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고 싶지만 예약이 쉽지 않은 스시이젠(鮨いぜん).
그래도 벌써 10번째다.
지난 방문은 3월이었는데, 점점 방문 간격이 길어지고 있다;;; 다음 예약은 내년 2월... 이날 멤버와의 예약은 내년 12월이다. 올해 12월이 아니고 내년 12월... ㄷㄷㄷ;;;
도착하니 이미 칠링 되고 있는 누군가의 샴페인. 아이스 버킷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보글보글 재미있는 ASMR이 들렸다.
내가 준비한 사케는 IWA. 샴페인 동 페리뇽(Dom Perignon)의 카브 드 셰프(Cave de Chef) 출신 리샤 조프루아(Richard Geoffroy)가 만드는 사케다.
작년 12월 교토 여행에서 사 온 사케인데, 스시이젠에서 이날의 멤버들과 마시려고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차완무시로 시작. 안에 스트링 치즈 같은 게 들어 있어서 식감이 쫄깃했다.
막 갈아주신 생 와사비. 향긋한 향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게 일품이었다. 와사비만 먹어도 별로 쌉쌀하지 않았는데, 먹은 후에 톡 쏘는 느낌이 은근하게 올라왔다.
사시미로 시작.
Champagne Pierre Gerbais, Grains de Celles Extra Brut. 처음에는 은은한 이스트 뉘앙스가 감도는가 싶었는데, 입에 넣으니 시트러스와 사과 같은 신선한 과일 풍미가 도드라진다.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기본기 좋은 샴팡.
세파주는 피노 누아(Pinot Noir) 50%를 기반으로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블랑(Pinot Blanc) 각 25%. 메인 빈티지는 2020년. 데고르주멍이 2023년 4월이니까 2년 정도 병입 숙성한 셈이다.
전복.
주인공은 게우로 만든 소스였다. 혀로 핥아먹고 싶은 기분이 드는 맛.
첫 샴페인을 엄청 빨리 마시고 두 번째 샴페인. 지인이 프랑스에서 핸드 캐리 해 온 녀석이다.
Champagne Billecart Salmon Brut Sous Bois. 가장 먼저 특징적인 바닐라 향이 우아하게 드러난다. 입에서 넣으면 자몽과 오렌지 같은 시트러스 풍미에 시나몬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가 예쁘게 곁들여진다. 상당히 선이 굵으면서도 우아하고 부드러운 샴페인이다.
그랑 크뤼와 프르미에 크뤼에서 재배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발레 드 라 마른(Vallee de la Marne)의 뫼니에(Meunier)를 사용해 저온의 오크통에서 발효 및 숙성했다. 일부는 젖산발효를 했으며 리저브 와인은 30~35% 블렌딩. 병입 숙성 기간은 6~7년으로 제법 길다. 도자주는 리터 당 7g.
문어. 단짠 소스가 일품이다. 빌카르 살몽 수스 부아와 찰떡궁합.
초반인데 데마키가 나온다.
청어에 시소를 곁들인 좋아하는 조합. 꼬다리를 받아서 넘나 기뻤다^^
은행을 곁들인 옥돔 구이.
맛도 맛이지만 살려 쓰신 저 껍질() 부분의 식감이 아주 좋았다. 한결같으면서도 이렇게 변주를 주시는 부분이 스시이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잘 발라진 게살. 가장 맛있는 게는 역시 남이 발라준 게다.
Champagne Delamotte, Blanc de Blancs 2014. 이스티, 토스티, 너티한 뉘앙스가 잔잔한 과일 풍미를 감싼 레이스처럼 넘나 예쁘게 드러난다. 진정 밸런스 좋고 우아한 블랑 드 블랑. 딱 적절하게 익었다.
그랑 크뤼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로 양조해 오크 및 병에서 6년 이상 숙성했다. 도자주는 리터 당 6.5g.
관자.
고깃국으로 중간 해장을 하고,
Champagne Guy Michel & Fils, Paris Folies Brut 2000. 숙성 부케와 독특한 허브 스파이스가 오묘하게 어우러져 개성적인 스타일을 드러낸다. 버블은 부드럽게 녹아들었고, 바디와 구조감은 생각보다 가벼운 편. 투명한 보틀과 이국적인 레이블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샴페인.
샤르도네 70%, 뫼니에 20%, 피노 누아 10%를 사용했으며 젖산발효를 하지 않았다. 기 미셸은 5대를 이어 오는 샴페인 하우스다. 대부분의 샴페인을 15년 이상 장기 숙성해 출시하는데, 날카로운 신맛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젖산 발효 대신 장기 숙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데고르주멍은 2021년, 도자주는 리터 당 5g.
샴페인 코르크가 꽃처럼 예쁘게 쌓였다.
본격적으로 스시 시작.
주시는 대로 날름날름 흡입.
정말 입맛에 딱 맞는다. 고향집에 온 기분.
IWA 오픈. 트위스트 캡이 아니라 와인처럼 비노락으로 마감했다.
구수한 곡물향이 차분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매끈한 질감에 드라이한 미감. 처음엔 좀 심심하다 싶었는데, 한 모금 두 모금 마실 수록 변화가 느껴진다. 온도가 살짝 오르니 주질도 매끈해지는 것 같고, 맛은 드라이하지만 옥수수처럼 달달한 곡물 뉘앙스가 살짝 올라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배가되기 때문에 천천히 마시는 게 좋을 듯. 이번 연말의 일본 여행에서도 공항에서 눈에 띄면 한 병 사 와야 할 것 같다.
아까미,
그리고 도로. 진짜 먹은 듯 안 먹은 듯 술술 넘어간다.
대망의 새우튀김. 이건 진짜... 먹을 때마다 감동이다ㅠㅠ
스시 한 점 더 먹고,
업장에서 주문한 니후다자케 비젠오마치 준마이다이긴조(荷札酒 備前雄町 純米大吟釀). 향긋한 꽃향기와 백도, 흰 자두 같은 달콤한 과일 풍미가 은은하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가벼운 단맛이 느껴지며 밸런스가 좋고 부드러운 질감의 사케.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니카타현(新潟県)의 카모니시키슈조(加茂錦酒造)에서 만드는 사케로, 오카야마현(岡山県)의 오마치를 80% 이상 사용한다. 정미보합은 50%, 알코올 15%. 도수가 제법 높은 편인데, 이렇게 달콤한 맛이 나는 게 놀랍다. 쌀을 상당히 많이 쓴 듯.
예쁜 카타구치(片口)를 내주셨다. 사케를 자주 마신다면 요렇게 술 더는 도쿠리 하나 장만하는 것도 좋을 듯.
술을 따라놓으니 더 예쁘다.
클래식한 술잔. IWA는 유리 고블릿 글라스에 마셨다.
아마에비.
소면으로 이미 빵빵한 배를 다시 채운다. 하지만 탱글한 면발과 감칠맛 넘치는 육수가 절로 젓가락질을 부른다.
'못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카피가 떠오르는.
마키로 마무리.
그리고 안주용으로 달콤 짭조름한 일식 김을 내주셨는데, 김과자처럼 바삭하고 맛이 좋았다. 이걸로 사케를 두어 잔이나 더 마신 듯.
들기름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
언제나 만족스러운 스시이젠. 벌써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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