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르고뉴(Bourgogne) 와인 드링킹.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꼬뜨 도르(Côte D'Or)에서 대안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아직 가격이 폭등하지 않은 마을을 중심으로 와인들을 골라 봤다.
꼬뜨 도르는 크게 북쪽의 꼬뜨 드 뉘와 남쪽의 꼬뜨 드 본으로 나뉜다.
꼬뜨 드 뉘(Côte de Nuits)는 디종(Dijon)에서 뉘 생 조르쥬(Nuits-Saint-Georges) 마을에 이르는 꼬뜨 도르의 북부지역이다. 이 지역은 피노 누아(Pinot Noir) 품종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이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9개 그랑 크뤼 중 8개는 레드 와인만 생산하며, 뮈지니(Musigny) 그랑 크뤼만 레드와 함께 화이트 와인을 소량 생산한다. 마을급 이상의 와인 또한 대부분 레드 와인이며 화이트나 로제 와인은 적다. 포도밭은 남북을 가로지르는 74번국도(N74)에 의해 극적으로 갈리는데, 마을급 이상 와인을 만드는 양질의 포도밭은 거의 도로 서쪽 언덕 경사면에 있다. 도로 동쪽의 완만한 지역은 대부분 지역급 와인을 위한 포도밭이다. 꼬뜨 드 뉘에서 지역급 와인과 마을급 와인, 그리고 프르미에 크뤼, 그랑 크뤼의 대우는 극명하게 나뉜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산자의 실력과 명성에 따라서도 그 가치와 가격의 차이는 엄청나다. 결국 자신이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마을, 밭, 생산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상세 내용은 위 아티클 참고.
오른쪽 막사네 블랑(Marsannay Blanc)부터 시작.
Domaine Charles Audoin, Marsannay Cuvee Charlie 2019 / 도멘 샤를 오두앙, 막사네 퀴베 샬리 2019
오크 바닐라, 열대 과일, 자두 사탕, 살구 같은 핵과. 입에 넣으면 산미는 생각보다 낮고 다소 볼륨감이 느껴진다. 오크에 힘을 조금 준 느낌인데, 아직 오크와 과일이 온전히 녹아들지 않은 듯. 쌉쌀한 뉘앙스가 피니시에 남는데 전반적으로 살짝 부담스럽다. 3시간 정도 지난 후에는 오히려 맛있게 느껴지던데 취해서? 너무 일찍 열었나 싶기도 하다.
석회 점토질 토양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평균 90년 수령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샤르도네(Chardonnay)를 사용한다. 포도는 100% 줄기를 제거해 파쇄하지 않고 저온에서 안정화 한 후 압축 공기 프레스(pneumatic press)로 부드럽게 압착해 신선한 과일 풍미를 최대한 보존한다. 500리터 오크(20% new)에서 양조해 1년 동안 숙성하는데, 바토나주(bâtonnage, lees stirring) 진행하 않으며 정제 및 여과 없이 병입한다.
도멘 샤를 오두앙(Domaine Charles Audoin)은 샤를 오두왕이 숙련된 양조 학자였던 아내 마리 프랑수아즈(Marie-Françoise)와 함께 1972년부터 꼬뜨 드 뉘의 막사네(Marsannay)의 상속 받은 포도밭을 중심으로 설립한 와이너리다. 샤를 오두앙은 포도 재배를 이어온 가문 출신으로, 아버지와 아들을 거쳐 막사네가 아직 아펠라시옹에 않을 무렵부터 그 잠재성을 알아보았다. 그는 2ha에 불과했던 도멘을 14ha까지 키웠고 막사네 최고 생산자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재배와 양조는 전통 방식을 따르며 우수한 품질의 포도만으로 테루아를 살린 와인을 추구한다. 포도밭은 동남향 경사면에 위치해 일조량이 충분하다. 포도나무 평균 수령은 45년 내외이며 2018년부터 전체 포도밭에 유기농법을 적용했다. 2000년부터는 세계 각지에서 경험을 쌓은 아들 시릴(Cyril)이 운영에 합류했다.
