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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흥미로운 와인들 @빠넬로(Panello)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7. 3. 16.



간만에 찾은 빠넬로. 얼마 전 화덕 등을 교체하느라 잠시 문을 닫았다가 재오픈 하셨다고. 인테리어도 살짝 바뀌었는데 예전보다 더 편안한 느낌. 





이제 워낙 유명해서 지도가 필요할까 싶다만ㅋ





고기테리언이라면 고기 퍼스트. 첫 메뉴로 주문한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입 심심할까 싶었는지 빵-올리브-치즈 플레이트를 먼저 주신다. 첫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조합.





첫 번째 와인, 쥐라의 비오디나미 크레망. BBF는 베스트 보이프렌드의 약자인가요?




백 레이블. 그런데 도멘 이름이 좀 헷갈린다. 앞에는 Benedicte et Stephane Tissot로 되어 있는데 뒤에 적힌 이름은 Domaine Andre et Mireille TISSOT다. 검색해 보니 Andre et Mireille는 스테판의 부모, 베네딕트는 아내의 이름이라고. 경우에 따라 두 이름을 모두 사용하는 것 같다. 아르부아(Arbois) 북부 몽티니-레-자쉬르(Montigny-les-Arsures)라는 쥐라의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35ha의 포도밭을 비오디나미로 경작하고 있으며 내추럴 이스트로 양조한다. 28가지의 뀌베를 생산한다고 되어 있는데 홈페이지 공사 중인지 소개된 와인은 13종 정도밖에 없다. 산화 뉘앙스가 강한 전통 방식의 와인 뿐 아니라 과일 풍미를 강조하는 모던한 스타일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요 와인은 샤르도네 100%를 228리터 부르고뉴 오크통에서 발효/숙성한 후 보틀에서 52개월 동안 2차 발효 및 숙성을 진행한다. BBF(Blanc de Blancs eleve en Fut)의 의미가 바로 요거. 도자주는 하지 않으며(Non dose) 데고르주망은 2015년 11월에 실시했다. 티소는 쥐라 지역의 샤르도네 스페셜리스트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하다. 자신들의 와인을 비오디나미 와인으로 소개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내추럴 와인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있는 듯.





Benedicte et Stephane Tissot, BBF NV Cremant de Jura / 베네틱트 에 스테판 티소 BBF NV크레망 드 쥐라

이스트 풍미와 산화 뉘앙스, 엿기름의 달고 고소한 인상. 마른 꽃과 허브 아로마, 말린 무화과 같은 말린 과일의 힌트도 있다. 입에 넣으면 청포도(사탕), 유자 혹은 레몬청, 설탕 뭍힌 말린 생강 같은 달콤한 과일과 스윗 스파이스 풍미가 드러난다. 도자주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히 드라이한 와인이지만 달콤한 뉘앙스가 제법 묻어난달까. 기포는 잔잔하고 크리미한 질감이 매력적인데 샤르도네 100%임에도 구조감이 제법 단단한 느낌. 훌륭하다. 이미 수입사 물량이 없다고 하던데 다음에 수입되면 꼭 두어 병 구매해야지.





드디어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등장! 나중에 고기를 먹으먼 앞에 먹는 피자/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고기를 덜 먹게 된다며(?) 고기를 제일 먼저 시키는 센스 ㅋㅋㅋㅋ





다른 비스트로/레스토랑과 차별화된 플레이팅. 가운데 선 뼈가 도발적이다 ㅋㅋㅋ 어쨌거나 느무느무 맛있음.




고기의 등장에 맞춰 레드를 두 번째 와인으로.



오랜만의 즈브레 샹베르땡. 최근에 지인의 추천으로 구매한 와인인데 생소한 생산자다. 수입사는 비노테크.





백 레이블을 보면 도멘 필립 르끌레르 또한 지속 가능한 농법(sustainable farming)을 지향하는 생산자임을 알 수 있다. 최소한의 개입만 하며 살충제는 쓰지 않고 비료는 유기농을 사용한다.  새 프렌치 오크에서 2년간 숙성 후 도멘에서 병입하고 정제와 여과를 하지 않는다. 전통과 자연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후반부의 문장도 인상적.



구글링을 해 봤더니 홈페이지는 공사중인지 문을 닫았는지 확인이 잘 안 된다. 대신 정리가 잘 된 블로그가 하나 있어서 링크.




