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붉은 가슴 새 한 마리, 레드브레스트 12년(Redbreast aged 12 years).
칸키쿠 트루 레드(Kankiku True Red)를 마시던 날, 서담해물에서 함께 마셨다. 멤버는 3명이었고 사케와 위스키 외에 느린마을 양조장의 약주도 한 병 더 있었기에 설마 위스키 한 병을 다 마실까 싶었는데,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위스키 한 병을 다 마셔버린 것... 그런 것 치고는 다음날 제법 멀쩡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ㅋㅋㅋㅋ
어쨌거나 위와 같은 이유로 박스에 있는 브랜드 소개나 공식 테이스팅 노트 등의 사진은 하나도 안 찍었다;;;
레드브레스트는 테이스팅 말고 제대로는 처음 마셔 보는 싱글 팟 스틸 아이리시 위스키(Single Pot Still Irish Whiskry)다. 퍼마시간 했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싱글 팟 스틸 위스키는 발아된 보리인 몰트(malt)와 발아되지 않은 보리를 각각 30% 이상 사용해 술을 빚은 후 한 증류소의 팟 스틸에서 2회 이상(보통은 3회) 증류해야 한다. 다른 곡물도 5%까지 섞을 수 있고, 몰트를 건조할 때는 피트를 쓰지 않는다. 발아되지 않은 보리를 사용한 것은 원래 영국 정부가 몰트에 비싼 세금을 매겼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보리를 섞으면 특유의 스파이시한 향과 구수한 풍미가 부각되는 매력적인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일랜드 양조장들은 이 방법을 유지했고, 아일랜드만의 전형적인 양조법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레드 브레스트(Red Breast)는 와인 수입업자이자 증류업자였던 W&S 길베이(W&A Gilbey)가 1857년 런던에 설립한 회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식 위스키 라인업이 등장한 건 1912년 이후라고. 레드브레스트라는 이름은 창립자인 길베이가 숲으로 산책을 갔다가 붉은 가슴(Red Breast)의 깃털을 가진 새를 보고 명칭을 지었다고 한다. 현재는 페르노리카(Pernod Ricard) 소속이다.
Redbreast, Single Pot Still Irish Whiskey aged 12 years / 레드브레스트, 싱글 팟 스틸 아이리시 위스키 12년
조명 때문에 컬러는 잘 안 보였지만 붉은빛이 살짝 감도는 브라운 앰버 컬러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코를 대니 꾸덕까지는 아니지만 명확한 셰리 계열의 과일 풍미와 함께 향긋 달큼한 버번 배럴의 뉘앙스가 살짝 감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죠리퐁처럼 구수한 곡물 풍미가 전면에 드러나며 은은한 스파이스가 가볍게 더해지는데, 다른 위스키에서는 찾기 어려운 유니크한 요소다. 입에 넣으면 확실히 바디는 묵직하기보다는 가벼운 느낌이며, 부드러운 질감까지 더해지면서 술술 잘도 넘어간다. 위스키 한 병을 다 비운 이유가 아닐까. 만약 이번 구매가와 유사한 가격이 눈에 띈다면 아묻따 구매 각.
보리와 맥아로 양조한 술을 포트 팟 스틸에서 3번 증류한 후 아메리칸 오크로 만든 버번 배럴과 스페니시 오크로 만든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 숙성했다.
서담해물의 다양한 안주들과 함께 마셨는데, 숙성회를 제외하고 압권은 단연 산낙지였음.
역시 낙지는 동영상으로 보는 게 국룰. 이날 긴 시간 동안 얘기하며 산낙지처럼 꼬여 있던 기분이 살짝 풀린 기분.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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