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저녁 7시, 옥동식에서 진행된 쓰리쎄븐(777) 디너. 옥동식을 이렇게 가 보는구나... 감격의 눈물이ㅠㅠ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이날 저녁은 온전히 이 디너를 위해. 그리고 아래는 무수히도 걸렸을 '매진' 간판.
점심 시간은 11시-14시이지만 한정 100그릇이므로 늦게 오면 의미 없음. 어짜피 줄 서서 먹어야 하는 돼지곰탕이므로. 난 언저쯤 맛보게 될까(털썩)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가게 안은 만석. 예쁘게 세팅된 옥동식의 식기와 리델 글라스들.
옥동식 쉐프님 도촬... 옆모습&흔들림으로 초상권 보호(?) ㅋㅋㅋㅋㅋㅋ 문제가 된다면 내리겠습니다ㅠㅠ
오늘의 메뉴. 옥동식 셰프님과 크래프트 비어 퐁당의 이승용 대표님, 그리고 푸드라이터 이해림 기자의 콜라보(feat.리델). 요즘 말라가는 주머니 사정과 빡빡한 일정 때문에 상당히 망설였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음.
결과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 인상적인 디너. 참석하길 참 잘했지... 아믄.
오이지와 곁들인 첫 맥주.
UPRIGHT BREWING, FATALI FOUR 2016 / 업라이트 브루잉 파탈리 포 2016
wine & gin barrel-aged table saison with fresh fatali peppers 4.75%
은은한 볕짚색에 특유의 향긋한 에스테르가 신선한 첫 인상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가벼운 새콤함과 약간의 수렴성이 느껴지며 매콤한 고추씨 힌트가 아주 가볍게 드러난다. 고추는 그야말로 양념이군... 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점점 매운 느낌이 강해진다. (어라!) 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입에서 완연히 드러난달까. 어쨌거나 완성도 높은 세종임은 틀림 없다. 굿! 오이지랑 매칭도 퍼펙트!
두 번째는 독일 필스너.
버크셔 등심 육포와 옥동식 고추장(?)과 함께. 뿌려진 검은 점 같은 것은 제피소금인데 제피는 산초랑 비슷하지만 조금 묵직하다고. 실제 경상도에서는 추어탕 등에 사용한단다.
VICTORY, PRIMA PILS / 빅토리 프리마 필스
german pilsner 5.3%
짙은 금빛에 구수하고 드라이한 곡물 뉘앙스가 강하게 드러나는 필스너. 그린 홉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끝맛의 쌉쌀함은 제법 강렬하다. 진저 같은 뉘앙스가 살짝 스치는 괜찮은 필스너. 눈에 보이면 자주 구입할 것 같음. 요 조합은 야구 보면서 즐기면 최고일 것 같다. 장소가 잠실 프리미엄/테이블석이면 금상첨화겠지.
세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새코미, 그 중에서도 특별한 버전.
함께 한 음식은 감동적이었던 버크셔 항정살 햄과 진하게 간 콩물. 구수하고 부드러운 항정살 햄에 고소하고 달지 않은데 달콤한(?) 콩물의 조화. 혀로 그릇을 핥핥핥고 싶었던 걸 간신히 참았음.
콩물을 크림처럼 부드럽게 갈아서 곁들였고 햄은 소금 대신 된장으로 숙성했다. 붉은 점은 메주 만드는 콩을 삶아서 말린 후 분쇄한 거라고. 햐... 음식을 제대로 만들려면 이렇게 손이 많이 간다. 정성이 맛이다.
BROUWERIJ BOON, OUDE GEUZE BOON BLACK LABEL 2016 / 오드 괴즈 분 블랙 라벨 2016
the lambics used for this blend aged for 1, 2 and 3 years on oak casks 6.4% (commemorate the brewery's 40th anniversary)
시큼하고 꿈꿈한 람빅 특유의 향기. 부드러운 질감에 완숙해서 터져 버린 자두 같은 새콤달콤한 풍미. 쌉쌀하고 시큼한 피니시. 뭔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미와 탄탄한 구조가 느껴진다. 역시 훌륭하다.
다음 음식은 라드에 튀긴 두백 감자와 마늘 마요네즈. 두백 감자는 포실포실한 분질 감자로 통감자구이나 프렌치 프라이, 포테이토 칩, 매시드 포테이토 등에 잘 맞는다.
