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 회합.
킹크랩과 돈암시장 순대로 가볍게 한 상.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킹크랩 가격이 싸졌다고 들었는데, 다들 많이 먹으니 다시 가격이 오른 것 같다. 게다가 주말이 되면 조금 더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는 확실히 저렴한 듯. kg에 6~7만 원 정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게 속 국물로 파스타까지 볶아서 야무지게 먹었다.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와인을 안 마실 수는 없지. 그리하여 준비한 와인들.
오레무스, 토카이 푸르민트 만돌라스 2013(Oremus, Tokaji Dry Furmint Mandolas 2013). 좋아하는 토카이 드라이 와인인데, 숙성하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 셀러링 해 두던 녀석이다. 아들 빈티지니까 가족들과 함께 먹을 생각으로.
두 번째는 안전하게 부르고뉴 블랑(Bourgogne Blanc)으로. 게와 페어링이니 무난하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레이블이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 레이블이 더 마음에 든다.
https://wineys.tistory.com/659
3만 원 전후의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시중에 잘 보이질 않는다. 해외가를 검색해 보니 30달러 중반대가 일반적인 걸 보면 가격도 상당히 비싸진 듯. 아마도 베가 시칠리아라는 네임 밸류 때문이 아닐까.
맛을 보니 숙성으로 인한 은은한 장향과 구수한 견과 뉘앙스가 가장 먼저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은근한 핵과 풍미와 함께 자몽 필 같이 가벼운 쌉쌀함이 남는다. 향긋한 꽃 향기와 과일 풍미가 사그라든 자리를 그윽한 숙성 부케가 채우는 느낌. 적당한 알코올(12.5%)에 편안한 미감이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과일 풍미가 살짝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함께 마신 가족들은 넘나 맛있었다고. 킹크랩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기회가 된다면 7~8년 정도 숙성해서 다시 마셔 보고 싶다.
두 번째 와인으로 뱅상 부즈로 부르고뉴 샤르도네 2021(Domaine Vincent Bouzereau Bourgogne Chardonnay 2021). 아직 어린 와인이지만 오크 뉘앙스가 강할 거라고 생각해서 두 번째로 마셨는데 그게 패착이었다.
도멘에 대한 간략 설명은 요기.
가벼운 토스티 오크 뉘앙스 뒤로 싱그러운 흰 꽃 향기와 백도, 자두 같은 풍미가 잔잔하게 드러난다. 오키한 뉘앙스보다는 신선한 과일 풍미가 훨씬 더 두드러지며 산뜻한 인상을 남기는 샤르도네. 제법 잘 만든, 맛있는 와인인데 직전에 마신 숙성된 드라이 푸르민트에 밀려서 아쉽다. 그래도 게와는 아주 잘 어울렸음.
뫼르소(Meursault) 마을 안에 있는 레지오날 급 점토 석회질 포도밭에 식재된 평균 30년 수령 올드 바인에서 손 수확한 포도를 압착해 온도 조절 탱크에서 24개월 안정화를 거친다. 이후 배럴에서 이스트 첨가 없이 발효하며, 10-15개월 정도 효모 잔여물(lees)과 함께 숙성한다. 젖산발효가 끝나면 랙킹(racking) 한 후 빈티지에 따라 여과를 진행하기도 한다.
와인이 부족해서 한 병 더. 비쉬 베르디키오 디 마텔리카 2021(Bisci, Verdicchio di Matelica 2021). 내 몸이 안 좋아서 두 병만 준비했는데, 다른 분들은 넘나 멀쩡했기에 두 병으로는 어림도 없었던 것 ㅋㅋㅋㅋㅋ
상큼하지만 잘 익은 청사과와 달콤한 서양배 풍미가 영롱한 미네랄과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깔끔한 미감에 과하지 않은 신맛, 볶지 않은 아몬드 힌트가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상당히 맛있는 화이트. 요걸 가장 먼저, 샐러드나 샤퀴테리 등과 함께 마셔도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 마지막에 게 육수로 볶은 파스타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사실 오늘 와인은 완전히 반대 순서로 마신 셈인데, 오묘하게도 맞는 안주들이 있어서 다행히 괜찮았던 듯^^
발효 전 저온 침용을 후 압착한다. 20도 이하 온도의 코팅된 시멘트 통에서 발효한 후 8개월 정도 효모 찌꺼기와 함께 숙성한다. 이후 중력을 이용해 자연적으로 정제한 후 병입하여 추가 2개월 숙성한다.
1972년 쥬세페 (Giuseppe)와 피에리노(Pierino) 비쉬 형제가 베르디끼오 디 마텔리카에서 세계적인 퀄리티의 베르디끼오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쥬세페의 아들 마우로(Mauro)와 티토(Tito)가 뒤를 이었다.
비쉬는 마세라티와 안코나 사이에 있는 마텔리카에 위치해 있다. 포도밭은 대부분 해발 320m에서 370m의 남향에 위치한다. 유기농(CCPB 인증)으로 재배해며, 밭에선 황과 구리만 사용한다. 포도밭 사이에는 누에콩 등 기획 작물을 심어 지력을 상승시키며, 필요한 경우에는 흙을 다지고 수확 후 유기비료를 사용한다. 20 헥타르의 포도밭 중 17헥타르 이상이 베르디끼오 디 마텔리카 DOC에 속해있다. 가장 오래된 밭은 1978년 식재한 3헥타르의 폴리아노(Fogliano) 밭이다. 이외에 2 헥타르 정도의 포도밭에서는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메를로(Merlot)를 재배한다.
이렇게 마신 세 병. 기분 좋게 마셔서 그런지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다. 역시, 멘탈이 중요하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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