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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라가불린, 디스틸러스 에디션(Lagavulin, Distillers Edition)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5. 21.

라가불린 디스틸러스 에디션(Lagavulin, Distiller's Edition). 얼마 전 아드벡 코리브레칸(Ardbeg Corryvreckan)을 장장 5년 만에 완병한 후 오픈했다. 내가 아무리 핏찔이라지만 피트(peat) 한 병은 언제나 오픈되어 있어야 안심이 되지 ㅎㅎ

 

디스틸러스 에디션은 디아지오(Diageo)의 클래식 증류소들에서 매년 출시하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라가불린은 아드벡, 라프로익(Laphroaig)과 함께 소위 '아일라 피트 3대장'이라고 불리는 증류소. 그중에서 가장 선이 굵으면서도 온화한(?!) 피트 뉘앙스를 풍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 증류해 2020년에 병입했다. 거의 15년 정도 숙성한 셈이니 16년 숙성인 오피셜 보틀과 유사한 숙성 기간이다. 배치 넘버는 4/509, 알코올 43%. 'Double Matured'라고 표기돼 있는데, 캐스크들을 엄선해 페드로 히메네즈(PX) 캐스크에서 피니싱 했다.

 

박스 하단에 적힌 글귀가 눈길을 끈다. "시간은 불을 앗아갔지만 온화함을 남겼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까. 테이스팅 노트는 강건하고 따뜻하며 농밀한 이 특별한 라가불린을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박스 뒷면에 적힌 설명.

 

보틀은 후배에게 100ml 정도 나누어 주느라 두어 달 전에 오픈해 두었다. 그래서 더욱 마시기 좋게 변화하지 않았을까.

 

글라스는 리델 비늄 싱글 몰트 글라스를 사용했다. 향이 너무 퍼져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글라스인데, 도수가 높은 CS나 피트 풍미가 강한 위스키를 마실 때 가끔 사용한다. 향이 펴져야 외려 좀 편안한 느낌이랄까 ㅎㅎ

 

딱 취저인 밝은 앰버 골드 컬러. 병마개를 열 때부터 확연한 토스티 & 스모키 피트 뉘앙스가 잔에 따르니까 더욱 밀도 높게 드러난다. 뒤이어 말린 살구, 말린 무화 등 달콤한 과일 풍미에 바닐라, 정향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와 화한 허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농밀하고 부드러운 첫인상에 꿀 같은 풍미, 진하지만 온화한 피트 풍미가 우아하게 느껴진다.

피트 위스키이지만 강하게 쏘는 피트 풍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과일과 스파이스, 허브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멋진 위스키다. 역시 라가불린!

 

심지어 보틀 모양과 레이블 디자인까지도 마음에 든다. 하나의 아일라 증류소만 선택하라면 역시 라가불린일까. 아니야, 나머지 증류소들도 못 잃어..ㅠㅠ 언젠간 꼭 아일라 섬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보고 싶다. 아일라 섬의 모든 증류소를 여유롭게 도장 깨기 해야지 ㅎㅎㅎ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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