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만난 샤토 칼롱 세귀(Chateau CalonSegur). 레이블의 하트 모양 때문에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 특히 인기 있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셀럽들이 청혼용으로 사용하는 와인으로도 제법 유명하다.
레이블의 하트에는 샤토 칼롱 세귀를 소유했던 니콜라 알렉산드르 드 세귀르(Nicolas Alexandre de segur) 후작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와 샤토 라피트(Chateau Lafite)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샤토 무통(Chateau Mouton)을 구입했다. 1855년 1등급으로 분류된 5대 샤토 중 3개를 동시에 소유한 것이다. 세귀르 후작은 그 외에도 샤토 몽로즈(Chateau Montrose), 샤토 퐁테 카네(Chateau Pontet Canet) 등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루이 15세가 세귀르 후작을 포도밭의 왕자라고 불렀다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샤토들을 다수 가지고 있었음에도 세귀르 후작은 '내 마음은 칼롱에 있다'는 말로 칼롱 세귀에 힘을 실어주었다. 샤토 칼롱 세귀는 부인 잔 드 가스크(Jeanne de Gasq)가 결혼 지참금으로 가져온 것의 일부였다는데, 혹시 부인에 대한 사랑이 담긴 말일 지도 모르겠다(뇌피셜).
샤토 칼롱 세귀는 공식적으로 생테스테프(Saint-Estèphe)에 첫 번째로 설립한 와인 영지라고 한다. 1855년 보르도 등급 분류에서는 3등급을 받았다. 메독의 등급 샤토들이 대부분 그렇듯,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중심으로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쁘띠 베르도(Petit Verfot)를 블렌딩 한다. 빈티지에 따라 블렌딩 비율과 숙성 기간이 달라지며, 일반적으로 프렌치 오크 배럴(50% new)에서 18개월 정도 숙성한다.
칼롱 세귀 2012 빈티지 평가. WE가 96으로 가장 높고 WS와 JS가 똑같이 93을 주었다. WA(RP)는 91점으로 다소 낮지만 나쁘진 않은 수준. 이외에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17+/20을 주면서 몽로즈(Chateau Montrose)처럼 밀도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실 보르도 그랑 크뤼에서 가장 민감한 것은 시음 적기. 와인 엔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는 2024년 이후를 시음 적기로 봤다. 그들 말대로라면 아직 1년 이상 남은 셈. 아마 오크 뉘앙스가 도드라지면서 상당히 강건하고 밀도 높으며 구조감 있는 스타일로 생각한 듯. 잰시스 할머니는 아니라는데? 하지만 나머지 평론지들은 20년 정도의 숙성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대략 2017년 이후부터는 마실만 하다고 보는 듯하다. 잰시스 로빈슨도 2020년부터 2035년까지를 시음 적기로 보았다.
코르크 상태는 넘친 흔적이 전혀 없이 매우 훌륭하다.
Chateau Calon Ségur 2012 St-Estèphe / 샤토 칼롱 세귀 2012 생테스테프
그윽한 흙향과 함께 향긋한 붉은 꽃향이 아름답게 스친다. 뒤이어 붉은 파프리카 같은 매콤함과 민트의 시원함, 밀도 높은 블랙커런트, 블루베리, 라즈베리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촘촘하지만 부드러운 타닌과 깔끔한 산미가 묵직하진 않지만 탄탄한 구조감을 선사하며, 드라이한 미감이 보르도 다운 단정한 인상을 남긴다. 향과는 달리 입에서는 밝고 섬세하며 산뜻한 붉은 체리, 베리 풍미가 방순하게 드러난다. 조금 더 추가 숙성을 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본모습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시작하는 느낌. 이맛 때문에 보르도를 끊지 못한다. 숙성하면 다른 와인에서 느낄 수 없는 뭔가가 분명히 있으니까.
블렌딩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78%, 메를로 20%, 쁘띠 베르도 2%.
수부니흐의 비프 웰링턴을 곁들였는데 말이 필요 없다. 굿!!!
내 마음은 수부니흐에 있다♡ 칼롱은 다시 마실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 이제 세컨드 와인으로 만족해야 하려나?
20230618@수부니흐(연남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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