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방문한 톰스 키친. 와이니 찐친들의 아지트가 된 곳이다.
멀리 보이는 한강 너머의 야경이 참 멋지다. 하지만 이날 내 눈을 잡아 끈 것은 와인 마시는 검은 고양이 그림.
조명이 어두워 사진 찍기는 어렵지만 그런 만큼 와인 마시기는 참 좋은 분위기다.
준비한 와인을 칠링 하며 멤버가 다 모이길 기다렸다. Claude Riffault Sancerre Les Denisottes 2018. 4년 전쯤 시음회에서 맛보고 반해서 산 와인이다. 숙성하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서 셀러링 중이었는데 참지 못하고 그만...
생산자 소개는 위 포스팅 참고. 상세르의 테루아를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 구획 별로 나누어 유기농으로 관리한다. 또한 부르고뉴에서 양조를 배워 부르고뉴 스타일이 드러난다고.
처음엔 풋풋한 허브와 영롱한 미네랄이 다소 심플하게 드러나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패션 프루트 같은 완숙한 열대 과일 풍미가 명확하게 드러나며 은은한 오크 뉘앙스가 우아하게 곁들여진다. 깔끔한 미감에 신선한 산미 또한 일품. 확실히 좋은 와인이다. 5년 정도 더 숙성했다면 어떻게 변했을지...
곁들인 음식은 퀴노아 가리비.
그리고 초리조 뇨끼. 둘 다 완벽한 화이트 와인 도둑이다. 톰스 키친은 정말 뭘 먹어도 맛있는 듯.
드디어 멤버가 다 모였다. 기다리던 와인들도 함께 도착^^
우선 Francois Mikulski Meursault 1er Cru Poruzots 2006. 처음 온도가 다소 높은 상태에서 레스토랑에서 제공한 일반 잔에 마셨을 때는 너티한 산화 뉘앙스가 다소 강하게 느껴졌다. 과숙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완숙 핵과 풍미, 구수한 오크 뉘앙스, 미네랄 힌트가 슬슬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온 멤버가 가져온 잘토 잔이 큰 역할을 했다. 요 잔에 따르는 순간 아직 살아있던 과일 풍미가 풍성하게 피어나며 복합적인 인상이 확 살아났기 때문. 역시 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베이컨 수란 파스타. 베이컨과 계란, 후추가 만났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나.
대파 새우 파스타. 요건 아주 깔끔한 맛이다.
지인이 프랑스 여행 중에 구매한 Chateau Larmande 1988 Saint-Emilion Grand Cru Classe. 88 올림픽 빈티지를 이렇게 만나다니. 심지어 일행 중 하나는 1988년 생...^^;;;
혹시나 해서 아소를 사용했는데 코르크 상태는 아주 멀쩡했다.
그리고 아주 진하게, 그리고 그윽하게 드러나는 부엽토 뉘앙스. 요 earthy 뉘앙스가 애매하게 드러나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요 와인은 숙성이 아주 잘 되었는지 토양 내음이 아주 매력적이다. 여기에 명확히 더해지는 매콤한 파프리카 같은 스파이스와 허브, 검붉은 과일 풍미. 타닌은 부드럽게 잘 익었지만 씹히듯 질감이 느껴지며, 적당한 산미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잘 익은 보르도의 전형적인 느낌.
센소리 글라스로 시음하니 확실히 잘토보다 향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화려하게 피우고 싶다면 잘토, 밀도 높고 차분하게 즐기고 싶다면 센소리가 좋을 듯.
트러플 라구 빠께리.
파스타를 빼고 빵과 함께 받은 미트볼. 요 미트볼이 아주 맛있어서 다음에 오면 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와인, 음식,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했던 모임. 덕분에 최근 힘들었던 마음이 많이 풀렸다. 조만간 또!
20240124@톰스키친(노량진동)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