막사네는 꼬뜨 드 뉘 가장 북쪽에 있는 AOP로 마르사네 라 꼬뜨(Marsannay-La-Côte) 마을과 슈노브(Chenôve), 쿠셰(Couchey) 마을을 포함한다. 레드와 화이트는 물론 마을급 와인으로는 유일하게 로제 와인도 생산한다. 막사네는 그랑 크뤼와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이 없어 최근까지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았다. 레드와 화이트 와인은 가벼운 데다 조금 거칠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품질이 향상되면서 밸류 와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피노 누아 100%로 만드는 로제 와인은 가격이 적당하고 품질 또한 좋아 인기가 오르는 추세다.
두 번째 화이트는 오세 뒤레스Auxey-Duresses) 블랑.
Domaine Barolet-Pernot, Auxey-Duresses 'Les Clous' 2018 / 도멘 바롤레 페르노, 오세 뒤레스 '레 클루' 2018
퀴베 샬리와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첫느낌부터 확실히 청량한 라임 같은 시트러스와 상쾌한 허브, 영롱한 미네랄리티. 입에서는 상큼한 레몬 신맛과 섬세한 백도 풍미가 절제된 오크 풍미와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신맛이 신선한 인상과 깔끔한 여운을 선사하는 듯. 좋아하는 스타일의 화이트인데 고급스러운 느낌이 적은 것은 살짝 아쉽다.
평균 50년 수령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프렌치 오크 배럴(30% new)에서 12개월 숙성했다. 도멘 설명은 아래 레드 와인과 함께.
오늘 드링킹의 중심을 이루는 꼬뜨 드 본. 7병 중 5병이 꼬뜨 드 본에서 왔다.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은 라두와 세리니(Lodoix-Serrigny) 마을에서 시작해 마랑주(Maranges)에서 끝난다. 폭이 꼬뜨 드 뉘보다 넓고 길이도 더 길어서 포함하는 마을 수가 2배 이상 많다. 꼬뜨 드 뉘에서부터 내려오는 동향 언덕이 여전히 동북쪽에서 남서쪽으로 비스듬히 이어지며 수많은 포도밭들을 품는다. 언덕 중간 협곡이나 골짜기 등이 연결되며 다양한 경치를 연출하는데, 이로 인해 주로 동향/동남향 포도밭이 많은 꼬뜨 드 뉘에 비해 정남향/남서향 포도밭도 많다. 넓고 완만한 경사면에는 포도밭들이 빼곡하다. 토양은 꼬뜨 드 뉘와 마찬가지로 포도밭 별로 구별해야 할 만큼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회토에 석회암 부스러기들이 섞여 있어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
꼬뜨 드 본은 특히 최고급 화이트 산지로 유명하다. 이는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추앙받는 몽라셰(Montrachet)와 그 주변의 그랑 크뤼 포도밭들 덕이다. 코르통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 그랑 크뤼도 한몫 거든다. 하지만 전체 생산량은 6:4 정도로 레드 와인이 더 많다. 여타 부르고뉴 지역과 마찬가지로 레드는 피노 누아, 화이트는 샤르도네 품종을 주로 사용한다.
상세 내용은 위 아티클 참고.
이제 레드 와인 차례.
Domaine Barolet-Pernot, Saint-Romain 'Poillange' 2020 / 도멘 바롤레 페르노, 생 로맹 '쁘아양주' 2020
초반엔 약간의 환원취가 느껴지다가 스월링을 하니 러드 베리와 체리, 커런트 같은 풍미가 주스 같이 다소 두툼한 질감에 실려 온다. 살짝 스모키한 미네랄이 개성을 더한다. 살짝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친근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와인이 아니었나 싶다. 디캔팅을 했다면 좋았을 듯.
