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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아지트 같은 퓨전 비스트로, 피쇽(Pii Shock)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7. 13.

좋은 사람들을 만나러 처음 방문한 비스트로 피쇽(Pii Shock).

 

남영역이나 숙대입구 역에서 도보 7~10분 정도 걸리는데 골목 난이도(?)가 꽤 높다. 초행길인 사람은 지도를 잘 보며 찾아가는 게 좋을 듯. 하지만 그런 부분이 아지트적인 느낌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요렇게 외부에 쌓인 와인병 또한 그렇고.

 

반면 내부는 파인 다이닝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원목의 느낌을 살려 만든 원형 테이블도 특이하고. 같은 재질로 만든 묵직한 느낌의 의자는 딱딱해서 처음엔 살짝 불편한 느낌이었는데,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마시다 보니 불편한 느낌은 어느덧 사라져 버렸다.

 

메뉴. 천으로 만들어 돌돌 말아 둔 것이 특이하다. 동행인 하나가 '고정 메뉴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가'라고.. ㅋㅋㅋ

 

메뉴는 스타터와 파스타, 메인, 디저트로 나뉘어 있다.

 

다양하진 않지만 구성이 상당히 좋다. 한우 채끝과 양갈비로 구성된 메인은 가격이 좀 있어 보이지만, 나머지는 가격도 비교적 리즈너블 해 보이고.

 

종이로 된 것은 음료와 주류. 제법 다양한 와인들이 구비돼 있는 것 같고 가격대도 다양하다. 매장에서 직접 주문해 마셔도 괜찮을 듯.

우리는 BYOB로... 콜키지는 병 당 2만 원.

 

글라스 와인들. 그리고 위스키도 글라스로 파시는 것 같다. 나중에 기회 있으면 위스키로 마무리를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일단 내가 가져온 와인은 칠링해 두고,

 

일행들을 기다리며 매장에서 맥주를 한 병 주문해 마셨다. Brasserie De L'Âne Volant, Anesthesie Bière Ambree. 처음 보는 맥주인데, 검색해 보니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생산했다.  

 

프랑스 앰버 비어라니 어떤 스타일인가 궁금해서 설명을 부탁드리니 와인 같은 뉘앙스를 지닌 맥주라고.

 

그래서 사워 에일인가 싶었는데, 글라스에 얼음을 채워서 내주신다. 그리고 맛을 보니, 확실히 신선한 붉은 과일 풍미가 있는데, 희한하게 산미는 적고 맥아 등 곡물 뉘앙스 또한 확실하다.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상쾌한 홉 향 또한 은은하지만 명확히 드러나고. 상당히 매력적인 맥주다. 

 

일행이 다 모여 샴페인 오픈. Champagne Louise Brison, Millesime 2017. 워낙 샴팡 잘알이신 분이 가져온 거라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를 만족시키고 남았다.

은은한 앰버 골드 컬러에 구수한 브리오슈와 이스티 뉘앙스, 모과 같은 풍미에 곁들여지는 시트러스 산미. 부드럽고 고급진 미감을 타고 잘 익은 황도와 패션프루트 같은 풍미가 드러난다. 은은하고 그윽한 피니시까지 모난 데 없이 편안한 샴페인. 

 

크리스탈 와인 셀렉션에서 수입하는 와인이다. 와인은 잘 고르는 데가 잘 고른다. 오크 배럴에서 발효 및 9개월 숙성했고 병입 후 장기 숙성했다. 2017년 빈티지인데 데고르주멍은 2023년 7월. 최소 5년 이상 숙성했다는 얘기. 도자주를 하지 않은 Brut Nature 와인이다.

 

캡슐도 참 예쁘다. 솔직히 샴페인 주요 3개 지역을 제외한 꼬뜨 드 세잔(Cote de Sezanne), 꼬뜨 데 바(Cote des Bar) 등의 지역에는 다소간의 편견이 있었는데, 이런 와인을 계속 만나게 되면 편견이 깨질 수밖에 없다.

 

한우 타르타르. 우둔 1++(9)에 토마토와 커리를 더했다.

 

뿔소라, 양송이. 뿔소라 안에 양송이와 뿔소라를 잘게 다져 넣은 후 바질 페스토로 덮어 구웠다. 아래 흙처럼 데코 된 것은 크리스피 한 빵(?) 가루. 비주얼과 맛, 식감을 모두 잡았다.

 

Domaine du Pelican, Arbois Savagnin Maceration Pelliculaire 2019. 브렛 같은 꿈꿈한 힌트가 살짝 드러나는데, 고혹적인 이스트, 자몽, 복숭아 넥타 같은 풍미를 덮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과 미네랄, 우아한 산미. 싱그럽고 톡 쏘는 신맛이 아니라 복합적인 풍미와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게 드러나는 신맛이다.

파인 다이닝에 곁들일 만한 화이트. 아마도 우이에(ouille)를 하지 않고 효모막 아래서(sous voile) 만든  와인일 것 같다. 

 

 

Ornellaia 2005, 그리고 Castello di Ama San Lorenzo 2011, Domaine du Pelican Arbois Chardonnay 2016

자그마치 베스트 빈티지의 오르넬라이아 2005(Ornellaia 2005)를 만났다. 감격. 다른 두 생산자도 모두 그 동네의 갑사마들. 나란히 세워놓으니 마치 미인대회 결선 같다. Tenuta dell'Ornellaia, Ornellaia 2005

wineys.tistory.com

부르고뉴의 명가 마르퀴스 당제르빌(Marquis D'Angerville)에서 설립한 도멘 뒤 펠리칸(Domaine du Pelican)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위 포스팅 참고.

 

비지 파스타. 한치가 식감을 더한다. 평범한 듯 하지만 편안함 속에 특별함이 있는 디시.

 

바질 파스타. 위에 얹은 고사리 튀김이 맛이나 질감이나 킥이다.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디시.

 

새우 파스타. 껍질을 갈아 만든 피스큐 소스가 진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풀 바디 화이트 혹은 스파클링 와인과 궁합 좋을 듯.

 

세 번째는 레드 와인. Marchand Tawse, Nuits-Saint-Georges, Premier Cru Les Perrieres 2013. 구수한 토스티 오크가 명확히 드러나는데 산딸기, 블루베리 등 다양한 검붉은 베리 아로마가 밀리지 않고 댓구를 이룬다. 영롱하면서도 농익은 과일 풍미에 청량음료처럼 알싸한 허브 스파이스와 미네랄. 명확하고 강렬한, 딱 적당하게 숙성돼 그저 맛있는 부르고뉴.  

 

지인이 일본(?) 여행에서 사 온 보틀인데 역시 와잘잘. 특히 불곤은 더욱.

 

새우 파스타가 부르고뉴랑 살짝 튀어서 추가 주문한 한우 1++ 라구 소스 & 꽈리고추 파스타. 풍미의 밀도는 진한데 부담스럽거나 느끼하지 않고 편안한 맛을 선사한다. 메인 디시들의 가격이 살짝 있는 편이기 때문에 요걸 메인 대신 주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분위기는 캐주얼 다이닝, 음식 퀄리티와 호스피탈리티는 파인 다이닝. 다음에 좋은 사람들과 꼭 다시 방문해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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