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맥주.
처음 만나는 에스토니아 맥주다. 사실은 지난번에도 사 왔지만 기록도 안 남기고 낼롬 마셔버렸...
뽀할라 오투 포터(Põhjala Õhtu Porter)
오투 포터는 귀리(oats)와 호밀(rye)을 첨가해 양조한 편하게 마시는 포터란다. 바닐라와 초콜릿 향이 도드라진다네.
발음하기도 어려운 에스토니아의 뽀할라 브루어리는 2011년 네 명의 맥주 애호가와 홈 브루어에 의해 탄생했다. 뒤이어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브루독(Brewdog)에서 경력을 쌓은 맥주 양조가 크리스 필킹톤(Chris Pilkington)이 합류했고 2013년 그들의 첫 맥주 외외 임페리얼 발틱 포터(Öö Imperial Baltic Porter)가 출시됐다. 양조 시설이 없어 위탁 양조를 하던 그들은 2014년 마침내 탈린(Tallinn) 지역에 브루어리를 완공했고, 순식간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으며 성장했다. 2018년 최신 양조 시설과 24개 탭과 120석의 탭룸을 갖춘 브루어리로 확장 이전했으며, 현재 Core range, Specials, Cellar series, Forest seris 등 4개 카테고리에서 수십 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뽀할라 맥주의 특징은 익숙한 스타일에 독특한 재료나 배럴 에이징을 더해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한다는 것.
하지만 오투 포터가 속한 코어 레인지는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들이 모여있는 카테고리다. 오투를 소개하는 마시기 쉬운(easy-going)이라는 문구 또한 이를 대변한다.
Põhjala Õhtu Porter / 뽀할라 오투 포터
짙은 콜라색 위에 올라앉았던 성근 브라운 헤드가 금세 가라앉는다. 놀랍게도 파인애플과 야쿠르트 같은 달싹한 향이 가장 먼저 드러난다. 은은한 홉과 스모키 힌트는 살짝 곁들여지는 정도. 하지만 입에서는 전세역전이다. 드라이한 미감에 세게 볶은 보리와 로스팅한 커피, 다크 초콜릿의 씁쓸한 풍미, 그리고 쌉쌀한 홉의 기운이 어우러진다. 흠, 이지고잉이라지만 제법 깔깔한, 하지만 잘 만든 포터다. 뽀할라의 맥주는 계속 마셔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게 만드는.
포터 맥주는 카레와 은근, 아니 대놓고 잘 어울린다. 포터의 스모키함과 카레의 스파이스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달까. 저녁 메뉴를 보고 바로 포터 맥주를 골랐다.
집에선 스타우트나 포터 같은 까만 맥주를 잘 안 마시게 되는데, 그렇다고 사다 놓지 않으면 왠지 아쉬운 상황이 발생한다. 애증의 관계랄까. 개인적으로 까망이 맥주의 적정 재고는 1~2병 정도. 이제 또 보틀샵에 들르면 집어와야 할 때가 되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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