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귀인들과 요수정에. 주호전설은 후배가 먹어 본 숙취해소제 중 가장 효능이 좋은 것 같다고. 오키나와 산 우콘 100%라서(?) 그런 건가ㅋㅋㅋㅋ
와인 라인업. 귀인들이 등장하시니 라인업의 퀄리티가 넘나 올라가 버렸다...
Champagnr Drappier, Clarevalis Extra-Brut. 드라피에 특유의 섬세한 산미도 산미지만 드라이한 미감과 은은한 이스트 풍미가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안주 없이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어 스타터로 아주 제격이었던 샴팡.
백 레이블엔 클레어발리스(Clarevallis)라는 이름의 유래가 적혀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피노 누아(Pinot Noir) 75%, 뫼니에(Meunier) 10%, 샤르도네(Chardonnay) 10%, 현지에서 블랑 브라이(Blanc Vrai)라고 부르는 피노 블랑(Pinot Blanc) 5%로 양조했다. 도자주는 리터 당 4g의 익스트라 브뤼 스타일.
음식은 8만 원짜리 믿고 맡김 코스로 ㄱㄱ
나중에 피순대도 2개 시켰다 ㅋ
스타터는 통영 돌굴. 노로 바이러스 검사를 통과한 아주 깨끗한 녀석이라고. 짭조름한 굴 풍미가 한 점 먹기에 아주 좋았다.
이어지는 어마무시한 샴페인.
Taittinger, Comtes de Champagne Grands Crus Blanc de Blancs 2011. 진짜 오랜만에 만난다. 코를 대니 바밤바가 연상되는 고소하고 달콤한 견과, 이스트, 구운 빵 같은 뉘앙스가 동시에 드러난다. 거기에 흰 꽃 향기와 백도 같은 과일 풍미가 곁들여지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황홀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기존에 마셨던 꽁뜨 드 샹파뉴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런 만큼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10년 전쯤 신라호텔의 미슐랭 스타 중식당 팔선에서 클로비스 떼땅져가 참석한 디너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이후에도 맛봤던 꽁뜨 드 샹파뉴는 조금 더 섬세했던 기억인데, 이날은 왜 이리 선이 굵었을까^^ 아마 숙성이 조금 빨리 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만큼 숙성 후의 풍미를 조금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깨끗한(?) 백 레이블. 그렇지. 꽁뜨 드 샹파뉴 정도 되면 굳이 설명이 불필요하지.
숙성 방어회.
와, 비주얼만으로 방어의 기름진 맛이 느껴지는...
고소한 지방의 맛과 소스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고성 말똥성게알.
사진을 찍진 못했는데, 타르트 아래 붙은 땅콩잼 베이스(?)의 크림이 킥이었다. 의외의 맛이 성게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달까.
숙성 삼치에 30개월 숙성한 사르데냐 치즈, 누룩 소금을 곁들였다.
레몬 커스터드를 곁들인 무늬 오징어. 요즘 무늬오징어 철이라는 얘긴 들었지만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만나는구나~
접시도 참 예쁘고...
살짝 끈적한 듯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곁들인 레몬 커스터드가 무늬오징어의 질감에 착 붙어서 풍미를 더한다.
가을 꽃게. 상큼하면서도 크리미한 소스를 더했다. 이런 스타일의 소스가 요수정의 시그니쳐인 듯. 개인적으로 이날의 일미였다.
생 타코. 웬만한 전문 타코집 찜 쪄먹는 맛.
Thackrey & Co., Pleiades 28th Edition. 피노 누아 베이스의 와인이라고 들었는데 풀 바디에 단단한 구조, 진한 검은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나 깜짝 놀랐다. 토스티한 오크 뉘앙스와 강하지 않은 산미 또한 피노 누아 중심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달까. 하지만 '품질'과 '맛'의 관점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와인이었다.
요 와인은 다양한 품종등을 각각 양조해서 숙성한 후 최종적으로 블렌딩한다. 이번 에디션은 검색해 보니 시라(Syrah), 산지오베제(Sangiovese), 무르베드르(Mourvèdre), 바르베라(Barbera), 카리냥(Carignan), 쁘띠 시라(Petite Sirah), 비오니에(Viognier) 등.
레이블에 로마 숫자로 적힌 것이 에디션이다. 그러니까 요 보틀은 28번째 에디션.
생산자인 션 태커리(Sean Thackrey)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듯.
생면 파스타. 고기 소스를 곁들였는데 생면의 질감, 풍미와 아주 잘 어울린다.
와규 채끝 스테이크. 지방과 살코기가 어우러져 쫄깃한 질감이 인상적이었는데, 지방 풍미가 상당히 강하게 감돌았다. 호불호가 좀 갈릴 스타일.
그래도 진한 레드 와인과 곁들일 안주로는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 레드 와인은 귀인께서 가져오신 Solaia 2019. 아직 어린데도 그 고급스러운 풍미가 제법 드러나는 느낌. 대략 붉은 꽃과 검붉은 베리, 토스티한 오크와 모카, 감초 같은 뉘앙스. 메모를 적어 두진 않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 좋은 느낌만은 확실히 남아 있다. 역시는 역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75%, 산지오베제(Sangiovese) 15%,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0% 블렌딩. 콘 모양의 배트에서 발효한 후 프렌치 바리크에서 18개월 숙성했다.
마무리로는 Chateau Coutet 2016 Barsac. 산미가 좋은 귀부 와인으로 좋은 가격에 숙성된 녀석이 자주 풀려 애용하는 와인이다. 하프 보틀이 좋은 가격에 나와 사 둔 녀석인데 역시나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프 보틀이라 숙성도 조금 빨리 된 것 같고.
마무리는 꼬소한 아이스크림. 싹싹 긁어먹으니 해장되는 느낌이다.
이런 라인업을 꼭 뭔가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고 그냥 편하게 쭉쭉 마시는 것도 나름 즐거운 것 같다. 그럼, 편하게 늘어질 때도 있어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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