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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공부/와인21 기고

286.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3. 8. 6.

매월 연재하는 Wine21's PICK. 6월에는 여름을 맞아 소비뇽 블랑을 소개했다. 뉴질랜드 소비뇽은 몇 년 간 참 많이 마셨었는데, 최근엔 사실 개인적으로 자주 마시지는 않는다. 너무 쨍한 산미와 가벼운 맛 덕에 가까워지기도 쉬운 만큼 쉽게 질린달까. 음식 페어링도 의외로 까다롭다. 잘 안 맞는 게 많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묵직하거나 풍미가 강한 음식으로 가면 찰떡처럼 궁합이 맞는 게 많지 않아서랄까. 그나마 루아르의 소비뇽이나 미국, 뉴질랜드의 오크 숙성 소비뇽은 가끔 즐기고 있지만. 본의 아니게 소비뇽을 소개하는 글의 서두에 까를 시전 했는데, 그래도 소비뇽은 러블리한 품종인 건 확실하다. 초심자에게 소개하기도 좋고. 여름이 가기 전에  쨍한 소비뇽 블랑 한 잔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드네^^

원문은 wine21.com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포스팅은 작성자 본인이 저장용으로 스크랩한 것입니다.

 

 

[Wine21's PICK]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지난 5월 6일은 국제 소비뇽 블랑의 날(International Sauvignon Blanc Day)이었다.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이 기념일은 소비뇽 블랑의 계절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여름이 오고 본격적으로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와인 중 하나가 소비뇽 블랑이니까. 그러고 보니 올해 5월 6일은 입하(立夏)가 아니었던가.

 

[ 소비뇽 블랑 (출처: www.nzwine.com) ]

소비뇽 블랑은 가볍고 산뜻한 와인이다. 와인 초보자도 쉽게 마실 수 있어 입문용 와인으로도 인기다. 특히 잔디를 연상시키는 신선한 향과 패션프루트 같이 이국적인 과일 풍미로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이는 소비뇽 블랑에 많은 메톡시피라진(Methoxypyrazines)과 싸이올(Thiols)이라는 성분의 조화 때문이다. 메톡시피라진은 덜 익은 포도에 많은 성분으로, 익을수록 양이 적어진다. 완성된 와인에 많이 남아 있으면 매콤하고 풋풋한 느낌이 강해 부담스럽다. 너무 심하면 결함으로 인식될 정도다. 때문에 대부분의 와인메이커들은 메톡시피라진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소비뇽 블랑은 예외다. 적당한 양의 메톡시피라진은 소비뇽 블랑을 생동감 넘치는 와인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와인 평론가들은 소비뇽 블랑의 메톡시피라진 향을 종종 구즈베리(gooseberry)에 비유한다. 하지만 구즈베리는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은 열매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막 자른 잔디, 셀러리나 아스파라거스, 프레시 허브 같은 신선한 녹색 식물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뇽 블랑의 특징을 규정하는 또 하나의 성분인 싸이올은 자몽이나 패션프루트 같은 열대 과일 향을 만들어낸다. 싸이올은 소비뇽 블랑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생긴다. 싸이올이 되는 전구체의 양은 일조량에 비례한다. 그래서 덜 익은 포도에 많은 메톡시피라진과 잘 익은 포도에 많은 싸이올 전구체의 양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수확하는 것이 맛있는 소비뇽 블랑을 만드는 포인트 중 하나다. 

 

[ 뉴질랜드 말보로의 포도밭 (출처: www.nzwine.com) ]

소비뇽 블랑은 지역이나 생산자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인다. 뉴질랜드 말보로(Marlborough)처럼 녹색 식물 향과 열대 과일 풍미가 부각되기도 하고, 프랑스 루아르(Loire)처럼 풋풋함은 절제되고 산뜻한 시트러스 풍미와 영롱한 미네랄이 도드라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같은 지역 내에서도 생산자의 개성이나 양조 방식 등에 따라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오크 숙성 여부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다.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오크 숙성을 하지 않고 화사한 향과 싱그러운 신맛이 매력적인 소비뇽 블랑이다. 하지만 오크 숙성한 소비뇽 블랑 또한 매력적이다. 신선함이 조금 덜한 대신 우아한 질감과 복합미, 견고한 구조감을 지녔다. 어느 쪽이든 충분히 훌륭하다. 

