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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망원시장의 새로운 아지트, 뱃놀이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4. 11. 24.

참 좋아하는 분위기지만 동선이 맞지 않아 자주 가지 못하는 망원동. 하지만 이 집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게 될 것 같다.

 

한식주점 뱃놀이.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정도 거리다. 원래 망원역에서 더 가까운 곳이었는데 망원시장 안쪽으로 이동했다. 예전에 가 보고 마음에 들어서 다시 오고 싶었는데 가려고 할 때마다 약속이 깨지면서 이제야 방문하게 되었다는. 

 

내부는 일반적인 한식 주점과 유사하다. 

 

메뉴는 한식 퓨전. 한식의 기본기를 갖추었지만 트렌드도 반영하는 느낌이다. 주문도 태블릿으로 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맛, 양, 품질 대비 가격도 좋은 편. 한마디로 편안한 분위기에 가성비도 쩌는 맛집이다. 

 

먼저 도착해 생맥 한 잔 하며 일행을 기다렸다.

네이버 예약을 했는데, 금요일은 예약 시간이 5시, 5시 30분, 6시밖에 되지 않는다. (평일은 6시 반도 가능) 직장인 입장에서는 6시 퇴근하면 빨라도 6시 반, 7시가 되어야 하니 살짝 애매하다. 결국 1시간 조기 퇴근을 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는. 이왕이면 금요일도 6시 반 예약이 되었으면 좋겠다.

 

귀여운 계산 시스템. 근데 우리 계산할 때 저 스푼 안 가져갔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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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모두 도착해 주문을 하니 기본 안주 등장. 이 기본안주를 별도로 시키면 1.2만 원 정도 한다. 근데 진짜 두부를 직접 만드는 것도 아닐 텐데 아주 맛있었다는. 망원시장 두부일까?

 

스타트는 미나리배추들깨전. 그런데 이름에는 없는 큼지막한 새우가 먼저 눈에 띈다 ㅋㅋㅋ

 

옥수수치즈감자전도 추가. 이 집 전은 겉바속촉의 전형인데, 다소 과해 보이는 토핑 또한 의외로 밸런스가 좋다. 미국식 피자 토핑의 한국적인 해석이랄까.

 

이 계절에 굴보쌈을 빼놓을 순 없지. '시장 안이라 좋은 재료를 수급하신 걸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더랬다. 요소 하나하나가 다 맛있고 같이 먹으면 더 맛있었다.

 

시원하게 얼음 속에 재워 놓은 정어리(?). 주류는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했다. 뱃놀이는 와인/사케 콜키지가 가능한데, 주중에는 병당 1만 원, 금요일 및 주말에는 병당 1.5만 원이다. 상당히 리즈너블한 가격.

사실 소주 맥주 막걸리 전통주 등 다양한 주류 라인업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그냥 매장에서 술을 주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날도 멤버 하나가 갑자기 빠지지 않았다면 다른 술을 더 시켜 마셨을 듯.

 

스타트는 Robert-Denogent, Macon-Villages "Les Sardines" 2020. 일반적인 로베르 드노정의 와인과 다르게 귀여운 정어리들이 그려져 있다. 화가는 Morgon을 근거로 활동하는 Denis Pesnot. 그는 Marcel Lapierre의 셀러 천장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코르크에도 귀여운 정어리가 있다.

 

맛을 보니 와, 이건 주질부터 역시다. 하늘하늘한 질감이 실어 오는 복숭아나 살구 같은 완숙한 노란 핵과 풍미가 인상적이다. 신맛은 강하진 않지만 과일 풍미와 밸런스를 맞추긴 충분하며, 깔끔한 피니시가 좋은 와인임을 실감케 한다. 이건 다시 보면 무조건 다시 구매한다.

 

그런데 이름 앞에도 Domaine 표기가 없다. 그리고 마셔 본 다른 와인들은 Grand Vin de Bourgone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건 그냥 Vin de Bourgone다. 그래서 도멘이 아니라 네고시앙 와인인가 했는데, 나중에 백 레이블의 설명을 읽어 보니 도멘의 와인이 맞는 것 같다.

도멘이 보유한 12헥타르 구획에서 장인적이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일한다. 직접 쟁기질을 하고 제초제나 합성 비료 같은 화학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손 수확한다. 양조시에는 개입을 최소화하며, 배양 효모 첨가 없이 발효해 효모 잔여물(lies)과 함께 장기 숙성한다. 18개월 숙성 후 22년 3월 16일 병입했다. 정제 및 여과, 이산화황 첨가를 하지 않는다.

