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의 요청으로 오랜만에 까르보나라. 판체타가 없어서 다진 관찰레와 함께 두껍께 썬 베이컨을 썼다. 페코리노 치즈도 없어서 그라노 파다노로 대체. 원래는 판체타와 관찰레, 계란과 페코리노 치즈, 소금, 후추만 사용하지만 오늘은 다진 마늘 한 스푼과 페페론치노 5개 정도를 치트키로 사용했다.
곁들인 와인은 샤토 포탕삭(Chateau Potensac). 원래 까르보나라에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등 이태리 중부의 레드 와인이나 돌체토(Dolcetto), 발폴리첼라(Valpolicella), 보졸레(Beaujolais) 등 가벼운 레드 와인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보졸레는 최근에 마셨고, 하필 키안티 클라시코 등은 똑 떨어져 버려서...
게다가 보르도 2017은 오프 빈티지에 가까운 편이니 지금쯤이면 마실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만에 보르도 와인이 땡기기도 했고.
샤토 포탕삭은 샤토 레오빌 라스 카스(Chateau Leoville Las Cases) 등을 보유한 도멘 들롱(Domaines Delon) 소유다. 2003년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 3등급 중 최고 등급인 익셉시오넬(Exceptionnels)로 지정된 9개 와인 중 하나였다. 2007년 해당 크뤼 부르주아 등급이 무효화된 이후엔 다시 심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문의 명성과 품질 때문이 평가는 여전히 높다. 그래서 가격도 크뤼 와인이 아닌 것 치고는 비싼 편인데, 운 좋게 할인 행사에서 2만 원대 중반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코르크 상태도 아주 멀쩡하다. 기대감 뿜뿜.
따르는 순간 약간의 부엽토 힌트와 함께 향긋한 붉은 꽃, 바이올렛 향기가 화사하게 피어난다. 뒤이어 흑연 같은 미네랄, 검붉은 베리, 블랙커런트 등 싱그러운 과일 풍미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신선한 산미와 부드러운 타닌, 비교적 가벼운 바디. 최적기에 막 올라온 느낌. 어쨌거나 복잡하진 않아도 우아하고 격조 높은 보르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메를로(Merlot) 47%,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35%,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17%,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 블렌딩. 포도밭은 소시앙도 말레(Sociando Mallet) 부근 생테스테프(Saint-Esteph) 북쪽의 북부 메독에 위치하고 있다. 토양은 석회암(limestone) 위를 자갈이 많이 섞인 점토질 토양이 덮고 있다. 이는 생테스테프의 토질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양조 방법이나 숙성 기간 등은 소개자료가 거의 없는데, 숙성에는 1/3 정도 새 오크를 사용한 것 같다.
확실히 보르도는 이렇게 적절히 숙성한 상태에서 마셔야 즐거운 듯. 연말까지 천천히 즐겨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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