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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냥의 취향/음식점

퓨전 선술집(퓨전仙술Zip)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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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예정된 날, 합정동 퓨전선술집으로. 간판 포스가 어마무시하다. 간판이 스타일을 설명하는 한국화 된 일식주점이랄까. 단골찬스로 처음 방문했다. 내부도 어두워 도착했을 때 아직 문을 안 연 줄 알았다는;;;

 

 

 

합정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분 거리. 오묘한 내리막 중간에 있다.

 

내부 분위기. 난잡하다 못해 지저분해 보인다. 소박한 노포 느낌을 넘어서는 수준이라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자리도 입구 쪽에 엄청 좁아서 사람이 지나다닐 때마다 불편했다. 하지만 음식을 맛본 순간 모든 불편함이 눈 녹듯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일단 멤버가 다 모이길 기다리며 리슬링 한 잔. Schloss Gobelsburg, Ried Gaisberg Erste Kamptal Riesling 2019. 산뜻한 백도 풍미와 정제된 신맛, 은근한 미네랄이 너무나도 우아하다. 밸런스도 좋고 개취에 딱 맞게 익어서 와인만 마셔도 편안하다.

 

리드(Ried)는 싱글 빈야드라는 의미. 가이스베르크(Gaisberg)는 하일리겐슈타인(Heiligenstein) 인근 캄메른, 초빙, 슈트라스(Kammern, Zöbing, Strass)3개 마을에 걸쳐 있다. 와이너리의 가장 오래된 포도밭 중 하나로 편암 편마암(slaty para-gneiss), 각성암(ampibolite), 운모(mica) 토양이다. 26 헥토리터 대형 오스트리아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해 7월 병입했다

 

기본 안주(?)로 나온 생선 무조림.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이거 하나로 밥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을 정도의 감칠맛. 

 

리슬링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Champagne Yannick Prevoteau, Perle Des Treilles Brut. 부드러운 질감에 은은한 이스티 뉘앙스가 우아하다.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라고 들었는데 요것도 가격이 6만 원대라니 실제로 그런 듯. 

 

야닉 프레보토가 직접 소유한, 풀과 허브가 함께 자라는 평균 45년 수령 포도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Pinot Noir) 60%, 샤르도네(Chardonnay) 40%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 후 일부만 젖산 발효한다. 병입 2차 발효 후 효모 잔여물과 함께 48개월 숙성한다. 도자주는 리터 당 9.3g, 데고르주멍 후 6개월 이상 안정화한다. 블렌딩 비율은 2019년 빈티지 50%, 2018년, 2017년 빈티지를 각 25%. 페흘 데 트레이으(Perle des Treilles)라는 이름은 샴페인 하우스 정원의 셀러 벽을 따라 자라는 포도 넝굴(Treilles)의 포도를 진주(Perle)에 비유해 붙인 이름이다. 

야닉 프레보토는 에페르네(Epernay) 인근 다메리(Damery)를 근거로 5대를 이어 온 샴페인 생산자다. 12가지 다른 테루아로 분류되는 10.3 헥타르의 밭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해 포도를 재배하는 반면, 양조는 최신 기술을 적용해 섬세하게 와인을 만든다.

 

메뉴판(?). 술값 제외하면 대부분 싯가다.  그때그때 수급한 대로 가격을 매기시는 듯.

 

도미와 광어. 적절히 숙성돼 쫄깃함과 감칠맛이 남달랐다.

 

Gavalas, Santorini 2022. 그리스 대표 화이트 품종 아씨르티코(Assyrtico)를 산토리니 섬에서 양조한 와인. 흰 석고 벽을 연상시키는 볼드한 미네랄과 정제된 신맛, 비교적 높은 알코올 도수의 하모니가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구조감과 오묘하게 매끈한 질감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과일 풍미는 도드라지지 않고 드라이한 미감에 가볍게 쌉싸름한 피니시 또한 인상적이다. 

오랜만에 마시는 그리스 화이트라 더욱 반가웠던.

 

심심하니 맛있었던 메밀 소바. 메밀과 육수의 조합이 좋았고, 감칠맛 터지는 육수는 와인 안주(?)로도 좋았다.

 

나베시마 준마이긴조 야마다니시키(鍋島 純米吟釀 山田錦). 반 병 남은 걸 들고 오셨는데 생생함은 살짝 잦아들었지만 특유의 프루티 함은 남아 있었다.

 

시마아지 & 오도로. 시마아지는 기름기 좔좔 흐르는 고소한 맛. 오도로는 냉동이라 식감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뭐...

