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편육 김밥.
돈암김밥의 레전드 메뉴들이다. 순대에 풍성하게 들어있는 내장들은 진정 일미. 아주 신선하고 맛이 좋다. 요런 안주랑은 피노 누아(Pinot Noir)나 가메(Gamay), 산지오베제(Sangiovese) 같이 붉은 과실 풍미와 산미가 매력적인 라이트-미디엄 바디 와인이 잘 맞는데.
무슨 와인을 마실까 생각하다가 구석에 짱 박혀 있던 요 와인이 떠올랐다. 르 쁘띠 피노 드 브루노 라퐁(Le P'tit Pinot de Bruno Lafon). '저렴한 피노는 사지 않는 게 좋다'는 격언(?)을 무시하고 산 데는 예쁜 레이블과 함께 생산자의 이름값이 큰 역할을 했다.
라퐁(Lafon)은 최고의 뫼르소(Meursault)를 생산하는 집안이다. 브루노 라퐁은 그 집안 출신으로 그 집에서 와인을 양조하던 사람이 맞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남불에 꽂혀서 대중적인 와인을 만들고 있다. 값비싼 와인을 만들던 부담에서 벗어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던 걸까.
영롱한 루비 컬러.. 일단 때깔은 좋다. 그런데 따를 때부터 알코올 뉘앙스가 살짝 드러나는 게 살짝 불안하다. 도수도 12.5% 밖에 안되는데. 한 모금 마셔 보니 붉은 베리, 체리 풍미가 제법 순수하게 드러난다. 질감은 부드럽고 좋은데 산미는 다소 아쉽다. 단순하지만 편하게 술술 마시긴 나쁘지 않은 느낌.
확실히 피노 특유의 미묘함이나 섬세함, 복합미는 부족하다. 그래서 '쁘띠 피노'라고 이름을 붙인 걸까.
와인잔에서 피어나는 체리향이 매력적인 세이버리 피노 누아를 만들고 싶었다는데...
한 번 경험해 봤으니 된 걸로.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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