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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Ardbeg, Corryvreckan / 아드벡 코리브레칸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9. 12. 1.

간만에 피티한 위스키가 땡겨서. 얼마 전 라프로익 포 오크(Laphroaig Four Oak)의 바닥을 본 후라 새 보틀을 오픈했다.

 

아드벡 코리브레칸(Ardbeg Corryvreckan).

라프로익, 라가불린(Lagavulin)과 함께 피트(Peat) 향이 강한 아일라(Islay) 위스키 3대장으로 꼽히는 아드벡. 코리브레칸은 10년 숙성, 우가달(Uigeadail) 등과 함께 아드벡의 정규 라인업 중 하나다. 최근에 안 오(An Oa)가 정규 라인업에 추가되었는데 조만간 제주나 해외 갈 때 구입할 예정.

 

 

뚜껑을 열면 반가운 쇼티의 모습과 아드벡 커미티 안내. 아드벡 커미티는 우가달 샀을 때 가입했다ㅋㅋ

 

 

 

Ardbeg Committee Note 도착

어제 저녁 집에 와 보니 반가운 우편물이 와 있다. 저 멀리 스코틀랜드에서 극동으로 날아 온, 아드벡 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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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년 설립한 아드벡은 1981년과 91년 두 번의 증류소 폐쇄를 겪었다. 그 이전과 이후 몇 번의 소유권 변경이 있었고, 1997년 글렌모렌지(Glenmorangie)에게 인수된 후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으로 편입.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Jim Murray)가 특히 선호하는 위스키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저서 위스키 바이블(Whisky Bible)에서 몇 년 간격으로 아드벡의 제품들이 올해 세계 최고의 위스키, 올해의 스카치 위스키 등으로 선정되었다. 심지어 너무 자주 선정되어서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모양. 하긴, 매니악한 스타일인 아일라(Islay)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피티한 스타일로 꼽히는 아드벡이 그해 최고의 위스키로 선정된다는 게 조금 의아하긴 하네ㅋㅋ

 

 

보틀과 함께 들어있는 아드벡 커미티 가입 안내서 겸 미니 브로셔.

 

 

코리브레칸 테이스팅 노트. 'The untamed spirit of Islay'라는 표현이 코리브레칸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 같다.

 

 

알코올 함량은 57.1%. 추가로 물을 섞지 않는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라고 해도 믿을 도수지만 별도 표기가 없는 걸로 봐서는 케스크 스트렝쓰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가달도 54.2%라서 처음에는 케스크 스트렝스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듯.

 

 

백레이블에는 지도와 함께 위스키 이름의 유래가 적혀 있다. 아일라 섬과 주라 섬의 북쪽에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용돌이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게일 조상들은 이 소용돌이를 '어머니 여신' 혹은 '모든 생명체들의 자궁'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코리브레칸'이라는 표현의 유래에는 한 설화가 얽혀 있다. 박스의 뒷면에 조금 더 자세히 적혀 있는데, 바이킹의 왕자가 아일라 섬의 공주를 사랑했단다. 그의 이름은 바로 브레칸(Breacan). 그는 공주에 대한 그의 사랑과 헌신을 증명하고자 칼리아흐 베라(Cailleach Bheur) 여신의 소용돌이에서 3일 밤을 버티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배를 묶었던 세 겹의 동아줄은 하나씩 끊어지고, 그는 소용돌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하지만 칼리아흐 베라는 그의 생명을 그녀의 은신처(진흙?)으로 데려갔고, 어두운 그곳에서 그는 긴 잠을 자고 있단다. 

 

그리고 비로소 그의 생명이 부활할 때가 되었다는데...  그것은 바로 ㅎㅎㅎ

 

 

하지만 나에게 브레칸의 혼을 불러오게 한 것은 사실 한 그릇의 굴국밥이었으니. 바다 내음을 가득 품은 자연산 굴로 끓인 굴국밥을 먹다 보니 바다내음과 피티함을 물씬 풍기는 위스키가 생각났달까.

 

 

브레칸 왕자의 용기와 도전정신을 그리며... 나는 도수 높은 위스키에 도전. 사용한 잔은 리델 베리타스 스피릿 글라스.

 

 

Ardbeg, CORRYVRECKAN Islay Single Malt Scotch Whisky / 아드벡 코리브레칸 아일라 싱글 몰트 위스키

 

반짝이는 24K 골드 컬러. 작은 잔이 부족한 듯 가득 담기는 피티함, 후추와 톡 쏘는 스파이스, 그리고 토스티 힌트. 그런데 의외로 노란 완숙 핵과와 파인애플 같은 달콤한 노란 과일 향이 뒤를 받쳐 터프한 인상을 완화해 준다. 하지만 입에 들어가니 여지없이 도드라지는 피트.  알싸한 느낌에 곁들여지는 샤프란 같은 이국적인 플로럴 스파이스, 정향, 솔, 민티 뉘앙스. 무엇보다 높은 알코올을 진정시키는 듯한 환상적인 밸런스가 일품이다. 아주 조금씩 입에 머금고 길게 이어지는 뉘앙스를 즐겨야 할 위스키다.

 

훌륭하다.

 

 

며칠 뒤에 쇼트 즈위젤 모도 시리즈 언더락 글라스를 산 김에 언더락으로도 마셔 보았다. 

 

 

결론은 세상 비추! 언더락으로 마시면 피트 향이 과하게 드러나고 잘 잡혀 있던 밸런스가 깨지는 느낌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보다 훨씬 부담스러운 느낌이랄까. 언더락은 터프한 타입보다 멜로한 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듯.

 

 

음주 후 수영 금지... 는 아니고;;; 브레칸 왕자의 명복을 빌며.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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