Domaine Philippe Leclerc, Gevrey-Chambertin en Champs 2012 / 도멘 필립 르끌레르 즈브레 샹베르탱 엉 샴

비교적 진한 루비 레드 컬러. 진한 체리와 붉은 베리 아로마에 커런트 힌트. 상당히 화한 허브가 인상적이며 감초, 가죽, 바뉠라 뉘앙스 또한 은은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깔끔한 인상. 쌉쌀한 드라이 뉘앙스, 가벼운 토스티와 초컬릿이 모던함을 드러낸다. 감히 즈브레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와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울러 즈브레-샹베르땅을 좀 더 사 모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가볍게 피자 한 판 시키고,





알사스 피노 그리 한 병. 레이블이 참 예쁘다. 레이블 만큼 맛도 예쁘다는 사실을 확인^^





이승훈 소믈리에님이 운영하시는 와인수입사 '와이너'에서 들여온 와인. 론의 따르띠유-로렁(Tardieu-Laurent)이나 부르고뉴의 도멘 드 벨렌(Domaine de Bellene) 등을 수입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행보가 엄청 기대된다. 서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도멘 마크 크레이덴바이스(Domaine Marc Kreydenweiss)는 알사스 스트라스부르(Strassbourg)와 콜마(Colmar) 사이 안들라우(Andlau) 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보주 산맥의 피에몬테(Piemonte ides Vosges)라고 불린다고 한다. 포도밭은 산기슭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데 완연한 대륙성 기후에 각각의 떼루아가 모자이크처럼 다른 개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비벨스베르그(Grand Cru Wibelsberg)는 pink sandstone, 카스텔베르그(Grand Cru Kastelberg)는 black slate, 끌로 뒤 발 델레온과 크로 레베르그 (Clos du Val d'Eléon and Clos Rebberg)는  blue slate, 묀쉬베르그(Grand Cru Moenchberg)는 marls and limestone 등이다. 앞서 언급한 세 그랑 크뤼를 포함해 13.5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1989년부터 비오디나미를 적용했다. 최근엔 키르쉬베르그(Kirchberg in Barr) 그랑 크뤼도 인수한 듯. 


부모 이전 세대도 와인을 생산했으나 1971년 마크 크레덴바이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부터는 그의 아들 앙투안(Antoine)이 가족들과 함께 도멘을 총괄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족 경영 와이너리. 자연주의적 양조를 지향하며 와인 각각의 균형을 중시한다. 레이블 또한 와인메이커가 선택한 예술가와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져 그 독특한 가치를 더한다. 



레쉔베르그는 묀쉬베르그 그랑 크뤼 서쪽에 위치한 실트와 진흙 토양(Silty and clayey soil)에서 재배한 피노 그뤼로 양조한 와인이다. 섬세하고 신선함을 겸비한 완숙 과일 풍미를 드러내는 와인...이라고 백레이블에 씌여 있다^^;; 나도완전히 동의.





Marc Kreydenweiss, Lerchenberg Pinot Gris 2015 Alsace / 마크 크레덴바이스 레쉔베르그 피노 그리 2015 알사스

상큼한 시트러스, 서양배와 잘 익은 후지 사과의 달콤한 뉘앙스. 상당히 달콤한 완숙 과일의 풍미를 풍기며 질감 또한 풍만한 편이지만 주질 자체는 맑고 깨끗한 느낌이다. 또한 자두 과육 등 핵과의 뉘앙스와 함께 시트러스와 매실 등의 상큼한 산미가 이상적으로 균형을 맞춘다. 맛있다. 즉각적으로 풍미를 드러내는 와인이라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분께도 쉽게 권할 만 하다.






후추와 계란, 손수 만든 관찰레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지는 까르보나라. 약간 두껍게 느껴지는 면, 익힌 정도까지 내 입맛에 딱이다.





빠넬로에서 처음 먹어 보는 파스타, 빠께리. 고르곤졸라와 올리브유, 허브의 향이 매력적으로 어우러진다. 씹는 질감도 좋고 파스타 안까지 고루 뭍어 있는 소스 덕분에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요것도 갈 때 마다 주문하는 메뉴가 될 듯.





주방 옆 파스타가 쌓여 있는 선반... 좋은 파스타를 쓰신다.






빠께리... 요것도 원산지 보호를 받는 듯. 그라냐노(Gragnano) IGP 표기가 명확하다.




그리고 마지막 와인.



