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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Tenuta Sette Ponti, Oreno 2009 / 테누타 세테 퐁티 오레노 2009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8. 5. 13.



손님을 맞아 오픈한 와인과 맥주들. 여기에 퀴베 앙젤린 추가. 주인공은 단연 가운데 있는 오레노(Oreno).



생산자인 테누타 세테 퐁티는 키안티 지역의 중심인 아레쪼(Arezzo) 마을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1957년 건축가 알베르토 모레띠(Alberto Moretti)가 사보이 왕가의 공주 마르게리타(Margherita)와 마리아 크리스티나(Maria Cristina)에게 50헥타르의 땅을 매입해 설립했다. 현재는 300헥타르가 넘는 포도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아르노강 주변 고지대인 발다르노 수페리오레(Valdarno Superiore) 지역에 위치한 '비냐 델 임페로(Vigna dell’Impero)'는 황제의 포도밭이라는 의미로, 메디치 가문의 코지모 3세가 1716년 최고 품질의 포도가 재배되는 곳으로 인증한 곳이다. 3ha 크기의 이 포도밭에는 1935년에 심은, 아마도 상업용으로는 최고령일 산지오베제가 자라고 있다. 또한 발다르노 수페리오레 지역은 자갈, 점토질, 석회질이 풍부해 좋은 메를로(Merlot)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현재의 소유주는 알베르토의 아들인 안토니오(Antonio)인데, 사실 1997년까지는 생산되는 포도의 대부분을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를 포함한 다른 생산자들에게 판매했다. 직접 좋은 와인을 만들고 싶었던 안토니오는 안티노리에게 자기 포도로 직접 위대한 와인을 만들 수 있을까를 물었는데 안티노리의 대답은 'yes'. 이후 그는 토스카나 최고의 양조 컨설턴트 카를로 페리니(Carlo Ferrini), 오르넬라이아의 빈야드 컨설턴트였던 다니엘 슈스터(Daniel Schuster) 등을 고용하여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탄생한 와인이 바로 크로뇰로(Crognolo)였고 이듬해에 슈퍼 투스칸 스타일의 오레노가 탄생했다. 이외에도 이들이 만드는 와인은 지속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토스카나의 대표적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현재는 시칠리아까지 진출했다고. 2015년엔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로부터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되었다. 


참고로 세테 퐁티는 '7개의 다리'라는 뜻인데 이는 아레쪼와 피렌체 사이를 흐르는 아르노(Arno) 강을 가로지르는 7개의 다리를 의미한다. 





Tenuta Sette Ponti, Oreno 2009 / 테누타 세테 퐁티 오레노 2009


1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검보라빛이 감도는 짙은 루비 컬러. 엷게 드러나는 오렌지 림에서 세월의 흔적을 사알짝 감지할 수 있다. 코를 대면 바닐라, 삼나무 등 달콤하고 진한 뉴 오크의 향기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거기에 잘 익은 체리와 라즈베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의 아로마가 밀도 높게 어우러지며 시원한 민트 허브와 정향, 시나몬 같은 스윗 스파이스, 감초 등이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꽉 차는 바디감에 입안을 코팅하는 탄닌. 하지만 깔깔하다기보다는 둥근, 벨베티한 질감이다. 산미는 상당히 누그러져 있으며 완숙한 과일의 달콤한 뉘앙스가 전면에 드러난다. 길게 이어지는 피니시에 남는 밀크 초컬릿 피니시가 달콤함의 정점을 찍는 듯. 거대한 스케일의 와인임에도 전반적으로 사랑스럽고 둥글둥글 풍만하며 편안한 인상을 준다. 


생생함을 넘어 심지어 어린 느낌까지 드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무난히 더 숙성시켜도 될 와인이었던 듯.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명확하면서도 친근한 와인이라 대중적으로는 선호하는 사람이 제법 많을 듯 싶다. 산지오베제를 중심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쁘띠베르도 블렌딩. 제임스 서클링은 이 빈티지에 95점을 주었고 WA는 94점, W&S는 93점을 매겼다. 



요 2009빈티지 오레노는 ㅌㅇ와인 수입 시절에 구매했던 녀석. 세테 퐁티는 한국에서 수입사가 자주 바뀌었던, 품질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생산자였다. 요즘 나라셀라에서 다시 수입하던데 좋은 수입사를 만났으니 부디 한국 시장에서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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