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와이너리 보르고뇨(Borgogno)의 특별한 와인, 노 네임(No Name).
이름이 없는 게 이름이라니... 레이블도 그냥 백지다. 그런데 레이블 왼쪽 하단에 오묘한 문구가 적혀 있다. Etichetta di Protesta, 구글 번역을 돌려 보니 '항의의 레이블'이라는 뜻이다. 응?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No Name은 랑게 네비올로(Langhe Nebbiolo) DOC이지만 바롤로의 포도를 사용한다. 홈페이지에서는 석회질과 점토 이회토질 남-남동-남서향 포도밭에서 재배한 최상급 포도를 사용한다고 되어 있는데, 수입사 홈페이지에는 조금 더 명확하게 리스테(Liste), 포사티(Fosati) 밭을 거론하고 있다. 포도는 손으로 수확해 줄기를 제거한 후 섭씨 22~28도로 온도가 조절되는 커다란 콘크리트 통에서 효모 첨가 없이 15일간 발효한다. 이후 가볍게 압착하여 커다란 슬라보니안 오크 배럴에서 2년 살짝 넘게 숙성한다. 양조 방식을 보면 바롤로보다는 침용 및 숙성기간이 짧은 셈.
당연히 바롤로보다 짧게 숙성해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의 와인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손해를 감수하고 바롤로로 쓸 수 있는 포도를 사용하는 일종의 파격적인 시도인 셈. 바롤로에도 새로운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이 필요함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중식집에서 와이니 멤버들과 함께.
Borgogno, NO NAME Langhe Nebbiolo 2019 / 보르고뇨, 노 네임 랑게 네비올로 2019
신선한 허브와 바이올렛, 장미 같은 꽃향기가 은은하게 감돌며, 스파이시 힌트와 함께 자두, 붉은 베리 풍미가 편안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확실히 부드러운 타닌과 균형을 이루는 깔끔한 신맛. 아직 어린 나이에 비해 확실히 음용성이 좋은 느낌이다. 바로 마셔도 좋고 10년 정도는 충분히 숙성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물론, 와인의 의도에 맞게 묵히기보다는 어린 매력을 즐기며 빠르게 소비하는 게 좋을 듯.
보르고뇨(Borgogno)는 1761년 설립해 공식적으로 피에몬테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다. 이름이 프랑스 와인 산지 부르고뉴(Bourgogne)와 매우 유사해서 1955년 프랑스 와인 협회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패밀리 네임이 보르고뇨이기 때문인지 승소했고 이름은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2008년 파리네티(Farinetti) 가문이 인수해 주인이 바뀐다. 하지만 이름은 여전히 보르고뇨로 유지하고 있다. 이미 명성 높은 와이너리이기에 이름을 바꾸긴 아까웠을 듯.
현재 31ha 규모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네비올로(Nebbiolo) 재배 비율이 60% 정도다. 포도밭 중엔 칸누비(Cannubi) 같은 바롤로 마을의 빼어난 크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화학비료나 살충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도 배양효모나 다른 첨가물을 쓰지 않는다. 오직 약간의 이산화황만 사용한다고.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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