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방문하는 스시이젠(鮨いぜん). 연초에 방문하고 오랜만이다. 그새 느낌이 살짝 달라졌다. 물론 더 좋은 방향으로.
언제나 만족스러운 스시이젠.
그림 아래 못 보던 인형이 하나 앉아 있다. Dior와 KAWS의 콜라보...
KAWS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미국의 팝 아티스트. BTS 등 셀럽들도 그의 작품을 많이 구입한다고.
네타 박스도 하나 생겼다.
준비한 와인들. 여기에 조금 늦은 멤버가 가져온 한 병이 더 붙었다. 그런데 초점구도 무엇...ㅠㅠ
이거나 저거나 뭐.... 발로 찍었나;;;
식전주로 샴페인부터. Champagne Laurent Lequart, Blanc de Blancs Brut.
시트러스 필처럼 상큼하면서도 톡 쏘는 느낌, 잘 익은 사과, 가벼운 이스트가 향긋하게. 입에 넣으면 새콤한 산미, 완숙 핵과 풍미와 함께 사과 꿀 같은 뉘앙스가 대단히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질감은 레이스처럼 하늘하늘한 것이 잘 익은 블랑 드 블랑의 전형. 첫 잔으로 완벽했고, 뒤에 나오는 스시들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점토-석회질 토양에서 재배한 샤르도네(Chardonnay) 100%를 손 수확해 섬세하게 선별해 사용한다. 낮은 온도에서 12시간 정지한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며, 젖산 발효가 끝나면 병입해 36개월 숙성한다. 리저브 와인 사용 비율은 25%, 도자주는 리터 당 9g.
샴페인 로랑 르카르(Champagne Laurent Lequart)는 발레 드 라 마른의 파시 그리니(Passy-Grigny) 마을에서 4대를 이어 오로 있는 가족경영 샴페인 하우스다. 1988년부터 지속가능 농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HVE (High Environmental Value) & VDC (sustainable Viticulture in Champagne) 등 두 개의 인증을 받았다. 보유한 포도밭은 11.4 헥타르로, 포커스는 역시 발레 드 라 마른의 메인 품종인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파시 그리니 마을은 햇살이 잘 들고 다양한 토양이 섞여 있어 견고한 구조와 우아함을 겸비한 샴페인이 나오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로랑 피카르는 양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두고 8만 병 정도의 비교적 소량만 생산하고 있다. 포도는 손으로 수확하며 발효 및 병입, 숙성 등 양조의 전 과정은 현대적인 시설에서 철저한 위생 및 온습도 관리 하에 진행한다.
전복을 올린 계란찜으로 본격 시작.
적당한 바다내음의 밸런스가 아주 좋았던 갯가재.
봄이 오긴 왔구나...
두 번째 샴페인. Champagne Laurent Lequart, Millesime 2010 Extra Brut. 같은 생산자의 밀레짐이다.
갓 구운 브리오슈 같은 이스트가 전면에 드러난다. 그런데 의외로 제법 상큼한 시트러스와 사과 풍미가 이스트를 뚫고 찔러 오는 느낌. 입에서는 밀도 높은 핵과 풍미에 단단한 구조, 바디감도 제법 느껴진다. 첫인상은 좀 딱딱하다... 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한 이스트와 부담스럽지 않은 버터리 힌트가 예쁘게 드러난다.
앞의 블랑 드 블랑이 즉각적인 매력을 선사했다면, 요 밀레짐은 좀 천천히 여유롭게 즐겨야 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러닝 빈티지가 아니어서인지 홈페이지에는 정보가 없지만, 백레이블의 설명이 상당히 자세하다. 점토 석회질, 점토 모래질 토양에서 재배한 샤르도네와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를 절반씩 사용하며, 발효는 오크에서 진행하는 듯. 병입이 2011년 6월, 데고르주멍이 2019년 7월이니 8년 숙성한 셈이다. 도자주는 리터 당 5g.
참치 데마키. 한 번 쥐었다 폈더니 비주얼이 엉망... 하지만 맛은 훌륭 ㅋ
아귀 간도...
해장을 먼저 하는 기분.
스시는 뭐 그냥 무지성 흡입. 그냥 맛있다.
원래 맛있지만 다들 오늘은 특히 맛있다며 극찬을...
첫 번째 화이트, Domaine Alain Chavy, Puligny-Montrachet 'Les Charmes' 2018.
오크 바닐라, 삼나무 등 오크 뉘앙스와 갓 구운 빵 같은 이스트 향이 노란 열대 과일과 완숙 핵과 풍미와 어우러져 대단히 매력적인 첫인상을 선사한다. 그런데, 입에서는 산미가 살짝 가볍고 버터리 한 느낌이 생각보다 진하게 드러나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백도, 흰 자두 과육 같은 풍미가 우아하게 드러나 입안을 채우는 원만한 볼륨감과 균형을 이루며 매력을 발산한다. 조금 더 셀러링 후에 마셨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라는 아쉬움. 그래도 맛있었다.
손 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오크통에서 발효한 후 400리터 오크통과 228리터 오크통(25% new)에서 숙성한다.
요 와인이 나오는 '레 샤름'은 퓔리니 뫼르소(Meursault)와 인접한 몽라셰 북동쪽 코너에 있다. 묵직한 점토와 석회암이 섞인 토양으로 퓔리니 몽라셰의 우아한 미네랄리티를 제대로 표현하는 와인이 나오는 포도밭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북쪽의 뫼르소의 '레 샤름-데수(les Charmes=Dessous)'는 프르미에 크뤼(1er Cru)인 걸 보면 부르고뉴 테루아의 오묘함을 실감할 수 있다.
