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비스트로, 시칠리 블루스(Sicily Blues). 능력자 지인이 검색으로 찾아낸 곳이다. 인당 4.5만 원으로 10명 예약했는데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제공해 주셨다. 아마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프로모션 차원에서 혜택을 주신 듯. 와인을 지참하고 방문할 예정이라면 꼭 사전 확인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방원시장 방향으로 쭉 직진해 7분 정도 거리다. 좀 머네..? 언제 나오지 하는 순간 왼쪽에 보인다.
준비된 와인들. 메인 와인은 1시간 전에 디캔팅을 해 두셨다고.
오징어 &전복 세비체. 전복 아래 치즈와 버섯을 섞은 것이 깔려 있고 오른쪽 빨간 것은 말린 토마토를 올리브 오일과 각종 허브 등에 절인 것이다. 하나하나가 다 맛있었음.
요건 비건식으로 만든 쿠스쿠스 라따뚜이. 상당히 담백한 맛이라 입을 씻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조개와 말랑한 뇨끼, 빵을 곁들인 콘소메. 하나하나가 다 맛있었는데, 특히 뇨끼의 질감이 아주 독특했다.
뵈프 부르기뇽. 4시간 반 동안 뭉근하게 졸였는데 갈비찜처럼 친근한 맛이다. 와인 안주로 더할 나위 없다.
추가로 시킨 라구 파스타. 셰프님 요리에 진심이신 듯.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와인에도 진심이시다. 원래는 와인이 주전공인데, 음식 쪽으로 넘어오신 거라고.
다만 하고 싶은 것, 드러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조금 더 디시를 정제하셔서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신다면 더 인상 깊은 요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여긴 또 오게 될 듯.
오늘의 메인 와인이었던 Domaine Lecheneaut, Nuits-Saint-Georges 1er Cru 'Les Damodes' 2022. 프랑스에서 핸드 캐리 해 온 녀석인데 1시간 반 정도 디캔팅을 해 두셨다고. 확실히 어린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넘나 맛있게 마셨다. 시간이 지나며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도 매력적이었고.
또 하나의 핸드 캐리 와인 Vincent Girardin, Chassagne-Montrachet 1er Cru 'Morgeot' 2017은 코코넛, 바닐라 같은 오크 뉘앙스와 열대과일 같은 완숙 과일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 역시 10년 정도는 더 숙성할 수 있어 보였지만 현재도 충분히 맛있었다. 확실히 최근엔 부르고뉴 조차 빠르게 마셔도 맛있는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듯.
그리고 La Spinetta, Barbaresco Bordini 2019. 아직 많이 어린데도 간장 같은 숙성 부케가 은근히 드러나서 놀랐다. 라 스피네타 와인은 특히 견고한 장기 숙성형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보틀 베리에이션일까. 어쨌거나 맛있었으면 됐지 머.
사실 이날 와인들이 다 맛있었다. 그냥저냥 한 와인조차 없었달까. 헝가리의 내추럴 와인과 레드 와인, 레바논 와인, 샤스 스플린, 심지어 모에 샹동까지도. 사람이,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일까.
요건 다른 분이 독일에서 핸드 캐리 해 온 아페리티프 용 리큐르인데, 주로 프로세코 같은 스파클링 와인에 첨가해 마신다고 한다. 우리는 얼음 & 카바에 곁들여 마셨는데, 약재향이 풍성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자몽 같은 시트러스 뉘앙스가 살짝 더해진다. 그런데 리큐르 자체를 맛보니 쌉싸름한 자몽 풍미가 훨씬 강한 듯. 원랜 아페리티프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지만 마지막 입가심용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어쨌거나 콜키지 정책이 바뀌기 전에 꼭 다시 와야 할 곳.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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