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시는 가르다 클라시코 로쏘(Garda Classico Rosso).
가르다(Garda)는 이탈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동명의 커다란 호수 주변에 펼쳐진 와인 산지다. 소아베(Soave)나 발폴리첼라(Valpolicella) 산지에서 가깝다. 개인적으로 트레비아노 디 루가나(Trebbiano di Lugana)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토착 품종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요 와인 또한 그런 와인 중 하나다. 그로펠로(Groppello)는 14세기부터 이 지역에서만 재배해 온 토착 품종으로 지역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매듭(Knot)이라는 뜻의 ‘grop’에서 이름이 유래했는데, 포도송이가 빽빽하고 풍성하게 자라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고. 향이 풍부하고 부드럽고 섬세하며 우아한 맛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코르크에는 귀여운 문양과 문구가 그려져 있다.
검은빛이 살짝 감도는 진한 루비 컬러. 10년이나 된 빈티지임에도 컬러는 마치 몇 년 안 된 와인 같다. 코를 대면 말린 블루 베리 같은 향기가 강하게 드러난다. 뒤이어 검붉은 체리, 붉은 자두 풍미와 함께 짓이긴 꽃잎 뉘앙스와 허브 힌트가 은은하게 감돈다. 피니시에는 쌉싸름한 여운과 가벼운 가죽, 향신료 힌트가 복합미까지 더한다. 시간이 지나며 거친 토양 내음도 슬쩍 드러나는 듯. 바디는 미디엄 정도로 가볍고, 산미는 강하지 않으며, 타닌 또한 부드럽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데일리 스타일인데, 10년이나 이렇게 아름답게 숙성됐다는 게 참 신기하다.
가격을 생각하면 박스째 구매해야 할 와인인데...
그런데 이게 참 신기한 게, 분명 와인샵에서 정식으로 구매한 녀석인데 백레이블이 없다. 음... 사장님, 이게 어찌 된 거죠? ㅋㅋㅋㅋㅋㅋ
어쨌거나 야채샐러드,
은행, 마늘, 파, 버섯 구이,
그리고 훈제 치킨과 모두 무난하게 잘 어울렸다. 이거 솔드 아웃 되기 전에 사러 가야 할 것 같다. 선물용으로 써도 좋을 것 같고. 놓치면 넘나 아쉬울 듯.
예전에 마셨던 라 페르골라의 와인들 모두 다시 마시고 싶은 생각도 새록. 그런데 시중에서 흔히 볼 수는 없는 와인이라 어디서 사야 할 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