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덕분에 방문하게 된 샤토 나로(Chateau Naro).
서울역 15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다. 살짝 오르막이기 때문에 한여름에 걷기는 살짝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방문해 보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다.
샵 안 선반에 와인들이 제법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대부분 가격 부담이 적은 데일리 와인 중심이다. 화이트의 비중이 높은 편이고, 내추럴 와인도 은근히 보인다.
냉장고에도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들이 제법 많이 있다. 시원하게 칠링 된 상태니 바로 오픈해서 마실 수 있다.
평상시에는 올리브나 치즈플래터 등과 함께 구매한 와인을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배달 음식을 시켜도 된다고. 케이터링을 예약하면 하루 한 팀만 이용하는 원테이블 레스토랑이 된다. 아는 사람들끼리 편안한 와인 모임이 가능하다.
인테리어와 조명이 아주 편안하다. 외진 곳에 있어서인지 소음도 없어서 좋다.
첫 병은 내가 가져간 Benedicte et Stephan Tissot, Cremant du Jura Indigene.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와인이지만 가격도 비싼 편인 데다 구하기도 쉽지 않다. 작년 봄에 샀는데 좋은 자리에서 마시려고 쟁여 두고 있던 녀석. 샤르도네(Chardonnay) 50%, 피노 누아(Pinot Noir) 40%에 풀사르(Poulsard)와 트루소(Trousseau)를 각 5% 블렌딩 했다. 알코올 12.5%.
옐로 골드 컬러에 조밀한 버블을 타고 농밀한 핵과 풍미와 밀랍 힌트, 이스트 뉘앙스가 힘 있게 드러난다. 입에서의 질감 또한 비교적 두툼한 편이고, 과일 풍미와 이스트 뉘앙스가 피니시까지 길게 이어진다. 약간 와일드한 스타일이 외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쥐라 크레망.
그 사이 메인 디시 참치회는 착착 준비되고,
세 접시로 나뉘어 서빙됐다.
요게 2인분이니 웬만한 참치 전문점 상급 메뉴보다 양도 많고 구성과 퀄리티도 좋은 듯.
오랜만에 참치였는데 정말 맛있게 잘 먹은 듯.
그런데 다음에 나온 생새우가 또 발군이었다. 완전 탱글한 식감에 비린내가 1도 없이 깔끔한 새우의 단맛. 앞서 먹은 참치가 기억이 안 날 정도의 최상급 새우랄까.
그에 맞춰 샴페인 등장. Champagne Laurent Lequart, Heritiere Assemblage 3 Cepages Extra Brut. 옅은 레몬 골드 컬러에 크리미한 버블. 입에 넣으면 깔끔하고 상큼한 레몬 산미와 함께 사과, 서양배, 백도 등 가볍고 밝은 과일 풍미가 우아하게 드러난다. 먼저 마신 크레망 인디젠이 조금 거친 느낌이라면, 샴페인 헤리티에르는 한층 정제된 느낌. 각자의 매력이 있는 것이겠지만
발레 드 라 마흔(Vallee de la Marne)에서 재배한 뫼니에(Meunier) 40%, 피노 누아(Pinot Noir) 40%, 샤르도네(Chardonnay) 20% 블렌딩 했다. 빈티지는 2018년을 베이스로 2016, 2017년을 블렌딩 했으며 데고르주멍은 2023년 4월. 병입 후 대략 4년 남짓 숙성한 셈. 도자주는 리터 당 6g.
예전에 스시이젠에서 맛있게 마셨던 적이 있는 생산자다. 그땐 블랑 드 블랑과 2010 빈티지를 마셨는데 가격만 괜찮다면 종종 마시고 싶은 샴페인이다.
이외에 Aurelien Verdet, Vosne-Romanee Vieilles Vignes 2018 한 병을 더 마시고 샤또 나로의 와인들을 네 병 주문해 마셨다. Broadside Chardonnay, Lou Gat Purple, Born to Be Wild Bobal, Nerd Nero d'Avola 등인데 모두 편안하게 마실 만한 와인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역시 음식. 부라타 치즈를 곁들인 천도복숭아 샐러드인데 입을 씻기에 매우 적절했다.
올해 첫 무화과를 이렇게.
프로슈토와 루꼴라를 곁들여 치즈를 갈아 냈는데 궁합 무엇...
파프리카 볶음을 곁들인 삼겹살 수육.
그런데 파프리카가 안 보일 정도로 수육 자체에 배인 양념이 넘나 맛있었다. 다른 소스나 곁들임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
와, 이집 음식 정말 뭐 하나 버릴 게 없다.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은 곳.
와인들도 다 맛있고 흥미로웠다. 사실 음식이 맛있으니 와인은 그냥 거들뿐.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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