 싶다.




오크 숙성 고운 달.


컬러는 요 녀석이 더 익숙하고 명확한 느낌.

이 역시 은은하게 감도는 풍미와 부드러운 주질이 매력적인 술이다

그런데 오크 뉘앙스가 상당히 강해서 원주의 섬세한 향기를 가리는 느낌이 살짝 아쉬웠다.

오크통의 크기를 키우거나 재사용 오크를 사용해서 오크 풍미를 조금 줄인다면

원주의 좋은 품질을 더욱 잘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하지만 천천히 마시다 보니 오크 숙성 고운달도 역시 매력적.



긴, 33년 경력의 장인 이종기 교수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 싶기도^^;;

더욱 발전하는 고운달을 기대할 수 있을 듯.

 




고운달 선물세트.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는 500ml 기준 30만원대 중후반에 팔리는 술이지만

오미나라에 직접 방문해서 구매하면 27만원이라는 특가에 살 수 있다. 200ml는 135,000원.


상당히 땡겼지만... 가난한 직장인이라ㅠㅠ





대신 문경바람 자기숙성과 오크숙성 40% 시음 후 1병씩 구매.


문경바람은 문경에서 나는 사과(90.9%)를 발효해 만든 사과주를 증류해서 만든 것인데

각각 백자/오크에서 300일 숙성 후 병입한다.





좋은달 시음 후에 시음했더니 처음엔 싱겁(!?)게 느껴졌지만

원료인 사과의 향기가 청량하게 드러나는 것이 역시나 상당히 매력적인 술.


나중에 제대로 시음해 봐야지.

 


문배주나 안동소주 등 전통적인 증류주 외에도

이렇게 좋은 증류주들이 계속 나온다는 게 너무나 즐겁다.


주당들의 파라다이스가 열리고 있음♡





문경바람을 비롯한 다른 술들도 특가에 구매할 수 있음.

문경바람은 알코올 25%의 대중적인 버전도 있으니 참고.

 




사실 오미나라의 간판인 오미로제 스틸/스파클링 와인도 너무나 좋아하는 술이지만,

이날은 너무 늦게 방문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인사만 하는 걸로.



다음에 방문하면 오미로제 스파클링-(신제품)-고은달 순으로 시음해야겠음^^





시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이종기 교수님.

작업중이시라 편안한 복장임에도 포스 작렬.



와인21 기자라고 말씀드렸더니 혹시 지난 번 방문때 왔었냐고 물으신다.

그땐 애기가 어려서 아쉽게 방문을 못 했었다고 했더니 궁금한 점 있으면 물어보라고 시간을 내어 주시는.

확실히 자신의 술에 대한 애정, 자부심, 방문객에 대한 소탈하면서도 엄중한 예의까지 느껴졌다.


솔직히 급하게 방문했고 만나뵐 꺼라 생각을 못했었기에 어색하게 몇 마디만 나누었다.


문경바람에 사용하는 사과는 양조용 사과가 아닌 식용 사과품종이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문경 지역 사과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농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사용한 재료라고.

숙성 용기로 백자를 사용하는 이유 또한 한국의 전통 용기이자 문경 지역에서 생산하는 도기이기 때문이라고.

유럽에서 자국의 항아리나 암포라 같은 것에 술을 숙성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양조장/증류소의 지역적 특색과 연계하려는 마음과 정신 또한 너무나 멋지다.


최근 작가 장정일 씨가 '엘리트의 개념을 지역성과 연계해야 한다'는 논지의 칼럼을 썼던데

그 관점에서 문경 지역의 엘리트 중 한분이 아닐까 싶음.




추후 보리나 쌀 등 곡물을 이용한 양조와 증류도 하실 생각인지도 여쭤봤는데 아직은 여유가 없으시다고.

언젠가 이종기 교수님이 만드는 세계적 수준의 한국 위스키와 증류 소주를 기대해 봐도 되려나.


다음에는 꼭 여유있게 방문해서 천천히 시음하고 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미자 수확철에 방문하면 너무 바쁘시려나^^





시음실 내부 전경.


성인 취향(!)이긴 하지만 나름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유럽 와이너리나 미국 나파의 시음실 부럽지 않음.





천장에 작식된 전구들은 총 36,500개, 즉 100년을 형상화한 것.

뭔가 추가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을 들었는데... 까먹었다;;;





오미로제가 숙성중인 실내.

A자형 푸피트르(Pupitre)를 보니 흐뮈아쥬(Remuage)를 직접 손으로 하시는 듯.





왼쪽 사진은 각종 정상회담에 쓰인 오미로제 소개... 오바마 대통령 옆엔 쥐 한마리가.

오른쪽 사진은 병신년 단오날 고운달 출시에 맞추어 쓰신 글인 듯.





오크 숙성중인 술들과,

(글이 적힌 걸로 봐서는 개인고객 소장용인 듯)





백자/자기 숙성중인 술들.





샤랑트식 증류기.

좌측 큰 것이 1차, 우측 작은 것이 2차 증류기.




마침 문경바람이 증류되어 나오고 있던 중.

대화 내내 쪼로로록 시냇물 소리 같은 것이 BGM으로 깔려서 너무 정겨웠음^^





현관에 전시되어 있던 오미나라의 술들.

진정 훌륭하다.





이종기 교수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응원할께요~






20170107 @ 오미나라 (문경)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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