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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발리(Bali)에서도 와인이?! 하텐 와인즈(Hatten Wines)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5. 1.

발리에서 석 달 살기를 하신 분이 가져온 발리 와인, 하텐 와인즈(Hatten Wines).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를 하나씩 가져오셨다. 

일단 적도에서 가까운 발리에서 와인을 생산한다는 게 신기했다. 북쪽 고산지대에서 나온다는데, 아마 높은 고도와 바다의 영향으로 그나마 와인용 포도 재배와 양조가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휴양지이다 보니 관광객용 와인의 필요성도 와인 양조 시도에 불을 붙였을 거고. 다녀오신 분이 체감한 바로는 일반적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나 뉴질랜드의 와인을 많이 소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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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텐 와인즈는 이다 바구스 라이 부다르사(Ida Bagus Rai Budarsa)가 1994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처음에는 토착 품종 알폰스 라발레(Alphonse Lavallée)로 로제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국제 품종과 토착 품종 모두를 사용해 와인을 만든다. 이런저런 국제 대회에서 수상 실적도 쌓아가고 있는 모양. 온화한 기후로 인해 낙엽이 지지 않으며, 1년에 3번 포도를 생산하기 때문에 빈티지를 별도로 명기하지 않는 것이 발리 와인의 특징이다. 비옥한 화산토양 덕에 복합적인 풍미의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고.   

 

먼저 스파클링 와인부터. 놀랍게도 전통 방식(Methode Traditionnelle)으로 만들었다. 가져오신 분이 스파클링이 가장 낫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랬다는.

 

Hatten Wines, Brut Sparkling Methode Traditionnelle 

향긋한 노란 꽃, 살구, 서양배 조림, 열대 과일 등 향긋한 아로마가 화사하게 피어난다. 가벼운 이스트와 토스티 한 힌트는 거들뿐. 입안에서는 의외로 상큼한 신맛이 잘 살아있으며 바디 또한 가벼운 편이다. 버블은 상당히 부드럽고 질감은 크리미 하다. 뮈스카, 비오니에 등이 연상되는 아로마틱 한 스타일에 쨍한 산미의 반전 매력이 인상적인 스파클러. 이 정도면 상당히 마실 만하다. 현지에서 3만 원 전후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정도라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은 느낌.

 

발리 북서쪽에서 재배한 뮈스카 생 발리에(Muscat St. Vallier), 콜롬바르(Colombard), 그리고 프로볼링고 비루(Probolinggo Biru)라는 토착 품종인데, 산미를 살리기 위해 '일찍 수확한(less ripe)' 포도를 사용한다. 프로볼링고 비루는 거의 멸종할 뻔하다가 2018년 재식재를 통해 회생한 품종이라고. 12개월 동안 리와 함께 병숙성을 하는데, 르뮈아주와 데고르주멍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스틸 와인들. 

 

Hatten Wines, AGA White

뮈스카의 화사한 향이 명확히 드러나며, 서양배, 사과, 복숭아, 레몬 커스터드 등 다양한 풍미가 드러난다. 입에서는 드라이한 편인데, 달콤한 풍미 때문에 단맛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가볍고 편안하게 먹기 좋은 와인이다. 스파이시 푸드와도 잘 어울릴 듯.

 

1999년 하텐 와인즈가 처음 도입한 뮈스카 생 발리에를 중심으로 슈냉 블랑(Chenin Blanc)과 콜롬바르를 블렌딩 했다. 효모 잔여물과 함께 숙성하는데, 일부는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해 플로럴 아로마와 매끄러운 텍스쳐를 겸비한다고.

 

Hatten Wines, AGA Red

밝은 루비 레드 컬러. 토양 뉘앙스가 살짝 스치는데 그 아래로 블랙커런트와 체리 사탕 같은 풍미가 제법 깔끔하게 드러난다. 가벼운 바디에 타닌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피니시에 약간의 시나몬 허브와 스모키 힌트가 스친다. 발리의 더운 기후에서 섭씨 12~13도 정도로 시원하게 마신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을 와인이다. 가격도 화이트 레드 모두 2만 원 정도라고 하니, 발리에 놀러 가서 이 와인이 보인다면 추억 삼아 마시게 될 듯.

 

아가 레드는 발리 최초의 상업적인 레드 와인이라고. 로제를 만들 때 사용했던 알폰스 라발레와 시라(Syrah), 말바시아 네라(Malvasia Nera)를 블렌딩 한다. 양조법을 소개하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테이스팅 노트에서 내가 기록한 것과 유사점이 많이 발견되는데, 이럴 때 은근한 희열이 느껴진다는^^;;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언젠가 발리에 놀러 가면 꼭 마셔봐야지. 가능하면 와이너리에 방문해 보고 싶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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