빌라주급 와인이지만 쁘아양주(Poillange)라는 싱글 빈야드의 포도만 사용했다. 쁘아양주는 해발 350m 이상 동향/남동향 언덕에 위치한 포도밭으로 이회토와 점토 석회질 토양이 섞여 있다. 양조 방식을 소개하는 자료를 찾지 못했으나 오세 뒤레스 블랑과 비슷한 수준의 오크 숙성을 했을 것으로 추청된다. 생 로맹(Saint-Romain)은 도멘 바롤레 페르노의 본진.
도멘 바롤레 페르노(Domaine Barolet-Pernot Pere & Fils)는1947년 앙드레 바로레 (Andre Barolet)와 위게트 페르노 (Huguette Pernot) 부부가 꼬뜨 드 본의 생 로맹에 설립했다. 둘은 네고시앙에게 포도를 판매하는 재배자 집안 출신이었는데, 결혼 이후 본격적인 도멘의 길을 걷게 된다. 1980년대 디디에 바롤레(Didier Barolet)가 이어받아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2013년 프레드릭 코사르(Frederic Cossard)와 프랑수와 미쿨스키(François Mikulski)에게 양조를 배운 아들 로맹(Romain Barolet)이 참여해 와인의 품질이 정점에 이르렀다.
로맹은 과일이 풍부하면서도 신맛과 미네랄 뉘앙스가 아름다운 와인을 추구한다. 주력은 생 로맹을 비롯해 본(Beaune), 오세 뒤레스(Auxey-Duresses), 퓔리니 몽라셰(Puligny-Montrachet) 등의 마을에서 와인을 만든다. 바타르 몽라셰(Bastard-Montrachet) 그랑 크뤼도 보유하고 있다. 생산량은 화이트 와인 80%, 레드 와인 20%.
이번에는 같은 생산자, 같은 빈티지의 빌라주(Village)와 프르미에 크뤼(1er Cru) 비교.
Domaine Vincent Prunier, Auxey-Duresses 2019 / 도멘 뱅상 프루니에, 오세 뒤레스 2019
붉은 꽃과 영롱한 미네랄, 앵두, 석류 같은 작은 붉은 베리 풍미가 가볍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부르고뉴 루즈 하면 기대하는 스타일이 바로 이게 아닌가 싶은 느낌. 바로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석회 점토질 토양에서 재배한 평균 50년 수령 올드 바인에서 손 수확한 피노 누아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양조해 새 오크 및 1~2회 사용한 오크에서 11~ 18개월 숙성한다.
Domaine Vincent Prunier, Auxey-Duresses 1er Cru 'Grands Champs' 2019 / 도멘 뱅상 프루니에, 오세 뒤레스 프르미에 크뤼 '그랑 샴' 2019
붉은 꽃, 닥터 페퍼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탄산감처럼 느껴지는 알싸한 미네랄이 도드라지다가 어느 순간 차분하게 내려앉는다. 입에서는 붉은 베리와 자두 풍미가 단정하지만 밀도 높게 느껴진다. 확실히 빌라주보다 구조감과 바디감이 강하고, 아직 덜 풀린 느낌이 확연하다. 시간을 좀 두고 마셨어야 하는... 역시나 프르미에 크뤼를 3~4년 만에 여는 건 좀 이른 감이 있다.
프르미에 레 그랑 샴은 일조량이 좋은 남향/남동향 언덕의 아랫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양조 방식과 포도밭을 소개하는 자료는 찾지 못했으나 빌라주급 와인과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혹은 새 오크 사용 비율이 조금 높을 수 있다.
