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스코프에서 즐긴 와인들. 넘나 좋은 와인들을 진짜 편하게 쭉쭉 마셨다. 기억을 남기려면 포스팅이라도 해야지.
와인스코프는 서초동에 있는 와인샵이다. 와인리스트도 좋고, 뭣보다 쥔장이 와인에 진심인 덕후다 보니 단골이 되면 좋은 점이 많다. 페친이 되면 행사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첫 안주는 견과, 오토김밥과 닭강정. 오토김밥은 와인안주로 진짜 괜찮은 것 같다. 함께 마신 Callia Torrontes 2021의 향긋하고 프루티한 맛과 아주 잘 어울렸음.

그리고 Champagne Jestin, Clos de Cumieres 2012 Extra Brut. 참석자 한 분이 이날의 멤버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고 한다.
양조자 Herve Jestin은 Philipponat, Duval Leroy, Leclerc Briant 등 주요 샴페인 하우스에서 경력을 쌓은 샴페인 양조자이자 컨설턴트라고. 2006년 자기 메종을 설립하고 유기농 &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메이커였기에 과연 어떨까 싶었는데 맛을 본 순간, 아니 마시기 전 코를 대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저 황금빛 컬러 좀 보소... 일단 산화 뉘앙스가 아주 명확한데, 이스트 뉘앙스와 어우러져 아주 고급스럽게 드러난다. 완숙 핵과를 넘어 열대과일처럼 잘 익은 노란 과일을 베이스로 시간이 지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두꺼우면서도 다층적인 풍미의 레이어가 인상적이다. 입에서는 거대한 구조감, 크리미한 질감이 공존한다. 피니시에 남는 오묘한 꽃향기 또한 인상적. 커다란 잔을 사용하니 그 풍미가 더욱 확실히 드러나는 듯. 이런 와인은 천천히 오래오래 즐기며 마셨어야 했는데. 너무 급하게 마신 감이 있어 아쉽다.
언제 다시 만날 날이 있을까.

1964년과 1965년에 식재해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재배한 0.49 헥타르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Pinot Nir)와 샤르도네(Chardonnay)를 사용해 양조했다. 알리에(Allier) 산 프렌치 오크통에서 발효 및 젖산발효, 10개월의 숙성을 거친 후 2013년 7월 병입해 2023년 3월 데고르주멍을 진행했다. 도자주는 0. 생산량은 2,341병.

로고가 왠지 눈알이 빙빙 도는 만화 캐릭터 같....

먹고 싶었던 피자가 왔다! 미국맛 쩌는 파파존스 슈퍼 파파스 피자!

그리고 두 번째 와인, Domaine Michel Gros, Bourgogne Hautes Cotes de Nuits Fontaine Saint Martin Monopole 2021. 호손 같이 섬세하고 향긋한 꽃향기와 영롱한 미네랄, 고급스러운 바닐라 오크 뉘앙스. 매끈한 질감에 노란 과일 풍미가 방순하게 드러난다. 처음에는 잔잔하고 섬세한 인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화사하게 변하는 느낌.

미셀 그로 아저씨 만난 지도 10년이 넘었네. 진짜 농부 같이 순박한 인상이 좋았던 그로 아저씨. 이제 그의 와인은 가격이 너무 올라서 내가 쉽게 마시기 어려워졌다ㅠㅠ 그래도 마음은 항상 그로 패밀리에...

다음은 레드로. La Gibryotte, Gevrey-Chambertin 2020. Claude Dugat의 자손들이 만드는 메종 와인. 드라이한 허브의 풋풋함과 민트 허브 화한 뉘앙스와 함께 검은 베리와 체리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특유의 토양이나 가죽 힌트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느낌. 조금 더 익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Domaine Odoul-Coquard, Chambolle-Musigny 2020. 이름만 들어 본 생산자인데 Morey-St-Denis에서 4대를 이어 왔다고 한다. 현재는 Dujac, Mommessin, Denis Mortet 등에서 경력을 쌓은 Sebastian Odoul이 양조를 맡고 있다.
오랜만에 샹볼의 섬세하고 향긋한 스타일을 즐기고 싶어 골랐는데 웬걸, 시나몬 정향 힌트와 진한 오크 뉘앙스가 가장 먼저 드러난다. 과일 또한 완전히 농익어 체리 리커, 커런트 같은 풍미. 견고한 구조에 타닌도 비교적 많고 컬러 또한 검은빛이 감돌 정도로 진했던 듯.
음... 잘 만든, 맛있는 와인인 건 확실했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생산자를 검색해 보니 양조 스타일 자체가 이런 쪽을 추구하는 듯. 다른 아뻴라시옹의 와인들도 다 진하고 오크 뉘앙스가 강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거의 신세계 스타일이랄까. 설마, 요즘 부르고뉴들 다 이렇게 만드는 건 아니겠지?

부르고뉴 와인과 잘 어울렸던 순대와 수육.

전통 순대와 나이롱 순대 중간쯤 그 어딘가의 스타일이라 더 좋았던.

수육도 머릿고리가 씹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유명 생산자가 만든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빌라주 와인을 마시니 좋긴 좋구먼.

하지만 더욱 좋았던 건 부금. LP를 좋아하는 쥔장이 애니와 음악 쪽으로도 덕력을 쌓아서 흥미로운 앨범들이 많았다.

요건 자그마치 <역습의 샤아> 사운드트랙.

Guns n' Roses의 Appetite for Destruction. 심지어 초판 커버인데 주요 부분(?)이 검열돼 있는 걸 보니 추후에 재발매된 버전인 것 같다.

와, 그래도 이 표지를 직접 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넘나 좋은 것.

그리고 하이라이트!! 마크로스 극장판, <사랑 기억하나요?>의 사운드 트랙. 천사의 그림물감까지 들으며 추억이 방울방울...

이후에 메탈리카와 레드 제플린까지 들으며 판이 추가로 벌어졌다. Idlewild, Barbera 2017.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잘... 그래도 이 와인은 맛있었다는 느낌이 남아 있는데,

얘는 맛이 기억이 안 나... 취해서 Pla de Bages라는 DO명이 쓱 보이니 Chateau Lynch-Bages에서 만든 와인인가... 했다능 ㅋㅋㅋㅋㅋ

실컷 놀고 제대로 치우지도 못하고 급하게 나와 죄송했다는.... 그래도, 다음에 또 가도 되죠? :)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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