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마크 캐스크 스트렝쓰(Maker's Mark Cask Strength).
배치 넘버는 16-02다. 2018년 언젠가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산 건데 아마 2016년 병입 한 듯.
메이커스 마크는 1953년 테일러 윌리엄 사무엘스(Talyor William Samuels Sr.)가 켄터키 주 로레토(Loretto)에 있는 벅스 증류소(Burks' Distillery)를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가문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대대로 위스키 증류를 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는 보통 위스키 스펠링을 whiskey라고 쓰는데, 메이커스 마크는 e를 빼고 스코틀랜드 방식으로 whisky라고 쓴다.
어쨌거나 그는 대대로 내려오는 위스키 제조 레시피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레시피를 불살라버린 후 새로운 매시빌(Mashbill)을 만들었는데, 특이하게도 호밀(rye)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신 겨울 밀(winter wheat)을 사용한다. 비율은 옥수수 70%, 겨울 밀 16%, 그리고 보리 맥아 14%. 이 레시피를 만드는 덴 원래 위스키 제조 가문 출신 윌리엄 사무엘스의 아내 마조리 "마기" 사무엘스(Marjorie "Margie" Samuels)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메이커스 마크의 심볼이라고 할 수 있는 흘러내리는 붉은 밀랍 마감도 마조리의 아이디어다. 또한 메이커스 마크라는 이름도 그가 지었다니, 정말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메이커스 마크는 1981년 하이람 워커 & 선스(Hiram Walker & Sons)에 매각된 이후 이곳저곳에 팔려다니다가 2005년 포툰 브랜즈(Fortune Brands) 소유가 된 후 2011년 빔 Inc.(Beam Inc.)로 분할됐다. 그리고 2014년 산토리(Suntory)에 매각되면서 빔 산토리(Beam Suntory)가 탄생했다.
맛을 볼 시간. 사실 얼마 전에 대피소 송년회에서 맛을 보긴 했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제법 스파이시한 기운이 강하게 드러나서 놀랐다. 아니 이거 라이 위스키도 아닌데 왜 이리...
아무리 CS에 알코올이 55.75%라지만 좀 심한 거 아닌가...?
그래서 2주 후에 다시 맛을 봤다. 어느 정도 에어레이션이 되었길 기대하면서. 그런데 여전히 톡 쏘는 스파이스가 강렬하다. 일부러 커다란 잔에 따랐음에도 향이 피어나기보다는 찌르는 느낌이다. 입에서도 둥근 느낌보다는 각진 느낌이 크다. 몇 모금 마시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물을 2ml 정도 넣어 봤다. 그랬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 과일 풍미와 자두 사탕 같은 달콤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입에서의 질감 또한 훨씬 부드럽게 풀어진 느낌.
아, 이거 온 더 락으로 마시거나 칵테일 기주로 쓰면 좋겠다! 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온 더 락으로 즐기며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을 듯. 하이볼로 마시면 첫 느낌은 스파이시하고 입에서는 달콤한 맛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처음엔 실망스러웠지만 슬쩍 깨워 보니 제법 매력적이다. 천천히 잘 활용해 봐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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