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짧은 대만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러 찾아간 카발란 위스키 바(KAVALAN Whisky Bar).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카발란 위스키 바는 카발란의 모기업인 킹카 그룹이 소유한 건물 2층에 있는데, 막상 2층에 올라가면 Buckskin라는 이름의 야키니쿠야만 있다. 카발란 바는 벅스킨 안에 있는 일종의 샵인샵 개념인 데다가, 스피크이지 컨셉을 따서 입구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온 사람이라면 바의 존재 자체도 모를 수 있다.
벅스킨 안에 있는 카발란 입구. 타이완 모양 버튼을 누르면 오른쪽에 있는 오크통 모양의 문이 열린다.
입장.
들어가면 왼쪽에 위스키 숙성 배럴들이 쭉 들어서 있다. 그리고 위스키를 주문하면 이 배럴에서 직접 위스키를 따라 준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카발란 바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할 듯.
메뉴판. 바에 앉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테이블에 앉았다. 미리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방문한 것이 실책이었음.
예약은 위 페이지 오른쪽 Book Now 버튼을 누르면 할 수 있다.
위스키 메뉴. 오른쪽은 싱글 캐스크 스트렝스 솔리스트(Solist Single Cask Strength)들이다. 보틀 별 가격은 차이가 크지만 한 잔 가격은 350-500 대만 달러로 거의 비슷하다. 한 잔에 17,000원 정도이니 바임을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
게다가 트리오 플라이트(Trio Flight)로 주문하면 3잔을 1,100 대만달러로 즐길 수 있다. 다만 오른쪽의 레어 셰리 캐스크(Rare Sherry Casks)는 트리오 플라이트로 주문할 수 없고 별도로만 주문 가능하다.
그리고 메뉴판에는 없는 특별한 보틀들도 있으니 꼭 물어봐야 한다. 나는 미리 알고 가서 물어봤더니 두 병을 가져다주었다.
카발란 솔리스트 펀천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KAVALAN Solist Puncheon Single Cask Strength).
카발란 10주년 기념 보르도 마고 와인 캐스크 숙성 싱글 캐스크(KAVALAN 10th Anniversary Bordeaux Margaux Wine Cask Matured Single Cask).
스페셜 보틀 둘 모두 맛볼 생각이었지만, 일단 함께 간 후배를 위해 오피셜 라인업들을 먼저 시음했다.
https://wineys.tistory.com/803
사실 난 대표적인 솔리스트 시리즈 4종은 마셔 본 적이 있었기에 마음이 콩밭(=리미티드 에디션)에 있었지만 ㅋㅋㅋ
카발란 솔리스트 피노 셰리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KAVALAN Solist Fino Sherry Single Cask Strength). 톡 쏘는 플로르 향과 산화 뉘앙스, 화사한 꽃 향기, 청사과 등 피노 셰리의 노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입에서는 (말린) 노란 과일과 산뜻한 샤프란 힌트. 밸런스 좋고 깔끔하다. 피노 셰리 계열 캐스크를 쓴 위스키들이 특별히 비싼 이유를 알 수 있었던.
다음에 또 카발란 바를 방문하게 된다면 만자니야(Manzanilla)와 아몬티야도(Amontillado) 캐스크 숙성을 마셔봐야지.
예전에 마셔 본 카발란 솔리스트 마데이라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KAVALAN Solist Madeira Single Cask Strength)와 카발란 솔리스트 포트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KAVALAN Solist Port Cask Strength)는 가볍게 맛만 봤는데 여전히 좋았다. 카발란이 단기간에 명성을 쌓은 데는 확실히 이유가 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맛봤는데 역시나 좋았던. 우리나라 위스키들도 곧 이런 품질 레벨로 올라올 수 있을까? 그러려면 대기업 등의 자본의 투자가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바에 오기 전에 식사를 하고 오려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가려던 식당들 모두 대기열이 엄청나서-_- 식사를 못 하고 왔다. 카발란 바도 조금만 늦었으면 대기를 할 뻔했으니...
