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와인동호호와 증류주 동호회의 콜라보. 덕분에 라인업이 아주 흥미롭다.
장소는 더 플레이스 서울역점. 콜키지가 인당(잔당?) 5천 원으로 저렴하다. 위스키 글라스는 별도로 없어서 증류주 동호회에서 준비해 주셨다.
그런데 더 플레이스 음식이 상당히 괜찮아진 것 같다. 프랜차이즈다 보니 음식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훨씬 먹을 만 해졌달까.
특히 와인이 메인이라고 하면 안주 역할로서는 아쉬운 점이 별로 없었다.
이 정도면 중-대규모 모임에 종종 애용할 듯.
마지막에 추가한 프렌치프라이도 안주로 딱 좋았고. 그 옛날 팔도에서 나왔던 '후라잉 포테토'가 떠오르는 맛^^;;
와인들도 모두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날의 포커스는 단연 위스키.
첫 위스키는 조니 워커 블루 라벨 일루시브 우마미(Johnnie Walker Blue Label Elusive Umami). 특별히 감칠맛이 도드라지는 오크 통만 골라서 만들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마셔 보니 익숙한 조니 블루 맛인데, 설명을 들은 플라시보인지 뭔가 감칠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사실은 알코올이 43%이라 더 강했던 거 아닐까;;; 블루답게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격 차이가 크다면 굳이 이 에디션을 마셔야 할까 싶었다. 일반 블루도 충분히 훌륭하니까.
검색을 해 보니 미슐랭 3스타 셰프 고바야시 케이와 협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박스 아래에 KEI KOVAYASHI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1천만 개가 넘는 원액 캐스크 중에 특히 감칠맛이 도드라지는 캐스크 400개 정도만 골라 우마미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글렌모렌지 16년 더 넥타(Glenmorangie 16 yo The Nectar). 처음엔 14년 숙성인 넥타 도르(Nectar d'Or)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넥타 도르가 리뉴얼된 거라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진짜 넥타 도르는 없고 더 넥타만 있다.
변화된 부분은 숙성기간이 2년 늘었다는 것. 버번 캐스크에 14년 숙성한 후 소테른(Sauternes) 캐스크, 몽바지악(Monbazillac) 캐스크, 모스카텔(Moscatel) 캐스크, 토카이(Tokaj) 캐스크에서 2년 피니싱 했다. 소테른과 토카이는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어느 정도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한 스위트 와인. 몽바지악은 소테른 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소테른과 유사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귀부 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모스카텔은 포르투갈 혹은 스페인 쪽에서 모스카토(Moscato)를 부르는 이름이다. 특히 포르투갈의 모스카텔 드 세투발(Moscatel de Setubal)은 독특한 개성의 디저트 와인으로 상당히 유명하다. 하지만 더 넥타에서 사용한 것은 스페인에서 온 캐스크라고. 어느 지역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유명 디저트 와인 4종의 캐스크를 사용했고 숙성 기간도 2년 늘렸기에, 기존 넥타 도르의 풍미의 경향성은 유지하면서 더욱 복합적이고 미묘한 풍미를 더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생산량도 대폭 늘리고 캐스크 수급도 비교적 안적적으로 할 수 있을 테니 좋지 아니한가.
어쨌거나 잔에 따르니 생각보다 컬러가 옅어서 살짝 걱정했다. 코에 대니 향의 밀도도 높지는 않은 편. 하지만 호손 같은 흰 꽃 향기가 은은하게 드러나며 달콤한 백도 풍미, 향긋한 바닐라와 빵 같은 토스티 뉘앙스가 그윽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글렌모렌지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섬세하게 느껴진다. 빈 잔의 향을 맡아보니 그 또한 아주 매력적. 강력한 타격감을 원하는 분들께는 비추, 섬세하고 가벼운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강추. 난 한 병 구매했다. 있는 것도 많은데 언제 다 마시지;;;;
세 번째 보틀은 로열 브라클라 21년(Royal Brackla 21 yo). 예전에는 면세점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엔 시중에도 제법 풀린 것 같다. 올로로소(Oloroso),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enez) 등 다양한 셰리 캐스크를 사용해 피니싱 했다.
맛을 보니 처음엔 토스티 오크 풍미와 함께 와이니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뭔가 쉽게 풀리지 않고 근엄하게 향을 드러내지 않는 느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루이보스 같은 허브와 자두, 천도 같은 핵과, 다양한 붉은 체리와 베리 풍미가 우아하면서도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서의 질감은 부드럽고 편안하며, 드라이한 미감이 깔끔하게 남는다. 역시는 역시. 오픈 후 에어레이션이 좀 필요할 것 같고, 마실 때도 잔에 따라 두고 천천히 즐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예전에 한 병 사 둔 것이 있지만, 쉽게 열 수는 없는 가격이라 맛이 궁금했는데, 이번에 맛볼 수 있어서 넘나 좋았다.
그리고 와일드 터키 레어 브리드(Wild Turkey Rare Breed). 이건 여러 번 마셔봤기 때문에 편하게 술술 마셨다. 하지만 역시나 좋은 버번이라는 생각이 이번에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거대 버번 메이커들 중에는 와터가 가장 내 취향인 듯. 엔트리급부터 중상급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다 마음에 든다.
1년 반 전쯤 참석했던 와일드 터키 시음회가 다시 떠오르는.
그리고 뭔 바람이 불었는지 2차에 가서 순대 모둠에 가평 막걸리를 마셨다.
기분은 좋았지만 다음날의 몸 상태는 뿌옇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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