16년 묵은 아마로네. 2008년쯤 구매했으니 내 셀러에서만 근 10년 가까이 있었던 듯. 가급적 위치를 바꾸지 않고 곱게 모셔두었다.



알레그리니는 16세기부터 발폴리첼라에서 와인을 만들어 온 가문으로 발폴리첼라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오너의 아버지인 지오반니 알레그리니(Giovanni Allegrini)는 알레그리니의 기틀을 다짐과 동시에 발폴리첼라의 명성을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그는 특히 토착 품종들에 대한 지식과 전통을 바탕으로 다양한 양조방식과 혁신을 시도했으며 발폴리첼라의 포도 재배 및 양조문화를 혁신시켰다. 이른바 발폴리첼라의 모던 클래색(Modern Classic). 


알레그리니는 농축미가 부족한 몰리나라(Molinara)를 2003년 부터 퇴출시키고 장기 숙성형 품종인 코르비나(Corvina) 품종을 중심에 두었으며 몰리나라 대신 베리가 작고 농축미가 좋은 오셀레타 품종을 활용한다. 또한 아파씨멘토(appassimento) 방식 활용 시 대나무 선반 대신 플라스틱 바구니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통이 습도조절이 쉬워 병충해와 보트리티스 예방에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보트리티스가 끼면 과일 풍미가 줄어드는데 알레그리니는 과실맛이 잘 살아있는 와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보트리티스 발생을 최대한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알레그리니는 알레그로(Allegro)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말로 '쾌활한, 행복한'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4년 전 메릴리사(Marilisa) 여사가 진행한 디너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감흥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로네는 물론 라 호야(La Poja) 버티컬에 레치오토(Recioto)까지... 그때 받아 온 라 그롤라(La Grola) 30주년 기념 보틀을 언제 마셔야 하려나. 알레그리니는 방문자를 환대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언젠가 꼭 방문해 보고 싶다. 메릴리사 여사님은 여전히 밝고 건강하신지.





Allegrin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2001/ 알레그리니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2001

은은한 부엽토 뉘앙스의 숙성향이 10년 이상의 세월을 말해 준다. 바이올렛, 말린 꽃잎의 드라이 뉘앙스, 말린 베리나 체리의 산화 뉘앙스, 석고를 긁은 것 같은 미네랄 뉘앙스, 상쾌한 허브 등이 참나무(사우나실), 홍삼, 감초, 칡 등의 풍미와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정점에서 이제 막 내려올 듯 말 듯 밀당을 하는 과일 풍미 또한 아직은 제법 살아 존재감을 드러낸다. 완숙 과일의 발사믹한 풍미는 초컬릿 힌트와 함께 매력적인 피니시를 형성한다. 역시 알레그리니. 게다가 2001년은 발폴리첼라의 베스트 빈티지 중 하나로 전문가들의 평가 또한 상당히 높다. 코르비나(Corvina) 75%, 론디넬라(Rondinella) 20%, 몰리나라(Molinara) 5% 블렌딩. 아직 몰리나라가 퇴출되기 전이라 몰리나라가 소량 첨가되었다.  


묵히고 있는 다른 아마로네들도 이 정도 숙성 기간을 기준점으로 해야 할 듯. 빈티지 평가를 감안해야겠지만. 하긴, 예전 알레그리니 디너에서 만난 15년 이상의 올빈 아마로네들도 상당히 신선했던 기억이니.





그리고 친구가 선물해 준 레어 아이템,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겔브소시지.


겔브(Gelb)는 뇌란 뜻으로 원래 예전엔 소 뇌로 만들었다는데 요즘은 그냥 고기를 사용한다고. 콜드 컷츠로 얇게 잘라 샌드위치 등에 넣어 먹어도 좋다고 한다. 고기가 곱게 갈아져 있어 식감이 상당히 부드럽고 오묘한 스파이스와 허브가 과하진 않지만 독특한 뉘앙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순한 풍미의 소시지. 익숙하지 않는 분들은 샌드위치 등 다른 야채/소스와 곁들여 먹다가 익숙해지면 소시지 자체만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난 기회 되면 자주 사 먹을 것 같은데 ㅎㅎㅎ





빠넬로에서 특별히 구워서도 내어 주시고, 





잘라서도 내어 주심... 진상 고객이라 죄송합니다ㅠ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고 마신 즐거운 자리였음. 아마 조만간 또... ㅎㅎㅎ




20170309 @ 빠넬로(상수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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