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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맥주

De Molen, Horen Zien & Zwijgen / 드 몰렌 호렌 지엔 & 쯔비겐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9. 3. 1.


이런 저런 안주거리를 대충 그러모은 일요일 낮의 음주.




네멀란드 브루어리 드 몰렌의 맥주인데 이름과 레이블 디자인에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다.





일단 레이블 오른쪽 위에 각각 눈, 귀, 입을 막은 원숭이 세 마리.



소설 <대망>을 읽었거나 일본 문화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뭔가 떠오를 것 같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이 있는 닛코 도쇼구(東照宮)에 있는 삼불원(三不猿)이 바로 그것.



바로 요 원숭이들인데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예가 아닌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는 것.  (행하는 원숭이는 빠졌다...)



실제로 Horen Zien & Zwijgen을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보기, 듣기, 침묵'으로 번역하는데-_-,

영어 번역으로 바꾸면 'Hear no evil, see no evil, speak no evil'로 원래 의미에 맞게 번역한다. 한글번역 지못미;;;



그런데 악한 것은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말라는 얘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온다고 하니, 인류의 보편적인 생각이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간디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고.





어쨌든 나는 마시는 게 중요. 임페리얼 바나나 초콜릿 포터(Imp Banana Choco Porter)라는 흥미로운 이름인데, 원재료를 살펴보면 정제수, 보리맥아, 홉, 효모, 코코아 뿐...  바나나는 들어있지 않다...??? 미니언즈가 알면 분노할 일;;;





알코올은 9.5%로 제법 높지만, EBU는 30으로 그리 높지않다. 그런데 이 맥주, 상미기한이 10년을 넘는다. 17년부터 28년까지 장장 12년-_- 2년만에 오픈하는데 너무 일찍 딴다는 죄책감이 들 정도. 당췌 어떤 요소가 이 맥주의 저장성(혹은 숙성력)을 높인 걸까?





De Molen, Horen Zien & Zwijgen Imp Banana Choco Porter / 드 몰렌 호렌 지엔 & 츠비겐 임페리얼 바나나 초코 포터 

짙은 고동색에 세디먼트가 제법 많이 보인다. 베이지색 헤드는 대충 따랐음에도 부드럽게 올라앉는 편. 코를 살짝 대면 첫 향은 강하지 않은데 가벼운 과일향과 함께 은은한 홉향과 소나무, 알코올 함량 높은 에일 특유의 에스테르 뉘앙스가 드러난다. 한 모금 입에 넣으면 바나나 초코라는 표현은 페이크라는 생각이 스친다. 뭔가 풍만하고 부드러운 뭔가를 기대했는데 볼륨감 없이 구조감만 단단하다. 높은 알코올에 비터 홉이 더해져 씁쓸하고 맥아의 단맛보다는 오묘한 짭짤함이 강하게 드러난다. 시간이 지날 수록 다크 초컬릿 풍미는 완연해지지만, 바나나는 마지막까지 납득하기 어렵다. 상미기한이 긴 만큼 몇 년 더 묵히면 주질이 더 부드러워질까 싶기도 하다. 


맛도 품질도 나쁘지는 않은데, 아니 괜찮은데 내가 원하는 스타일, 일요일 늦은 낮에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었음. 




개인 척한 고냥이의 [술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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