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 그랑 크뤼 모임. 두 flight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샴페인, 화이트, 부르고뉴 빌라주(Bourgogne Village) 2종.
사람들이 모두 모이길 기다리며 샴페인부터 오픈. 그런데 캡슐에 뭔가 쓰여 있다.
"Un Champagne, deux passionnés". 구글 번역을 해 보니 대략 "샴페인 하나, 열성팬 두 명"이라는 뜻이다. deux passionnés는 아마 샴페인에 푹 빠진 생산자 부부를 의미하는 듯.
위 기사에 그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돼 있다. 샴페인 필립 글라비에(Champane Philippe Glavier)는 르 메닐 쉬르 오제르(Le Mesnil sur Oger)의 포도 재배 가문의 3대손인 필립 글라비에와 몬텔론(Monthelon)의 와인 양조 가문의 12대손 베로니크(Véronique)가 결혼해 1995년 크라망(Cramant)에 설립한 샴페인 하우스다. 현재 꼬뜨 드 블랑(Côte des Blancs)의 그랑 크뤼 마을 크라망, 르 메닐 쉬르 오제르, 아비즈(Avize), 오제르(Oger) 등 4개 마을에 총 4.7 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샤르도네(Chardonnay) 명산지에 위치해서인지 샤르도네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샹파뉴의 토양 분석을 비롯해 샤르도네 양조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패션 샤르도네(Passion chardonnay)라는 그룹에도 속해있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4개 그랑 크뤼 마을을 잘 블렌딩하는 것이 필립 글라비에의 핵심이다. 그들은 자신의 포도밭을 총 52개의 작은 파셀(parcel)로 나누어 관리한다. 매년 각 구획 포도들의 품질을 꼼꼼히 체크해 빈티지에 따라 다른 비율로 블렌딩 해 샴페인을 양조한다. 테루아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포도밭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며, 샹파뉴의 친환경 인증(HVE, Haute Valeur Environnementale)에서 최고 단계인 3단계를 받았다.
Champane Philippe Glavier, Genesis Grand Cru Blanc de Blancs NV. 부드럽고 우아한 버블을 타고 농익은 핵과, 사과꿀 풍미와 함께 이스티 뉘앙스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시트러스 산미가 길게 이어지며 풍성한 과일 풍미와 함께 깔끔하면서도 복합적인 여운을 남긴다. 구조감이 좋고 탄탄한, 아주 맛있는 샴페인. 다음에 보면 또 사게 될 것 같다.
'기원'이라는 뜻의 '제네시스'는 필립 글라비에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1995년 필립 글라비에가 처음부터 소유한 르 메닐 쉬르 오제 포도밭에서 만든 첫 샴페인이기 때문에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전히 그들의 최고 샴페인이며, 포도의 힘과 품질이 워낙 좋아 셀러에서 최소 6년 정도 숙성을 거친 후 출시한다. 이 보틀의 베이스 빈티지인 2016년은 가장 최근 제네시스의 베이스 빈티지는 이 해는 더욱 바디감이 강하고 풍미가 풍부하다. 리저브 와인(vins de reserve)은 36%를 사용했으며 2017년 4월 병입해 2022년 2월 데고르주멍을 진행했다. 도자주는 리터 당 5g으로 익스트라 브뤼(Extra Brut) 급이다.
화이트 와인은 대표적인 슈퍼 투스칸 생산자, 오르넬라이아(Ornellaia)에서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눈을 씻고 볼 수밖에 없는 와인.
게다가 레이블에 까치가 그려져 있어 연초에 마시기 딱 좋다. 까치까치 설날은...
Poggio alle Gazze dell'Ornellaia 2020 Toscana. 풋풋한 잔디 같은 허브, 향긋한 꽃, 특징적인 패션 프루트 향기가 화사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이 우아하고 편안한 첫인상을 선사한다. 농익은 핵과 풍미와 짙은 열대 과일 풍미와 은은한 오크 뉘앙스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화이트.