뱅상 프루니에(Vincent Prunier)는 1988년 부모에게 상속 받은 2헥타르를 기반으로 오세 뒤레스에 자신의 도멘을 설립했다. 현재는 오세 뒤레스, 뫼르소(Meursault), 퓔리니 몽라쉐, 샤샤뉴 몽라쉐(Chassagne-Montrachet), 생 토방(Saint-Aubin) 등의 경사지에 약 13 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뱅상은 포도나무가 더 깊이 뿌리를 내리도록 지속적인 쟁기질을 통해 토양 속 공기를 넣어주고 물을 잘 흡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뛰어난 에너지와 활력, 균형과 복합성을 갖춘 포도를 얻는다. 포도는 손으로 수확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양조하며, 숙성 또한 새 오크통과 1년, 2년 사용 오크통를 적절히 섞는 고전적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형 메종(Maison)에서 만든 와인. 요 와인은 구매한 포도를 사용한 네고시앙(Negociant) 와인이 아니라 자가 소유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 도멘(Domaine) 와인이다.
Bouchard Pere & Fils, Monthelie 1er Cru 'Les Duresses' 2018 / 부샤 페레 에 피스, 몽텔리 프르미에 크뤼 '레 뒤레스' 2018
화사한 붉은 꽃과 레드 체리, 베리 풍미. 입에 넣으면 미디엄 바디에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고 매끄러운 질감이 편안하다. 역시 대기업(?)의 맛. 특별히 생각할 것 없이 술술 들어간다. 가격 생각하면 확실히 좋은 품질이지만 뭔가 모를 아쉬움도 있다.
프르미에 크뤼 레 뒤레스의 총 면적은 6.72 헥타르인데, 부샤 페레 에 피스가 1.72 헥타르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너 빌라주에 생산량까지 많으니 프르미에 크뤼임에도 가격이 매우 적절하다. 앞서 시음한 '도멘 뱅상 프루니에 오세 뒤레스 프르미에 크뤼 레 그랑 샴'과 밭 하나 건너 떨어져 있는, 불과 1km 이내에 위치한 밭이다. 남향/남동향 언덕의 자갈과 점토, 이회토가 섞인 석회질 토양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를 손 수확해 빈티지에 따라 줄기를 전부 혹은 일부 제거해 사용한다. 부드럽게 압착한 포도를 작은 발효조에서 빈티지에 따 15-18일 정도 발효한다. 샤토 드 본의 셀러에서 프렌치 오크(35% new)에 12-14개월 숙성한다. <디캔터(Decanter)>와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 모두 92점을 주었다. 앨런 메도우(Allen Meadows)는 89점.
부샤 페레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는 1731년 설립한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양조장이다. 15세기 루이 11세가 건설한 샤토 드 본(Château de Beaune)을 소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775년 프랑스 대혁명 이전 볼네(Volnay)의 포도밭을 시작으로 1789년 시작된 프랑스 대혁명 시기 이후 지속적으로 포도밭을 늘여간 결과 130ha의 밭을 소유한 부르고뉴 최대 지주가 되었다. 놀라운 것은 부르고뉴 최대의 그랑 크뤼 & 프르미에 크뤼 보유자라는 점이다. 그랑 크뤼가 12 헥타르, 프리미에 크뤼가 74 헥타르로 보유한 포도밭의 66%에 이른다. 1995년 앙리오 그룹(Henriot Group)에 인수된 후 북쪽 샤블리로부터 남쪽 보졸레 지역까지 부르고뉴 전 지역을 커버하는네고시앙(Negociant)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오세 뒤레스, 생 로맹, 몽텔리 지도.
오세 뒤레스, 생 로맹, 몽텔리 세 마을은 뫼르소 서쪽으로 뻗은 골짜기를 따라 툭 튀어나와 있다. 볼네와 뫼르소를 접하고 있는 작은 마을 몽텔리는 주로 매력적인 과일 향을 내는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가파른 경사지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양질의 와인이 나온다.
몽텔리와 뫼르소 서쪽에 위치한 오세 뒤레스는 조금 더 서늘한 기후로, 고도가 높고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을 중심으로 신선함과 탄탄한 구조를 겸비한 와인을 생산한다.
세 마을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생 로맹은 대부분의 포도밭이 해발 3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한다. 그랑 크뤼나 프르미에 크뤼는 없지만 높은 고도와 서늘한 기후 덕분에 가볍고 산뜻한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생산량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화이트 와인은 깔끔한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이 매력적이다.
