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와타운에서 함께한 소티마노 랑게 네비올로(Sottimano Langhe Nebbiolo). 급이 다른 랑게 네비올로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그 기대를 완벽히 충족했다.
Sottimano, Langhe Nebbiolo 2016 / 소티마노, 랑게 네비올로 2016
은은한 바닐라 오크 뉘앙스와 함께 드러나는 바이올렛, 민트 허브, 붉은 베리 아로마와 영롱한 미네랄. 입에 넣으니 완숙한 딸기 풍미가 적절한 신맛과 함께 과하지 않게 드러나며, 타닌 또한 딱 마시기 좋게 녹아들었다. 감초, 버섯 같은 뉘앙스가 슬쩍 드러나며 아름다운 피니시를 남긴다. 전반적으로 대단히 밸런스가 좋고 우아한 와인. 와, 이거 랑게 네비올로 맞나? 바르바레스코 아닌가 싶은 느낌이랄까. 왕갈비와도 매우 잘 어울렷지만, 와인만 마시기에도 아주 좋았다.
고기와 함께 왁자지껄 마셔서 세밀하게 느끼긴 어려웠음에도 '뭔가 있는' 와인이라는 느낌은 명확하게 왔다. 다음엔 바르바레스코를 사 봐야지.
나중에 찾아보니, 일반적인 랑게 네비올로와 달리, 싱글 빈야드 바사린(Basarin)의 14~15년 수령의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한다. 어쩐지... 이 포도밭은 트레이소(Treiso)와 네이베(Neive) 경계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신맛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드러나는 탄탄하고 복합적인 와인이 나온다고. 침용 및 발효는 25일 동안 진행하며, 프렌치 오크(15% new)에서 14~16개월 숙성한 후 정제 및 여과 없이 병입한다. 거의 베이비 바르바레스코라고 할 만 하다.
소티마노(Sottimano)는 가야(Gaja), 로아냐(Roagna)와 함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를 대표하는 생산자로 꼽힌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6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시작은 리노 소티마노(Rino Sottimano)가 1960년대 말 양조학교를 졸업하고 코타(Cotta) 빈야드에 있는 집과 집 주변의 작은 포도밭을 구입하면서부터. 현재는 바르바레스코에만 코타를 비롯한 쿠라(Curra), 파우소니(Fausoni), 파요레(Pajore), 바사린 등 5개의 빈야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 면적은 18 헥타르에 이른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소티마노가 빠르게 성공한 이유는 포도밭 별 테루아를 드러내는 와인을 소량 생산 했기 때문이다. 포도밭을 구입할 때부터 자연 환경이 좋은 곳을 세심히 골랐고, 포도밭 주변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제초제를 포함한 일체의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싱글 빈야드 바르바레스코에 집중해 5종의 싱글 빈야드 바르바레스코를 생산한다.
소티마노의 와인은 '인공적인 느낌이 없고 순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양 효모를 사용하지 않으며, 전통 방식으로 긴 침용을 거쳐 효모 잔여물과 함께 1년 동안이나 젖산발효를 진행한다. 양조 과정에서 이산화황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정제와 여과도 하지 않는다. 이산화황은 병입할 때만 극소량 사용한다. 그러니 테루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구조감이 좋고 장기 숙성에 어울리는 와인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현재 리노의 아들 안드레아(Andrea)와 두 딸 엘레나(Elena), 클라우디아(Claudia)가 와이너리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