소비뇽 블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뉴질랜드다. 소비뇽 블랑이 뉴질랜드에 식재된 지는 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자타공인 소비뇽 블랑을 대표하는 나라가 되었다. 특히 말보로는 소비뇽 블랑의 수도라고 할 수 있다. 레이블에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표기돼 있으면 안심하고 골라도 될 만큼 일관된 스타일과 높은 품질을 갖췄다. 저렴한 가격 또한 큰 강점이다. 요즘은 오크 숙성한 소비뇽 블랑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랑스는 소비뇽 블랑의 원산지다. 소비뇽의 어원이 '소바주(Sauvage)'라는 프랑스어인 것만 봐도 그렇다.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과의 자연 교배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태어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특히 주목할 지역은 루아르다. 루아르 동쪽의 상세르(Sancerre)와 뿌이 퓌메(Pouilly-Fume)는 방순한 과일 풍미와 깔끔한 신맛, 영롱한 미네랄을 겸비한 소비뇽 블랑으로 유명하다. 일부 와인에서는 절제된 오크 힌트가 미묘하게 드러난다. 출시 직후에 마셔도 좋지만, 5~7년 이상 충분히 숙성하면 더욱 복합적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보르도(Bordeaux)는 단독으로, 혹은 세미용(Semillon) 품종과 블렌딩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 특히 그라브(Grave)와 페삭 레오냥(Pessac-Leognan)은 그랑 크뤼 샤토를 중심으로 오크 숙성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한다. 반면 좌안과 우안 사이의 엉트루 두 메르(Entre-Deux-Mers)는 풍미의 밸런스가 좋은 가성비 와인을 만든다. 이외에 소테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 등 귀부 와인에도 소비뇽 블랑을 사용한다. 

미국은 오크 터치가 도드라지는 캘리포니아 소비뇽 블랑이 유명하다. 푸메 블랑(Fume Blanc)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다. 몇 년 숙성하면 꿀과 너트 뉘앙스가 매혹적인 와인이 된다. 최근엔 오크 풍미가 절제된 섬세한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 이외에 남아공, 칠레, 호주 등에서도 질 좋은 소비뇽 블랑을 생산한다. 한국에도 이런 국가에서 만든 양질의 소비뇽 블랑이 많이 들어와 있으니 용기 있게 선택해 봐도 좋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외에 이탈리아 북부,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고품질 소비뇽 블랑을 많이 생산한다. 한국에 많이 수입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본격적인 소비뇽 블랑의 계절을 맞아 마셔볼 만한 소비뇽 블랑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더운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칠링한 소비뇽 블랑으로 날려 보자.

 

 

리마페레 플롯 101 Rimapere, Plot 101 

상큼한 베리, 패션프루트 아로마가 향긋한 꽃과 갓 자른 풀 같은 상쾌한 향기, 미묘한 미네랄 뉘앙스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탄탄한 구조와 복합적인 피니시 또한 일품이다. 신선한 신맛과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는 최상급 소비뇽 블랑. 리마페레가 보유한 포도밭 중 최고의 구획인 '플롯 101'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했다. 리마페레는 꽁빠니 비니꼴 바롱 에드먼드 드 로칠드(Compagnie Vinicole Baron Edmond de Rothschild)가 뉴질랜드 말보로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리마페레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언어로 '다섯 개의 화살'이라는 뜻이다. 로칠드 가문의 휘장과 뉴질랜드의 전통을 동시에 표현한다.

 

 

메드락 엠스, 소비뇽 블랑 Medlock Ames, Sauvignon Blanc  

향긋한 흰 꽃, 인동덩굴 향기, 라임, 레몬, 자몽 같은 상큼한 시트러스, 달콤한 열대과일 풍미가 화사하게 피어난다. 입에 넣으면 새콤한 신맛이 입맛을 자극하며 밀도 높은 과일 풍미와 은은한 미네랄리티가 피니시까지 이어져 긴 여운을 남긴다. 소노마 카운티 알렉산더 밸리에 위치한 벨 마운틴(Bell Mountain) 북쪽의 일조량이 좋은 지역과 남쪽의 서늘한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를 함께 사용해 완숙한 과일 풍미와 신선한 산미를 모두 잡았다. 메드락 엠스는 대학교 절친인 크리스 메드락 제임스와 아메스 모리슨이 1998년 설립한 와이너리로, 테루아를 반영하는 고품질 와인을 추구한다. 