  

은대구 구이. 이름에 대구가 들어가서 대구의 일종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어종이라고 한다. 주로 북태평양에서 잡히는 심해어인데 크게는 1m에 50kg를 훌쩍 넘기는 사이즈도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메로구이와 비슷한 맛과 식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Domaine de l'Horizon, L'Esprit de l'Horizon Blanc 2021. 블라인드로 받았는데 남불 화이트를 떠올린 게 맞았다. (물론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음). 내추럴 뉘앙스가 은은하게 드러나는데 레몬 필, 천도복숭아, 자두, 밀랍 힌트 등이 드러난 듯. 제법 괜찮았다. 

독일, 이탈리아, 보르도의 등에서 양조 경험을 쌓은 토마 테이베르(Thomas Teibert)가 2006년 루시용(Roussillon) 지역 칼스(Calce)에 세운 와이너리다. 이웃 생산자이자 멘토였던 제라르 고비(Gérard Gauby)의 영향을 받았으며 유기농 인증을 받은 15 헥타르의 소유지에서 다양한 품종으로 와인을 만든다.

 

Les Parcellaires de Saulx, Saint-Aubin En l'Ebaupin 2020. 오픈하는 순간 특유의 깨소금 향, 호손, 백도, 흰 자두, 은은한 오크 뉘앙스. 세련되게 잘 만든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이다. 이날 반응이 가장 좋은 와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요건 비슷한 가격에 또 나온다면 다시 사고 싶은데.

레 파셀레르 드 쏘는 부르고뉴 뫼르소(Meursault)에 위치한 100년 역사를 지닌 건물 부지에 2017년 9월 설립한 마이크로 네고시앙이다. 이곳에는 1,500㎡의 와인 셀러가 있다. 와인 생산과 숙성, 보관에 필요한 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된 공간이다. 레 파셀레르 드 쏘는 여기서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부터 꼬뜨 드 뉘(Côte de Nuits) 지역의 빌라쥬에서 그랑 크뤼 등급에 이르기까지 30여 개의 아뻴라시옹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비교군으로 준비한 Luca G Lot Chardonnay 2020. 요건 뭔가 시원한 허브와 오묘하게 통통 튀는 열대 과일 풍미가 개성적인 느낌이었다. 정석적인 샤르도네를 기대했기에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흥미로운 와인이긴 한데,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다소 아쉬웠달까. 상태가 안 좋았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확한 판단은 다음 기회에 하는 걸로.

루카는 카테나 가문의 라우라 카테나(Laura Catena)가 설립한 부띡 와이너리다. G Lot은 투풍가토(Tupungato) 내 괄탈라리(Gualtallary)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를 매우 낮은 온도 80%는 배럴에서, 2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하며, 그중 60%는 젖산 발효를 진행한다. 20%는 새 오크, 80%는 한 번 사용한 오크에서 리(lees)와 함께 12개월 숙성한다. 다소 복잡한 양조 기술을 사용한 느낌. 

 

문어숙회. 와 넘나 거대하고 깔끔하다. 질감은 좋았는데 풍미는 뭔가 플랫하다는 느낌이.

 

Domaine Charlopin, Marsannay Les Echezots 2015. 완숙한 피노 누아에 고급스러운 오크가 예쁘게 묻었다. 우아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살짝 터프(?)한 느낌을 겸비했다. 10년 숙성했는데도 아직 어린 느낌도 있고. 10년 정도 더 셀러링 해서 마셔도 좋을 것 같은데.

 

Rozalia 2021. 들고 오시는 분이 생 로랑(St. Laurant) 품종이라고 해서 오스트리아 레드를 들고 오시는 줄 알았더니, 슬로바키아에서 만든 펫낫(Pet-Nat)이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생 로랑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개월 발효한 후 포도즙과 함께 병입해 2차 발효 후 숙성했다고. 딸기맛, 붉은 베리 풍미가 기포를 타고 팡팡 터지는 편안한 펫낫이었다.

 

뒤이어 오미로제 결.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전보다 더 맛있어진 느낌. 이건 재료와 공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다소 높은 절대가격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와인이다. 사실 품질로는 엔간한 샴페인 찜 쪄 먹을 오미자 와인. 

 

제주에서 올라온 금태. 이 정도 사이즈는 흔치 않다고.

 

결과는 이렇게... 진짜 달달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술도 안주도 사람도 아주 좋았던 모임. 퓨전 선술집은 두어 번 더 와 보고 싶다. 메뉴의 종류는 많고 단품의 양은 적지 않아 대여섯 명 이상 함께 와서 이것저것 나누어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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