그리고,
BALLAST POINT, UNFILTERED SCULPIN IPA / 발라스트 포인트 언필터드 스컬핀 IPA
extra-hopped india pale ale 7%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스컬핀보다 더 쌉쌀하고 두텁한 느낌. 근데 막연히 생각했던 것 만큼 뿌옇거나 세디먼트가 있지는 않다. 어쨌거나 잘 어울리는 조합. 이것도 종목만 보면 야구장용 메뉴인데... 휴게소 메뉴인가;;;
버크셔 안심구이. 구이는 마치 수육처럼 부드럽지만 좀 더 씹는 맛이 있고 고소하다. 무엇보다 곁들인 갈치젓+겨자씨가 신의 한수. 풍미는 물론 질감의 구성이 환상이다. 돼지의 씹는 맛에 톡톡 튀는 겨자 씨앗, 그리고 부드럽게 빈 공간을 메우는 갈치젓갈. 와... 진짜 대박.
NEW BELGIUM LA FOLIE 2016 / 뉴 벨지움 라 폴리 2016
wood-aged, sour brown spends 1 to 3 years in foeders 7%
(시나몬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계피, 스모키한 몰트 향기가 시원스럽게 드러난다. 탄탄한 바디에 산미 또한 좋으며 모카 커피 뉘앙스가 온화하게 감돈다. 밸런스가 좋으며 피니시까지 묵직함이 이어지는 깔끔하면서도 진한 에일. '구이'와 어울리는 맥주다. 은은한 숙성의 뉘앙스 또한 젓갈과 적절히 어울린 듯.
요 매칭이 개인적으로 조화 면에서 가장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라드에 구운 빈대떡... 이건 셰프님도 언급하셨지만 날씨와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
CASCADE BREWING FIGARO NORTHWEST STYLE SOUR ALE 2013 / 캐스케이드 피가로 2013
blend of sour blond ales aged in chardonnay barrels for up to 18 months with white figs and lemon peel 10.7%
구리(금?)빛 반짝이는 오렌지 컬러. 은은한 살구 같은 핵과와 시트러스 향기. 입에 넣으면 완숙을 넘어 말린 과일 풍미가 과하지 않게 드러나며 크리미한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감돈다. 과일 풍미와 알코올, 산미가 잘 짜여진 구조감을 형성하며 긴 여운을 선사한다. 맥주만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녀석.
LINDEMANS OUDE KRIEK CUVEE RENE 2016 / 린데만스 오드 크릭 퀴베 르네 2016
whole cherries (including pits) ferment in a lambic that is at least 6 months old in foudres 7%
매력적인 투명한 레드 컬러. 진한 붉은 베리와 체리, 커런트 향기. 입에 넣으면 스파이스 힌트와 함께 절이거나 졸인 체리/베리 풍미가 강한 산미를 타고 명확하게 느껴진다. 드라이한 탓에 붉은 과일을 동반한 산미와 세이버리함이 더욱 부각되며 후반부로 갈 수록 은근한 맥아 풍미와 수렴성 또한 슬며시 드러난다. 오랜만에 마셨는데 역시 좋음.
퀴베 르네 크릭은 비빔면과 함께. 컬러 매칭이 매력적이다.
면이 살짝 불어서 몇 젓가락 먹은 후 나중엔 옥동식의 냉육수를 넣어 먹었는데 역시 좋았다. 냉육수를 통해 돼지국밥의 육수를 간접적이나마 떠올려 보았는데... 꼭 가고 싶다ㅠㅠ
후식으로 초당 옥수수.
그리고 함께 등장한 조커 맥주(가 아니지만...), 필라이트... 결과적으로 개외면을 받았지만 나는 다 마심ㅋㅋㅋㅋ
레알 진짜 조커 맥주는 바로 요것, HARDYWOOD CHRISTMAS MORNING GINGERBREAD STOUT. 실제 커피 빈을 넣은 알코올 9.2%의 임페리얼 스타우트. 유당감이 느껴지는 인스턴트 커피, 코코아, 그리고 시나몬. 카푸치노인가. 화한 허브와 그린 홉 풍미, 토스티한 풍미가 임스다운 기본기를 뽑낸다. 풀 바디에 밀키한 질감, 짭쪼롬한 미감까지 모든 면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레이블을 제대로 못 봤....
조커 맥주가 나오자 등장하는 된장 아이스크림. 된장 5%를 넣어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이라고. 녹아서 죽처럼 된 상태였지만 상당히 맛있었다. 셰프님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참기름/들깻잎을 곁들여 낸 것도 보셨다고-_-;;; 그런데 궁금한 건, 먹고 싶은 건 왜인가.
음용한 전체 맥주 라인업. 맥주 만으로도 대단한데, 음식을 곁들이니 압도적이 되었다. 슬롯머신 777 맞은 기분.
추적추적 비오는 여름 밤을,
아름답게 적셔 준 훌륭한 디너였음. 이런 시도들이 앞으로도 지속되었으면.
20170707 @ 옥동식(합정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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