세 마을 모두 유명한 마을에 비해 아직까지는 와인 가격이 높지 않다. 때문에 좋은 빈티지를 만나면 뛰어난 생산자들의 탁월한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물론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흔히 보기는 어려우며, '부르고뉴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조언 또한 어김없이 적용된다.
마지막 와인은 다시 꼬뜨 드 뉘로.
Domaine Jean Marc Millot, Cote de Nuits Villages 'Aux Faulques' 2019 / 도멘 장 마끄 미요, 꼬뜨 드 뉘 빌라주 '오 폴크' 2019
붉은 꽃과 얼씨한 미네랄, 라즈베리, 체리 등 붉은 베리 풍미. 아직 좀 어려서 풍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너무 세련된 스타일을 기대했는지 생각보다는 살짝 투박하다는 인상이 남아 있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에 살짝 취해서 메모도 제대로 안 해 놓는 바람에 디테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 즐거운 모임에서 테이스팅에 집중한다는 건 쉽지 않은 듯. 전반적인 인상이나마 기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오 폴크(Aux Faulques)는 뉘 생 조르주 남쪽 콤블랑시앵(Comblanchien) 마을에 있는 1.78 헥타르 크기의 석회질이 우세한 석회 점토질 포도밭이다. 폴크는 한때 그 자리에 심어져 있던 너도밤나무를 뜻한다고. 평균 50년 수령의 올드 바인에서 손 수확한 피노 누아를 100% 줄기를 제거해 15일 동안 저온 침용(cold pre-fermentation)한 후 오크통(10% new)에서 14개월 숙성한다.
도멘 장 마크 미요(Domaine Jean Marc Millot)는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도멘이지만 부르고뉴의 최상급 테루아에서 명성에 부응하는 와인을 생산한다. 근거지는 뉘 생 조르주(Nuits Saint Georges)이지만 포도밭 대부분은 본 로마네(Vosne Romanee)와 플라제 에세조(Flagey-Echezeaux)에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조부모가 심은 6 헥타르의 포도밭과 아내 크리스틴(Christine)이 물려받은 1.5 헥타르의 포도밭에서 1980년 후반부터 와인 양조와 포도 재배 기술을 꾸준히 배운 오너 장 마크는 1992년 본 로마네(Vosne Romanee)와 끌로 드 부조(Clos de Vouseot)에서 재배한 포도로 첫 와인을 병입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1997년 도멘 구루(Domaine Gouroux, 현재 엠마누엘 후제가 관리하는 와이너리)의 상속자였던 아내와 함께 임대했었던 포도밭들을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본 로마네 프르미에 크뤼 레 쉬쇼(Vosne Romanee 1er Cru Les Suchots), 에세조(Echezeaux), 그랑 에세조(Grands Echezeaux),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등 상당한 면적의 프리미에 크뤼와 그랑 크뤼 밭이 포함돼 있다. 2000년 빈티지를 기점으로 부르고뉴의 라이징 스타가 되었으며, 2014년부터는 장 마크의 딸인 알릭스 미요(Alix Millot)가 대를 이었다.
도멘 장 마크 미요는 수확량을 엄격히 제한하여 풍미가 응축된 포도를 생산하지만, 포도의 풍미와 텍스쳐를 과하게 추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의 줄기는 제거하며, 발효하기 전 5~6일 동안 주스를 저온에서 안정화 시킨 후 자연 효모가 발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온도를 올려준다. 또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10~11일 정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알코올 발효를 하고 발효가 끝날 때 빠르게 압착하여 배럴로 옮긴다. 병입 시 별도의 정제나 여과는 하지 않으며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생산자들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병입한다. 섬세하게 생산한 와인은 과일 향과 스파이시 뉘앙스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꼬뜨 드 뉘 빌라쥬(Côte de Nuits-Villages)는 꼬뜨 드 뉘 북쪽의 픽생(Fixin)과 브로숑(Brochon), 꼬뜨 드 뉘 남쪽의 프르모(Premeaux), 콤블랑시앵(Comblanchien), 코르골루앙(Corgoloin) 등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부르고뉴 와인 종료.
