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벌써 1주년이 되었다. 나는 타깃 고객도 아닐뿐더러(?!) 동선도 맞지 않아 자주 방문하긴 어렵지만, 파인 와인 러버들 및 강남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단골이 되면 상당히 좋은 샵이 아닐까 싶다. 일단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하우스 오브 신세계 1주년 기념 파티, 샴페인 크룩부터 오퍼스 원까지 파인 와인 총출동! - 와인2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개점 1주년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다. 뜨거운 분위기는 오퍼스 원(Opus One)의 와인메이커 마이클 실라치의 등장으로 정점에 달했다. 2001년부터 오퍼스 원의 와인메이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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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신세계 1주년 기념 파티의 개요에 대해서는 위 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요 포스팅은 간단한 스케치.

리셉션 와인은 Champagne Krug, Grande Cuvee Edition 172. 맛있는 와인이지만 빈속에 갑자기 마셔서인지 산미가 좀 튀었다. 이건... 아마 내 몸상태의 이슈가 아닐까.

나는 언제 크룩의 상위 라인업을 마셔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솔직히, 마셔 보지 못해도 괜찮다. 세상에는 좋은 와인이 너무 많으니까.

이날 메인 세리모니 와인은 Champagne Palmer & Co La Reserve와 Opus One 2001. 둘 모두 6리터 보틀이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너낌.

Champagne Palmer & Co La Reserve 오프닝 세리머니. 처음엔 거치대에서 오픈을 시도했는데, 잘 열리지 않아 보틀을 내렸다.

그리고 코르크 스크루를 사용해 오픈. 뻥 소리가 크게 나서 다들 탄성을 질렀다.

샴페인 맛은 아주 좋았다. 외려 크룩보다 우아하고 맛있었달까. 역시 큰 보틀이 갑인 것 같다. 기회가 있으면 괜찮은 와인 매그넘으로 사서 셀러 하단에 처박아놔야 할 듯.

도열한 오퍼스 원. 코스트코에서 30만 원대에 팔 때 한 병 사뒀어야 했나... 하긴, 그땐 5대 샤토도 3~40만 원대였지.

오퍼스 원은 미리 디캔팅을 해 두었다. 결과적으로 아주 옳은 선택.

와인들은 약 50여 종이 제공됐다고 한다. 난 몇 가지만 골라서 마셨는데, 나 왜 Henri Bonneau CdP 안 마신 거니...ㅠㅠ 나중에 사진 찍힌 걸 보니 눈물이... ㅠㅠ

부르고뉴 애들도 몇 가지만. 그나마 마시다 보니 궁금증이 생겨서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많이 마신 편. 보르도에서도 Chateau Valandreaud1999를 마시려고 찜해 놓고는 까먹어 버렸다;;;

일단 Chablis 1er Cru 두 종을 먼저 마셨는데, 메모를 안 해둬서 인상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Gibert Picq, Chablis 1er Cru Vosgros 2022, Philippe CharlopinChablis 1er Cru Cote de Lechet 2022. 샤블리 둘은 명확히 스타일이 달랐다는 인상만 남아 있다. Quentin Jennot, Meursault Les Narvaux 2021도 좋았는데... 몇 종 마시지 않을 거고 포스팅도 바로 할 거라 생각해서 메모를 하지 않았던 게 패착이었다. 좋은 와인은 귀찮아도 꼭 메모하자.

음식은 핑거 푸드였지만, 몇 가지 종류를 부족하지 않게 계속 제공해 주어서 좋았다.

크랩을 사용한 샐러드는 살짝 비려서 와인과는 잘 맞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맛도 무난히 괜찮고 와인들과도 잘 어울렸다.

이어서 오퍼스 원 6리터.
이게 2001빈티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린 느낌이다. 코를 대는 순간 부드러운 오크 바닐라가 물씬 피어나며 완숙한 블랙커런트, 블루베리 잼 같은 농익은 과일 풍미 뒤로 삼나무, 흑연 뉘앙스가 깔린다. 입에 넣으면 아직도 생생한 타닌이 촘촘히 깔리며, 매콤한 스파이스와 신선한 허브 힌트도 느껴지는 듯. 오래 스월링을 하면 우아한 장미향과 신선한 붉은 베리의 영롱한 풍미도 드러난다. 와, 다양한 요소를 갖춘 빼어난 와인. 앞으로 20년 더 천천히 변화해 갈 것 같다. 역시 므두셀라의 힘인가.