도멘 알랭 샤비(Domaine Alain Chavy)는 쀨리니 몽라셰(Puligny-Montrachet)에서 200년 이상 포도를 재배해 온 샤비 가문의 일원이다. 샤비 가문은 재배한 포도를 네고시앙에 판매하다가, 알랭의 아버지 제라르 샤비(Gérard Chavy)가 1986년 자체 병입을 시작했다. 알랭은 그의 형제 장 루이(Jean-Louis)와 함께 아버지를 도와 일했고, 이는 1997년 아버지가 은퇴한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2003년 형제는 13ha의 포도밭을 절반으로 분할해 각자의 도멘을 설립했다. 알랭은 퓔리니 몽라셰 마을의 오래된 저택을 구매해 커다란 지하 셀러를 짓고 빼어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알랭 샤비의 포도밭은 대부분 퓔리니 몽라셰에 있으며 샤샤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 뫼르소(Meursault), 생 토방(Saint-Aubin) 등 인근 마을에도 일부 있다. 그는 슈발리에 몽라셰(Chevalier-Montrachet) 그랑 크뤼 외에 레 푸셀(Les Pucelles), 레 클라부아용(Les Clavoillons), 레 폴라티에르(Les Folatières) 등 퓔리니 몽라셰의 빼어난 프리미어 크뤼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포도는 모두 화학물질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뤼트 레조네(lutte raisonnée) 방식으로 재배하며, 생리적 성숙도와 신맛의 균형이 적절한 시점을 판단해 손으로 수확한다. 발효는 배럴에서 진행하며, 전통적인 225 리터 오크통 80%와 400리터 오크통을 20%에서 16개월 숙성한다. 새 오크의 비율은 25%를 넘지 않고, 바토나주 또한 최소화해 순수한 포도의 풍미를 살린다. 이런 재배 및 양조과정에는 탄탄한 구조감을 바탕으로 테루아를 잘 드러내는 장기 숙성형 와인을 추구하는 알랭 샤비의 양조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아까미.
오도로.
멤버 중 한 명이 특히 사랑하는 에비 프라이. 위에 뿌려진 실파가 풍미를 돋워 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계속 떨어져서... 바닥이 파천지가 되었다는 ㅋㅋㅋ
새끼 도미... 카스고라고 하셨던가. 위에 유자를 살짝 올려서 풍미를 더했다.
두 번째 화이트. Joseph Colin, Chassagne-Montrachet 2020. 나름 퓔리니와 샤샤뉴 마을, 샤비와 콜랭 가문의 비교다ㅋ
신선하고 가벼운 허브, 재스민, 흰 꽃, 백도, 흰 자두, 그리고 깨 볶는 듯한 고소함과 영롱한 미네랄. 입에서도 깔끔한 산미와 상큼한 사과, 보리수 같은 풍미가 대단히 순수하게 드러난다. 구조감은 빈틈없이 견고한데, 이상하게 친근한 느낌. 아직 많이 어리지만 편안하게 마실 수 있었고, 숙성 후의 모습까지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역시 콜랭 가문... 접근 가능할 때 자주 즐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첫 향은 알랭 샤비, 전체적인 밸런스와 스타일은 조셉 콜랭의 와인이 마음에 들었다. 그냥 봐도 순서를 바꿔서 마셨어야 했는데, 넘나 생각 없이 가까이 있는 것부터 그냥 마신 것... 그랬는데도 그냥 행복했던 것 ㅋㅋㅋㅋ
조셉 콜랭(Joseph Colin)은 꼬뜨 드 본(Cote de Beaune)의 명가 콜랭 가문의 자손 중 하나다. 그의 아버지는 마르크 콜랭(Marc Colin), 형은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PYCM의 피에르 이브 콜랭(Pierre Yves Colin). 마르크는 그의 네 자식들에게 24 헥타르의 포도밭을 공평히 나누어 주었고, 피에르 이브는 2005년 자신의 지분 6 헥타르를 가지고 독립해 와이프 카롤린 모레이(Caroline Morey)와 함께 PYCM을 설립했다. 조셉은 두 동생 다미안(Damien), 카롤린(Carolin)과 함께 도멘 마르크 콜랭의 이름으로 2017년 빈티지까지 와인을 만들다가 독립해 자신의 도멘을 설립했다. 독립 전에는 형 피에르 이브 콜랭의 도멘에서도 일을 도왔던 듯.
그는 테루아를 명확히 표현하고 순수한 과일 풍미를 드러내는 와인을 추구한다. 그래서 포도를 비교적 일찍 수확해 산도를 확보하고, 이산화황 사용은 최소화한다. 실제로 양조 중에는 이산화황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병입 할 때만 조금 사용한다. 숙성에는 커다란 오크통을 사용하며 랙킹(racking), 바토나주(Battonage), 정제 및 여과를 하지 않는다. 이런 양조 및 숙성 과정을 통해 과일 풍미와 산미, 미네랄리티는 명확히 드러내고 산화 및 오크 뉘앙스는 최소화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포도밭으로, 나무 한 그루에서 6~7송이의 포도만 수확할 정도로 소출을 최소화한다.
무늬오징어.
우니.
아마에비.
관자.
이건 뭐였더라...
꼬순 쥐포 풍미가 매력적이었던...
탱글탱글한 소바로 마무리.
들기름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옳다.
오랜만에 5명이 4병으로 마무리. 억지로 참은 것도 아니고 딱 즐겁게 마신 느낌. 다들 어제 그제 달린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ㅋ항상 이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다음에 또.
20230421 @스시이젠(신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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