2020 빈티지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69%, 베르멘티노(Vermentino) 22%, 비오니에(Viognier) 5%, 베르디키오(Verdicchio) 4% 블렌딩. 세심하게 선별한 포도를 산화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부드럽게 압착한다. 12시간 저온에서 안정화한 후 맑은 머스트만 새 오크 25%, 재사용 오크 25%,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발효조에 50%에서 발효한다. 발효 온도는 22°C를 넘지 않으며, 젖산발효를 하지 않았다. 효모 잔여물(lees)과 함께 정기적으로 바토나주(bâtonnage)를 진행하며 6개월 숙성한다. 블렌딩 후 가볍게 청징해 병입 한 후 12개월 숙성해 출시한다.
맨인문의 안주들.
전반적으로 소박하지만 좋은 재료를 쓰시는 것 같고 가성비가 좋다.
들깨 수제비 느낌이었던 뇨끼도 나름 맛있었고 ㅋㅋㅋ
맨인문은 충정로역 바로 옆에 있다. 콜키지는 병 당 1만 원.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와인 잔도 가능한 한 많이 제공해 주시기 때문에 10인 이하 와인 모임에는 최적인 곳.
이번에는 부르고뉴 레드 2종.
Sylvain Debord, Volnay 2019. 향긋한 붉은 꽃, 바이올렛, 붉은 자두와 영롱한 베리 풍미. '자연스러운'느낌과 함께 섬세하고 향긋한 아로마가 매력적이다. 상대적으로 입에서의 구조감과 풍미는 다소 아쉬운데, 이들의 엔트리급을 마신 기억을 되살려 보면 생산자의 지향점이 약간 그쪽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향을 천천히 음미하며 편안하게 마시기는 좋은 듯.
실뱅 드보(Sylvain Debord)는 니콜라 포텔(Nicolas Potel)의 손자다. 그래서 병입을 니콜라 포텔이 설립한 메종 로쉬 드 벨렌(Maison Roche de Bellene)에서 할 수 있었던 듯. 실뱅 드보의 와인들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가성비 부르고뉴를 찾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Domaine Denis Carre, Pommard 2015. 블랙커런트, 검붉은 베리 등 과일 풍미가 확실히 밀도 높게 드러나며, 정향 허브와 동물성 뉘앙스가 곁들여지며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실키한 타닌이 신선한 신맛과 탄탄한 구조를 형성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영롱한 미네랄과 은은한 시나몬 힌트가 드러나며 매력을 더한다. 시음 적기에 올라선 느낌으로 참석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의도한 것도 아닌데, 놀랍게도 볼네와 포마르 각각의 개성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던 비교 시음이었다.
고기 베이스 음식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사진은 못 찍음;;;)
보르도 그랑 크뤼와 나파 프리미엄 레드 등 네 종의 와인들은 블라인드로 제공됐다. 리스트는 이미 공개됐으니 싱글 블라인드인 셈. 결과적으로 나파와 보르도는 구분했고 나파는 와인까지 때려 맞췄는데, 보르도는 두 와인을 반대로 썼다.
1번, Quintessa, Rutherford 1999 Napa Valley. 블랙커런트, 프룬, 자두, 블랙베리, 감초, 매콤하지만 부드럽게 드러나는 스파이스, 바닐라 오크가 은은하지만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드라이한 미감에 민트 허브, 부드럽게 녹아든 타닌, 가벼운 토양 뉘앙스... 코에서는 명확히 나파인데, 입에 넣는 순간 보르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하지만 역시 잘 익은 나파 밸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정답.
2번, Chateau Ducru-Beaucaillou 2004 Saint Julien. 처음에는 송아지 땀냄새(?!) 같은 환원취가 너무 강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래 벨벳 같이 매끈한 질감과 함께 블루베리, 블랙베리 풍미가 슬쩍 고개를 내미는 듯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공들여 스월링을 했더니 매콤한 스파이스와 은은한 토양 뉘앙스가 더해진 제법 복합적인 부케가 예쁘게 드러났다. 와, 역시.. 좋은 와인은 주질이 다르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는. 문제는 이게 20년을 숙성한 건지, 10년을 숙성한 건지 가늠이 안 되더라는 것. 그래서 2011 빈인 라즈 카스를 찍었는데, 오답.
