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에 11월 최대 적설량을 기록한 날.
이마 OB들이 청주한씨에 모였다. 여기, 원래 몇 년 전에 오자고 했던 곳이었는데 이제야 왔다.
오늘의 술상은 멤버가 다 모여야 받을 수 있기에, 일단 단품 메뉴부터 시켰다.
브리치즈구이에,
내가 준비한 샴페인부터 한 잔.
Champagne Vollereaux Reserve Brut. 모인 사람들 모두 만족했고, 술을 많이 못 드시는 분조차 제법 많이 마셨다.
한국 런칭 때 취재하면서 첫눈에 반했던 녀석이었는데, 그때 느낌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뿌듯했다는.
묵은지를 곁들인 두부 불고기. 두부 자체는 평범했지만 어울림 요소들의 조화가 괜찮았다.
녹두면, 지단, 우엉, 홍피망을 곁들인 장어. 삼 한뿌리를 곁들인 데코레이션이 신의 한 수.
화이트 와인도 한 병 더.
Plein La Vue by Jeff Carrel. 사진을 못 찍었네. 내추럴 와인이지만 내추럴 특유의 뉘앙스는 강하지 않고 소비뇽 특유의 상큼함이 잘 살아있는 와인이었다. 다들 술술 잘 마심.
쑥크림 새우. 펜네 면과 마늘종장아찌, 베이컨을 더했다. 맛없없 조합.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맛있었다.
닭목살무침. 양배추와 양파.
고등어밥과 무조림. 비주얼이 예뻐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맛은 평범했다.
술이 살짝 모자라기도 했고, 콜키지를 해도 최소 1병은 업장의 술을 마셔야 해서 주문한 너드 바질 스파클링.
그런데 이게 히트였다. 바질 풍미가 아주 적절하게 들어갔고, 막걸리 자체의 주질도 상당히 좋았달까. 멤버 중 하나는 사 마셔야겠다며 판매처를 확인했을 정도.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막걸리라는 생각.
감태를 넣은 북어 누룽지탕. 마지막 해장용으로 적당했던 듯.
그런데, 청주한씨의 접객은 아주 나이스하지는 않았다. 뭔가 문제가 있거나 불친절한 건 아닌데, 뭔가 편안한 느낌이 아니었달까. 내가 뭔가 특별한 서비스 같은 걸 기대하는 성향이 아닌데... 눈빛도 행동도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단골로 보이는 나중에 온 고객한테는 우리와 다르게 계속 웃으며 엄청 친절하시던데, 이렇게 차이가 나도 되는 걸까. 때문에 재방문 의사는 사라졌다.
그래도 괜찮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예쁜 꽃도 있었고,
우리를 위해 준비해 주신 달임막 곰돌이빵도 있었으니까.
올해의 마무리는 곰돌이빵처럼 귀엽고 둥글둥글했으면 좋겠는데.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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