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위스키 꼬냑 클럽 대피소 송년회. 어서 빨리 잭귀를 몰아내고 본진으로 복귀해 송년회를 해야 할 텐데.
첫해부터 함께 해 온 서담해물에서 인스타에 멋진 공지까지 내주셨다ㅋㅋㅋ 이러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올해도 엄청난 위스키 라인업... 올해는 상태도 메롱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다 맛보겠다는 미련을 버렸다. 마신 위스키는 간단히 메모만.
하지만 협찬은 빼놓을 수 없지. 하지만 휘슬피그는 못 마셨다는...ㅠㅠ
인도 증류소 폴 존의 3가지 위스키를 가장 먼저 시음했다.
Paul John Classic 55.2%. 톡 쏘는 스파이스, 노란 핵과, 바닐라, 오크, 은은한 허브. 토스티 힌트. 개성은 살짝 부족했지만 도수가 높아 타격감이 제법 있었고 블렌디드가 연상될 정도로 밸런스가 괜찮았다.
Paul John Oloroso 48%. 완숙 자두, 프룬 등 밀도 높은 과일 풍미에 달콤한 캐러멜 뉘앙스가 강하게 묻어난다. 도수가 많이 높긴 하지만 에이지드 토니 포트 같은 인상도 느껴졌다. 초콜릿이나 커피 같은 여운이 남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 요런 타입 좋아하는 분이라면 상당히 좋아할 듯한데, 가격이 궁금하다.
Paul John Peated 55.5%. 모닥불 같은 피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그 꼬소한 연기 아래로 달달한 노란 과일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 정도 피트면 핏찔이인 나도 편하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폴 존 3종은 전반적으로 모난 데가 없어서 해당 타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불호 없이 마실 것 같다. 가격만 적당하다면 말이지.
방어회, 오징어 숙회.
그리고 서비스 다금바리♡
궁금했던 Caperdonich 21 yo를 이렇게 만난다. 잔잔한 노란 꽃 향기와 가벼운 핵과 풍미가 대단히 섬세하고 우아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깔끔하고 부드러운 미감. 노란 열대 과일 풍미가 크리미 한 레몬 커드 힌트와 함께 산뜻하게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맑고 청명한 느낌. 대단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날의 원픽.
한 병 사놓은 건 정말 즐겁게 오픈할 날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석화. 가운데 있는 보모어 12년 스포이드가 킬포.
하지만 난 폴 존 피티드 위스키를 넣어서 먹었다. 굴만 먹을 때보다 피트 위스키를 몇 방울 떨어뜨린 후 먹는 게 10만 100배쯤 맛있다.
이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그래서 유일하게 정량을 배분했던 Springbank Burgundy 12년.
와인 캐스크 하면 느껴지는 예의 그 뉘앙스가 명확하다. 톡 쏘는 스파이스 뒤로 앵두 같은 작은 붉은 베리 향이 영롱하게 드러나는데, 아직 좀 수줍다. 따라두고 1시간 정도 천천히 마셨음에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매력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아쉽.
Berry Bros. & Rudd의 Caol Ila 2010. 달콤한 셰리캐의 뉘앙스는 상당히 가볍게 드러나며 과일, 맥아 풍미와 조화를 이룬다. 스모키 피트 뉘앙스는 상당히 정제돼 있어서 언뜻 마시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 요것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13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모스카텔(Moscatel) 캐스트에서 13년 숙성했다.
서담해물의 시그니처 모둠 해물. 개인적으로 뿔소라 넘나 좋다.
Port Askaig 2013 대만 한정판. 초점은 어딘가로 가출을... 첫인상은 푹 익은 과일 풍미에 피트 뉘앙스가 가볍게 곁들여지는 정도였다. 그런데 입에 넣으니 피티한 풍미가 본격적으로 피어난다. 그런데 여기에 캐러멜 같은 달콤함과 오크 바닐라의 구수함이 더해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캠프 파이어 불꽃이 타오르듯 피트 풍미가 확 살아난다. 요것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역시, 세상은 넓고 위스키는 많다.
페드로 히메네즈 캐스크에 9년 숙성했다.
AMAHAGAN World Malt Edition No.3 Mizunara Wood Finish. 비누? 같은 뉘앙스에 김, 민트 같은 허브 힌트. 부드럽고 매끈한 질감에 배, 흰 자두 같이 시원한 과일 풍미가 깔끔하게 드러난다.
영국에서 수입한 위스키를 일본 고유의 물참나무로 만든 미즈나라 캐스크에 피니싱 한 듯. 위스키 이름인 아마하간을 그대로 뒤집으면 증류소 이름인 나가하마(Nagahama)가 된다고 한다.
대방어 아가미 구이.
PX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 그리고... 초점은 어디로 날아간 거니;;;
그리고 버번 두 종의 비교 시음.
갓김치와 어리굴젓, 무말랭이를 곁들인 수육. 해물집인데 수육도 참 맛있다.
해장을 위한 연포탕.
요것 덕분이었는지 조심해서 마셔서인지 다음날 숙취가 1도 없었다.
낙지야 미안해~~ 왜 하필 맛있게 태어나서... ㅠㅠ
다음에 제주에 가면 한 병 사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격만 잘 맞는다면 말이지.
사 두었던 21년은 좋은 날 열면 될 듯.
그러고 보니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위스키를 배워 온 증류소가 바로 앞서 마신 롱몬이었지...
확실히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들은 그림빨이 크다. 장식용이 아닌 다음에야 내용물은 그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는. 지금까지 모아 놓은 것들은 계속 장식용으로 쓸지, 마시고 병과 케이스만 병풍으로 세워 놓을지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GlenAllachie CS 10년 배치 8과 9를 비교 시음하려던 차에... 1차가 마무리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 모금씩 마셔 보기는 했는데, 최근 평이 많이 떨어진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출시된 배치 10은 예전의 명성을 회복했다는 평이 많던데, 17만 원 전후의 가격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10만 원대 초반이었던 옛날을 생각하면 아쉽긴 하지만.
언제나 즐거운 대피소 모임, 언제나 맛있는 서담해물의 콜라보. 올해가 이렇게만 마무리된다면 좋으련만.
20231209 @서담해물(상수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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