3번, Chateau Leoville Las Cases 2011 Saint-Julien. 신선한 블랙베리와 가벼운 후추 스파이스, 감초, 시나몬, 영롱한 미네랄리티. 시간 지나며 매콤한 스파이스와 커피 힌트가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의외로 방순하고 편안한 느낌. 구조는 견고하지만 억세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밸런스가 좋고 온순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무난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인상인데, 사실 균형감이 너무나 완벽해서 드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요게 올빈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오답.
사실 라스 카스도 뒤크뤼 보카이유도 처음 마셔보는 거라 사실상 빈티지를 기준으로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슈퍼 세컨드(Super Second) 급 정도 되는 그랑 크뤼 보르도는 숙성 기간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뒤크뤼 보카이유의 환원취가 워낙 강했다 보니 그 아래 영롱함이 의외로 어린(?) 와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헷갈린 듯. 어쨌거나 이 정도 급의 와인을 맛보는 건 정말 귀중한 경험인 듯.
4번, Continuum 2011 Napa Valley. 정향, 시나몬의 탑 노트와 함께 햇볕에 말린 빨래 같은 미네랄, 버베나, 오레가노 같은 신선한 허브, 붉은 자두와 검붉은 베리 아로마. 입에 넣으면 생동감 넘치는 산미와 촘촘하지만 실크처럼 부드러운 타닌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양가집 도련님 같은 단정하고 예의 바른 인상의 와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화한 박하 향이 강해진다. 와, 이건 명확히 신세계 와인. 그런데 전반적으로 너무 어린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2011년이 아닌 2017년이나 2016년 정도의 러닝 빈티지가 아닌가 싶었을 정도. 앞으로 20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했달까.
’컨티뉴엄’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30년간 와인 양조를 담당했던 팀 몬다비(Timothy Mondavi)가 2005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컨티뉴엄은 ‘연속적으로 이어짐’을 뜻하며 4대에 걸친 로버트 몬다비 가문의 선구자 정신, 와인 메이킹의 유산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팀 몬다비는 미국의 오퍼스원(Opus One), 이탈리아의 오르넬라이아(Ornellaia)와 루체(Luce), 칠레의 세냐(Sena) 등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가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의 와이너리와 합작하여 만들어낸 각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들을 30년 동안 직접 양조해 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컨티뉴엄 와이너리는 나파밸리 오크빌(Oakville)의 동쪽 프리차드 힐(Pritchard Hill)의 해발 400m 정도에 위치해 있다. 그곳은 콜긴 에스테이트(Colgin Estate), 브라이언 패밀리(Bryan Family) 등 컬트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재미있는 점은 컨티뉴엄 와이너리는 나파밸리 지도에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오퍼스원 포도원과 일직선상에 위치한다는 것.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주최자의 도네이션으로 역시나 블라인드로 제공되었던 Chateau de Cruzeau 1995 Pessac-Leognan. 향부터 매우 잘 익은 부케가 은은히 드러나 상당히 매력적인 첫인상을 선사했다. 매콤한 스파이스 힌트에 가벼운 자두, (검)붉은 베리, 피니시의 초콜릿 뉘앙스. 타닌은 완전히 녹아들었는데 과일 풍미는 생생한 신맛과 어우러져 아직 싱그럽게 드러난다. 시음 최적기는 살짝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너무 상태가 좋아서 마시기 너무나 좋았던 와인.
풋풋함이 강해 10년 이상 숙성한 루아르(Loire)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이 아닌가 싶었는데, 거의 30년이 되어 가는 페삭 레오냥이라니!! 게다가 셀러가 아닌 실온에서 보관하던 와인이라고 한다. 역시, 보르도 와인의 생명력이란...
호사를 누렸던 모임. 올해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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