 

추가 안주는 육회 & 김밥. 아삭아삭한 재료의 김밥이 육회와 함께 먹기 딱 좋다.

 

두 번째는 사케. 키호츠루 준마이긴죠 오야마니시키 나마(基峰鶴 純米吟醸 雄山錦 生). 오야마니시키는 익숙하지 않은 주조호적미인데, 이른 수확이 가능해 빨리 양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정미율은 50%로 준마이다이긴죠가 될 수 있는 수준인데 준마이긴죠를 붙인 걸 보면 나름대로의 품질 기준이 있는 듯. 

백도, 배 같은 과일 풍미가 제법 화사하게 드러나며 입에서는 단아한 단맛이 살짝 감돈다. 주질도 아주 매끈하고 좋은데 미세한 탄산감이 깔끔한 여운을 선사한다. 할인율이 너무 높아서 살짝 불안했는데 상태가 나쁘지 않아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놀랐던 게 사케를 잘 모르는 후배가 입에 넣자마자 약한 탄산 기운이 느껴진다고 얘기한 것. 사실 쉽게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었는데 나마자케의 특징을 정확히 집어내서 놀랐다. 어쨌거나 다들 만족스럽게 마셨다. 한 병 더 살까 싶어 와인25+에 바로 들어가 봤는데 품절이라 아쉬웠다는. 한국에서 저 가격이면 무조건 사야 한다.

술을 만드는 키야마쇼텐(基山商店)은 규슈 사가현(佐賀県) 동쪽 끝 후쿠오카현과 경계에 위치한 지자케 양조장이다. 이름은 동네 이름인 키야마초(基山町)에서 따온 듯. 키호츠루라는 브랜드 또한 키야마에 서식하는 학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는 아니더라도 제법 인지도가 있는 듯.

 

두 번째 사케는 키마구레 드래곤 키쇼슈(きまぐれ ドラゴン 貴釀酒).

생산자는 규슈 사가현에 위치한 미츠타케 슈조(光武酒造). 두 사케가 모두 사가현에서 왔다. 미츠타케 슈조는 사케뿐만 아니라 소츄 등 다양한 술을 만드는 제법 규모가 큰 양조장이다. 1688년 설립해 역사 또한 상당히 길다. 사실 사케 애호가들은 대형 양조장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품질과는 별개로 조금 뻔한 느낌이 들기 때문.

그런 걸 아는지 내부에서 별도의 프로젝트를 돌려 새로운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술도 아마 그런 시도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지금 가장 도전하고 싶은 술을 만든다'는 모토 아래 시작된 기획 브랜드다. 이름의 의미부터 '변덕쟁이 용'인데 이는 토우지(杜氏) 이름인 요시다류이치(吉田龍一)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니혼슈의 매력을 최대한 드러낸다는 목표로 각 에디션 별 원료미, 효모, 제조법 등 모든 것을 요시다류이치가 설계한다.

 

이 술은 키쇼슈, 한국 발음으로는 귀양주다. 쉽게 설명해 귀양주는 양조 과정에서 술을 희석할 때 물 대신 술을 사용한다. 알코올이 강화되기 때문에 발효는 당연히 중지될 것이고, 발효되지 않은 당이 남아 단맛이 나는 술이 될 것이다. 때문에 귀양주는 일반적으로 강한 단맛을 갖는다. 최소한 미디엄 드라이에서 미디엄 스위트 이상의 당도는 되는 듯. 

 

요 녀석 또한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했는데, 알코올이 15% 정도면 단맛은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구매해 봤다. 준마이에 생주라는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고. 특별히 정미율은 나와 있지 않지만, 이런 한정판 술이라면 그게 중요한 건 아닐 것 같았다.

마셔 보니, 과연 단맛이 진하긴 한데 개취 기준 부담스럽지는 않은 수준이다. 다른 사람들도 맛있게 마신 것 같고. 확실히 농밀한 질감과 맛이 느껴지는데, 육회나 바지락, 부침개 같은 안주들과도 두루 잘 어울렸다. 이쯤 되니 사케보다는 대화에 집중하긴 했지만, 편안하게 마시기엔 나쁘지 않은 사케라는 느낌은 남아 있다.

 

7시 전에 다 모여 11시가 다 되도록 잘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눈 듯. 이렇게 부담 없이 힘 딱 빼고 마시는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이런 술자리가 오래오래 계속돼야 할 텐데. 그러려면 건강 관리도 좀 하고 돈도 잘 벌고 모으고 해야지 ㅋㅋ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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