다행히 카발란 바에는 요기를 할 수 있는 식사 메뉴가 제법 잘 갖춰져 있다. 물론 일반 음식점에 비해 가격은 살짝 비싸고 양은 조금 적은 편이지만 맛도 그렇고 먹을 만은 하다. 하지만 역시 식사는 밖에서 하고 바에서는 간단한 안주거리 정도 주문하는 게 좋다.
마고 캐스크 숙성. 샤토 마고 캐스크라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은데, 표기되어 있지 않으니 정확하지 않다. 직원도 언급하지 않은 걸로 봐서 아닐 가능성이 높은 듯. 와인 캐스크 특유의 스파이스 뉘앙스와 레드 베리 풍미가 대단히 안정감 있게 드러난다. 입에서의 밸런스도 뛰어나고 피니시까지 편안한 미감이 이어진다.
알코올이 57.8%인데 캐스크 스트렝쓰라는 표기가 없어서 물어봤더니, 캐스크 스트렝쓰는 아니라고 한다. 절묘한 밸런스를 찾기 위해 미세하게 물을 추가했다고. 121병 중 43번째 보틀이니 대단히 귀한 위스키를 맛봤다.
트러플 프렌치프라이. 요거 안주로 아주 좋다.
배가 좀 차고 나니 본격적으로 음주 타임.
두 번째 플라이트가 날아왔다.
요번 플라이트에는 나도 예전에 맛보지 못했던 것들이 두 개나 있었다.
카발란 솔리스트 익스 버번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KAVALAN Solist Ex-Bourbon Single Cask Strength). 말린 청포도 풍미에 캐러멜 힌트. 밸런스가 상당히 좋다. 요건 예전에 마셔 봤던 건데, 왠지 모르 더 좋은 인상이 남았다.
카발란 솔리스트 럼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KAVALAN Solist Rum Single Cask Strength). 처음엔 럼 특유의 강냉이 쉰내가 슬쩍 드러나며 잉어사탕 같은 단내가 전체를 압도한다. 입에서 역시 당밀 같은 달콤한 풍미가 중심에 있으며 부드러운 피니시로 이어진다. 전반적인 만듦새는 나쁘지 않은데, 내 취향은 아니다. 역시 나에게 럼은... 여름에 마시는 다이키리 몇 잔이면 족하다.
카발란 솔리스트 피티 싱글 캐스크 스트렝쓰(KAVALAN Solist Peaty Single Cask Strength). 피트가 너무 강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기우였음을 아는 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거 피트 맞나 싶을 정도로 피트 향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잔을 좀 흔드는 것도 모자라 한 모금 마신 다음에야 훈제 베이컨이나 베이컨 과자 같은 토스티 & 스모키 뉘앙스가 드러난다. 내가 상당히 선호하는 20ppm 언더의 은은한 피트 레벨. 입에서는 검은 베리 풍미에 제법 묵직한 바디감이 타격감을 더한다. 오, 예상외로 맛있었다. 기본 솔리스트 중에서는 피노 셰리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면세 수량만 충분하다면 카발란도 한 병 사 왔을 텐데... 아쉽다. 면세 규정 좀 3병 이상으로 늘려 주시면 안 되나 ㅎㅎ
마지막으로 솔리스트 펀천. 희한하게도 캐스크 넘버와 보틀 넘버가 적혀 있지 않다. 알코올은 57.8%로 희한하게 마고 캐스크와 같다. 물론 요 녀석은 솔리스트니까 캐스크 스트렝쓰다.
꾸덕한 첫인상이 아마도 페드로 히메네즈(PX) 셰리 캐스크가 아닐까 싶다. 근데 향긋한 감귤류의 향과 셰리 특유의 뉘앙스가 코에서는 상당히 섬세하게 드러나는 반면, 입에서는 은근한 타격감을 선사한다. 에나멜 같은 힌트에 노란 과일 풍미, 시간이 지나며 감초, 정향 등 스위트 스파이스.
와... 이날 나의 원픽은 요거. 마지막 잔이어서 취기가 제법 올라온 상황이었음에도 그 감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음에 오면 같은 보틀은 없겠지만, 같은 시리즈가 있는지 찾게 될 듯.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음에 대만에 오더라도 꼭 들러야 할 곳.
20230429@카발란위스키바(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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