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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맛있다! 알프레도 마에스트로 엘 레이 델 글램(Alfredo Maestro, el REY del GLAM 2020)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5. 5. 2.

연휴 전날의 만찬.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의 모둠전. 구성도 품질도 언제나 만족스럽다. 그런데, 이날은 계란 흰자로 만든 전이 빠졌다. 계속 빠지는 건지 이날만 빼먹은 건지 모르겠는데, 그거 진짜 맛있는데... 안 뺐으면 좋겠다.

 

처음 먹어보는 새우 완자. 기존 고기 완자의 고기 대신 새우를 넣었는데 제법 맛있다. 동거인은 고기보다 이게 더 맛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새우와 고기를 섞은 메뉴도 만들면 어떨까 싶다. 더 복합적인 맛과 질감이라 좋을 것 같은데.

 

한 번 먹으니 계속 생각나는 세운상가 리어카 순대. 순대 양념이 일품이고 내장들도 신선하다. 특히 머리 고기가 일미인데, 이날은 살코기가 정말 1도 없어서 살짝 아쉽긴 했음. 살코기가 살짝은 묻어있어야 더 맛있는데ㅋ

 

곁들인 와인은 알프레도 마에스트로 엘 레이 델 글램 2020(Alfredo Maestro el REY del GLAM 2020). 원래 남은 사케를 마시려 했는데, 왠지 레드 와인이 땡겨서 새 보틀을 오픈했다. 

알프레도 마에스트로(Alfredo Maestro)는 스페인 내추럴 와인의 개척자 중 하나다.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책으로 배운(!) 후 1998년 고향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에 와이너리를 세웠다.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던 그는 와인 양조 시에는 왜 이런저런 개입을 하고 화학 물질들을 사용하는지 의문을 품었고,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해 나가다가 2003년부터 이산화황을 제외한 화학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알프레도 마에스트로의 와인은 2~3종 정도 마셔 봤는데,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애매한 느낌에 직관적으로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달까. 내추럴이고 자시고 간에 일단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다시 구매해 본 건 와인스코프 장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만났기 때문.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el REY del GLAM은 대충 화려함의 대왕 정도의 의미인 듯. 레이블의 그림을 보면 '글램 록(Glam Rock)' 스타일을 의도한 것 같기도 하고.

 

오른쪽 하단에 생산자 이름이 있다. 다리의 라인을 타고 'Maceracion Carbonica'라는 문구가 있는 걸로 보아 '탄산 침용' 방식을 사용한 듯. 탄산 침용은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를 만드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론 남부를 비롯해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등 지중해 인근 지역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방식이다.

 

백 레이블에는 좀 더 명확히 적혀 있다. 품종은 가르나차(Garnacha) 100%, 알코올 14.5%. 완숙한 포도를 빡시게 발효한 듯싶다.

 

 

EL REY DEL GLAM - Alfredo Maestro

Un mestizaje de garnachas: la mitad proviene de suelos graníticos de la Sierra de Gredos y la otra mitad de los profundos suelos arenosos del Duero. Una

alfredomaestro.com

홈페이지에도 양조방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다만 포도의 50%는 해발 1,100m, 나머지는 700-920m의 고지대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수확했다고 한다. 토질은 모래질 양토, 점토, 석회암이 섞인 화강암 토양.

 

마감은 코르크, 밀랍으로 봉인했다.

 

보랏빛 감도는 제법 짙은 루비 컬러. 살짝 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코를 대니 꿈꿈한 뉘앙스가 아주 살짝 스친 뒤로 라즈베리, 블랙베리, 딸기 등 검붉은 베리 풍미가 스위트 스파이스와 상쾌한 허브 뉘앙스, 후추 힌트와 어우러져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타닌은 강하지 않으며, 산미 또한 부담스럽지 않아 편안하다. 주스 같은 바디와 질감으로 편안하게 술술 넘어간달까. 즉각적으로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 와인이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걸 보면 산미도 입에서 느껴지는 것보다는 조금 더 있지 않나 싶고. 한마디로 자연스러운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다.

알프레도 마에스트로의 와인은 항상 뭔가 2% 모자라는 느낌이었는데, 엘 레이 델 글램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괜찮은 가격에 나온다면 재구매 의사 확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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