그리고 입가심으로 귀부 와인 한 병.
Chateau Coutet 2008 Sauternes-Barsac / 샤토 쿠테 2008 소테른 바르삭
오렌지 마말레이드, 황도 캔, 꿀 같은 달콤함... 15년 가까운 숙성을 통해 귀부 와인 특유의 미묘한 뉘앙스가 확실히 살아났다. 그런데 신맛이 기대보다 다소 가벼운 편이어서 그랬는지 피니시가 다소 짧고 조금 물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바디감과 농밀함이 다소 약한 편이라 여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몇 있었음 ㅋㅋㅋ 더 숙성하기보다는 지금 즐기는 게 나을 듯.
2008년 빈티지는 세미용(Sémillon) 75%,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23%, 뮈스카델(Muscadelle) 2% 블렌딩. 프렌치 오크(70-100% new)에서 18개월 숙성한다.
샤토 쿠테(Château Coutet)는 보르도(Bordeaux) 바르삭(Barsac)에 위치한 프르미에 크뤼 소테른(Premier Cru Sauternes) 생산자다. 소테른(Sauternes) 생산자 중 가장 오래된 샤토 중 하나이며 110미터로 이 지역에서 가장 긴 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쿠테(Coutet)는 가스코뉴(Gascon)어로 '칼'이라는 뜻인데, 디저트 와인의 날카로운 신맛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성은 13세기에 지어진 요새였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샤토 쿠테를 바르삭 최고의 와인이라고 언급했다. 쿠테는 1977년 발리(Baly) 가족이 인수하기까지 수많은 소유자를 거쳤다. 메인 품종은 점토 석회질 토양에서 재배한 세미용이며, 소비뇽 블랑과 뮈스카델을 소량 블렌딩한다. 최고의 빈티지에는 퀴베 마담 드 샤토 쿠테(Cuvée Madame de Château Coutet)를 1,200병 한정 생산한다. 세컨드 와인은 라 샤르트뢰즈 드 쿠테(La Chartreuse de Coutet), 드라이 와인은 오팔리 드 샤토 쿠테(Opalie de Château Coutet).
소테른(Sauternes)은 귀부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산지다. 세미용, 소비뇽 블랑, 그리고 약간의 뮈스카델 품종을 사용해 명성 높은 귀부 와인을 만든다. 생산 지역은 보르도 남쪽으로 가론 강과 합류하는 시론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바르삭, 동쪽은 소테른으로 구분한다. 둘 모두 시론 강에서 발생하는 물안개에 의해 보트리티스가 확산되고 귀부화가 진행된다. 바르삭 지구에서 생산하는 귀부 와인은 AOP 명칭을 소테른과 바르삭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동쪽의 소테른 지구는 소테른, 프레이냑(Preignac), 파르그(Fargues), 봄므(Bomme) 등 네 마을로 나뉘는데 AOP 명칭은 소테른 만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르삭 지구의 와인이 소테른에 비해 조금 더 신선한 느낌이 두드러진다는 평이다.
소테른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1855년 제정된 등급 분류다. 보르도 등급분류는 보통 메독(Médoc) 지역의 레드 와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유명하지만, 실은 소테른 부근의 스위트 와인도 함께 평가됐다. 당시 21개(현재는 분리되어 27개)의 샤토가 특 1급, 1급, 2급 등 3개 등급에 선정됐는데, 특 1급(Premier Cru Supérieur)은 샤토 디켐(Chateau d'Yquem)이 유일하다.
역시나 흡족했던 수부니흐의 음식들. 뉴커머들에게는 특히 '화이트' 소스 계열의 음식들이 인기가 좋았다.
평상시와 비슷하게 마셨는데 이상하게 더 취한 기분... 왜일까?
20230712 @수부니흐(연남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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