 

 

롬바우어 빈야드, 소비뇽 블랑 Rombauer Vineyards, Sauvignon Blanc  

라임, 핑크 자몽, 살구 등 다양한 과일의 생동감 있는 아로마가 강렬하게 드러나며, 신선한 풀잎 뉘앙스가 살짝 감돈다. 한 모금 마시면 상큼한 신맛을 타고 시트러스 풍미가 풍성하게 퍼지며, 섬세하게 드러나는 오크 바닐라 힌트가 매력을 더한다. 우아함과 생동감을 겸비한 소비뇽 블랑. 서늘한 새벽에 손으로 직접 수확한 소비뇽 블랑을 송이째 사용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87%, 프렌치 오크 배럴 10%, 콘크리트 탱크 3%에서 양조했다. 롬바우어는 3대를 이어 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나파와 소노마를 기반으로 빼어난 와인을 만든다. 

 

 

스타인뮬레, 소비뇽 블랑 Steinmühle, Sauvignon Blanc  

은은한 라임, 청포도 풍미와 함께 아스파라거스, 파슬리 같은 녹색 채소, 프레시 허브 같은 신선한 아로마가 명확히 느껴진다. 입에 넣으면 바디는 가볍지만 알싸한 미네랄과 새콤한 신맛이 조화를 이루며 탄탄한 구조를 형성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해 과일의 신선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는 매력적인 와인. 흔히 보기 어려운 독일 라인헤센(Rheinhessen)의 소비뇽 블랑이지만, 맛을 보면 금세 친근함을 느낄 것이다. 스타인뮬레는 라인헤센에서 11대를 이어 온 가문이다. 라인헤센의 와인 전통을 존중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 또한 적극적으로 도입해 와인을 만든다.  

 

 

도멘 바쉐롱, 상세르 블랑 Domaine Vacheron, Sancerre Blanc 

자몽, 레몬 같은 시트러스와 서양배, 백도 등 흰 과일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부싯돌 같은 미네랄과 섬세한 흰 꽃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온화한 신맛과 부드러운 질감 위로 완숙한 과일 풍미가 순수하고 우아하게 드러난다. 환상적인 밸런스를 지닌 고급 소비뇽 블랑의 전형. 최대 50년 수령의 올드 바인에서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해 상세르의 테루아를 고스란히 표현했다. 도멘 바쉐롱은 1900년 설립한 이래 상세르 와인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명성을 쌓고 있다. 현재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 장 로렁(Jean-Laurent Vacheron)과 장 도미니크(Jean-Dominique Vacheron)는 사촌 지간으로,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오디나미 농법을 도입했다.

 

 

도멘 펠릭스, 생 브리 소비뇽 Domaine Felix, Saint-Bris Sauvignon  

아카시아, 목련 같은 흰 꽃, 신선한 허브, 영롱한 미네랄 뉘앙스와 함께 시트러스, 복숭아, 열대과일 풍미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생생한 신맛이 깔끔한 첫인상을 남기고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이 주축인 부르고뉴에서 소비뇽 블랑을 사용해 만드는 특별한 화이트 와인. 1962년 식재한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테루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도멘 펠릭스는 부르고뉴 최북단의 작은 마을 생 브리에서 가장 오래된 생산자 중 하나로, 1690년부터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샤토 말르당, 앙뜨르 두 메르 Chateau Maledan, Entre-Deux-Mers  

갓 자른 풀 같은 기분 좋은 신선함과 레몬 제스트의 상큼함, 화이트 플라워의 향긋함에 가벼운 스파이스 힌트가 은은하게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감귤 같은 과즙 풍미와 신선한 신맛이 깔끔한 피니시를 선사한다. 신세계 소비뇽 블랑과는 다른, 편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신선함을 갖춘 와인. 소비뇽 블랑 100%를 사용해 15°C 이하 저온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주간 발효 및 안정화한 후 작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6개월 동안 숙성했다. 샤토 말르당을 소유한 비뇨블 브뤼노(Vignobles Brunot)는 보르도 우안 생테밀리옹(Saint-Emilion)을 기반으로 4대를 이어 오고 있는 유서 깊은 생산자다. 

 

 

[Wine21's PICK]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 와인21닷컴

여름이 오고 본격적으로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와인 중 하나가 소비뇽 블랑이다. 소비뇽 블랑은 가볍고 산뜻한 와인이다. 와인 초보자도 쉽게 마실 수 있어 입문용 와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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