2001년부터 오퍼스 원의 와인메이커였던 마이클 살라치(Michael Silacci)가 자리를 빛냈다. 형식적으로 잠깐 있다 간 게 아니라 축사도 하고 고객들과 질의응답도 하는 등 1시간 가까이 머물다 갔다. 그중에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 셀라의 초기 세팅부터 관여한 지니 조 리 MW가 초청을 해서 기꺼이 달려왔다.'는 언급을 한 것도 인상적이었음. 지니 조 리는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글로벌 와인 업계에서 그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레드는 주로 미트볼을 안주로 마셨다.

Denis Mortet Gevrey-Chambertin Mes Cinq Terroirs 2020. 시큼한 레드베리 향이 후추 정향? 같은 허브 스파이스와 함께 뭔가 애매하게? 미묘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쨍한 산미와 촘촘한 타닌으로 뭔가 날 선 느낌인데, 이내 딸기잼 같은 농밀한 베리 풍미와 석류 같은 작은 붉은 베리 뉘앙스가 오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뭔가 냉하지만 밀어내지는 않는 느낌이랄까.

Pascal Rion Delhautal, Nuits-Saint-Georges 1er Cru Aux Vignerondes 2020. 요건 컬러부터 그렇지만 과일이 까맣다. 진한 검은 완숙 베리와 스파이스, 얼씨 힌트. 입에서는 의외로 멜로우한 타닌에 바디도 비교적 풍만하다. 투박하지만 씹는(?) 맛이 의외로 매력 있었던.

Jean-Claude Boisset, Pommard 1er Cru Les Arvelets 2017. 딸기잼 같은 완숙 붉은 베리 풍미. 시원한 허브와 미네랄리티가 청량한 인상을 남긴다. 촘촘하게 깔리는 존재감 있는 타닌이 뽀마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섬세하면서도 복합적인 여운도 제법 길게 남는다. 현재 가장 마실 만한 와인을 직원에 추천 받아 마셨는데, 과연 가장 잘 열려 있었던 것 같다.

Paul Jaboulet Aine, Cote Rotie Les Pierrelles 2020. 바이올렛, 블루베리, 블랙베리, 민트 허브, 후추, 감초. 쫀쫀 타닌에 구조감, 좋은 숙성력. 아직 어리지만 꼬뜨 로띠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느낌이다.

Chateau Maucoil, Chateauneuf-du-Pape 2020. 영롱한 루비 컬러만큼이나 영롱한 작은 붉은 베리 풍미에 곁들여지는 신선한 허브 뉘앙스가 기억에 남는다. 좋긴 했는데 임팩트는 살짝 약했던 듯.

Clos Bellane, Chateauneuf-du-Pape Urgonien 2020. 위 와인보다 좀 더 하베이셔스한 느낌에 검붉은 베리, 블루베리 풍미. 풋풋한 민트 허브와 후추 힌트에 감초 같은 약재 뉘앙스가 두껍게 깔린다. 쫀쫀한 타닌과 강건한 구조, 얼씨 &민티 힌트 매력적인 와인. 항상 샤토네프 뒤 파프를 힘들어(?!)했는데, 이제 샤토네프 뒤 파프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인가...

Pere Anselme, Chateauneuf-du-Pape la fiole du Pape. 특이하게도 논 빈티지 샤토네프 뒤 파프다. 상당히 섬세한 느낌이었는데, 먼저 마셨어야 좋았을 것 같은 타입. 이미 내 혀는 굳었는데...ㅠㅠ

Brunel de la Gardine, Condrieu 2021. 향긋하면서도 섬세한 흰 꽃 향기와 달콤한 서양배, 흰 자두, 살구 등 완숙 핵과 풍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은근히 화려하면서도 단정 느낌이 공존하는, 깔끔하면서도 우아한 와인. 향수처럼 흐드러지는 일반적인 꽁드리유보다는 확실히 정제된 느낌인데, 마시다 보면 높은 알코올이 풍미를 부스팅하는 느낌이다. 피니시의 꿀 뉘앙스는 화룡점정.
과하지 않아 매력적인 스타일이다. 꼭 기억해 두어야 할 와인.

취재 때문에 방문했지만 즐겁게 마시고 좋은 경험 했다. HOS의 건승을 바라며...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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