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댁에서 주말 낮술 한 잔.
화로에 솥을 얹어,
갖은 약재를 넣고 토종닭을 한 마리 삶았다.
전복과 함께 접시에 몸을 누인 토종닭의 알흠다운 자태.
음주 후의 해장을 위해 알밤과 알밤같은 마늘, 대추, 물에 불린 찹쌀로 죽 끊일 준비도 해 놓고.
잔불에 참나무 장작 두어 개 더해 갈비살도 구웠다.
완벽한 술안주♥ 와 함께 음주 시작.
Hubert et Heidi Hausherr "Copains Comme Raisins" 2017 Alsace / 위베르 에 하이디 하우저 "꼬팽 꼼 해쟁" 2017 알사스
탁한 호박색. amber이기도 하고 노오란 약호박 속색과도 유사하다. 코를 대면 특유의 에스테르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데 도수(12.5%)에 비해 알코올이 살짝 튀는 것 같기도 하다. 자두 껍질과 포도과육 본연의 풍미, 그리고 효모 뉘앙스가 편안하게 드러난다. 산도는 낮은 편이고 가벼운 탄닌감도 드러나는 것이 제법 드라이한 느낌이지만 친근한 인상 덕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추천 음용온도가 섭씨 12도였는데 실제로 차가울 때보다 온도가 올라갈 수록 더욱 풍미가 잘 살아나고 맛있어지는 느낌. 12도를 넘어 실온에 가까워졌을 때가 찰 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이 와인의 가장 큰 미덕은 엄나무, 오가피, 구지뽕, 대추, 은행 등 갖은 약재를 넣은 토종닭 백숙과 기가막히게 어울렸다는 것. 푹 삭힌 김치, 갓 담근 무청 물김치 등 다른 반찬들과도 잘 어울렸다. 이정도면 개울가 평상에서 매운탕이나 닭도리탕에 소주나 탁주 대신 내놓아도 호응이 좋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ㅋ
와인 이름인 "Copains Comme Raisins"은 구글번역기를 돌리면 "Buddies as grapes"라고 나온다. 포도같은 친구 정도로 이해하면 되려나.
그러고 보니 레이블의 얼굴들이 마치 포도송이에 매달린 포도알 같다. 와인 자체도 친구처럼 즐겁고 편안했고.
아래는 친애하는 후배의 테이스팅 노트.
"탕약같은 한약냄새와 결명자차 같은 향이 강하다. 곶감. 말린자두껍질. 아세톤과 알콜.
입에서는 산도가 적고, 한약뉘앙스과 곶감. 결명자나 쌍화탕같은것을 식혀놓은듯한 풍미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위베르 에 하이디 하우저(호셔??)는 알사스의 생산자로 자연과의 균형과 지역성의 반영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생산자다. 홈페이지에 가 보면 데메테르(Demeter),AB(Agriculure Biologique) 등 다양한 인증 내역도 확인할 수 있다. 스타일 상 요즘 확산되고 있는 내추럴 와인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을 듯.
백레이블. 비오디나미 등의 표현이 있으면 통관 등에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전부 지워 놓았다. 이런 건 참...
구글 번역기로 돌려 보니 대략 피노그리(Pinot Gris), 실바너(Sylvaner), 오세루아(Auxerrois), 리슬링(Riesling) 등을 21일간 '침용'했다. 덕분에 이쁜 오렌지색과 타닌 스트럭처가 만들어졌다고. 말로 쟁기를 끄는 등 자연적 균형을 지키는 방식으로 포도밭을 관리하고 질병과 기후변화 등에 대한 저항력을 높였단다. 손수확한 포도를 버티컬 프레스로 압착하여 필터링이나 청징 없이 병입했으니 약간 탁한 것은 당연.
생각 없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여러 모로.
개인 척한 고냥이의 [술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