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의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 뽀할라(Põhjala).
지난번 오투 포터(Ohtu Porter)에 이어 두 번째다. 포할라 브루어리에 대한 간단 설명은 오투 포터 포스팅 참고.
주말 저녁 영화를 보며 마실 맥주로 간택했다. 안주는 건과 & 견과 모둠.
그런데 임페리얼 고제(Imperial Gose)라는 카테고리가 상당히 생소하다.
원래 고제는 16세기부터 양조된 로컬 비어로, 독일 북부 니더작센 주의 고제 강이 흐르는 고슬라르(Goslar)라는 도시에서 만들어진 밀맥주다. 이 고슬라르에서 동쪽으로 약 160km 정도 거리의 라이프치히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고, 1900년대까지 고제 공식 펍(고젠셴케, Gosenschenke)가 80곳을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까다로운 양조 공정 때문에 생산량이 한정적이어서 맥주의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게다가 20세기 들어 세계대전과 동독 공산화로 명맥이 끊길 뻔하다가 1990년대 크래프트 비어 열풍에 힘입어 부활하여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고제는 밀 맥아, 소금과 함께 코리앤더를 사용하는데, 4-5% 정도의 가벼운 알코올과 (원료가 되는 염도가 높은 물 혹은 소금 첨가로 인한) 짭짤한 맛, 그리고 새콤한 신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상쾌하면서도 밀 맥아를 사용해 부드럽고 온화하기 때문에 주로 여름용으로 소비된다. 크래프트 비어 업계에서는 다양한 부가 재료들을 첨가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임페리얼 고제란 무엇인가. 일단 알코올 함량이 8%로 일반적인 고제의 2배 정도 된다는 것이 '임페리얼'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직접적인 이유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면 바디와 구조감은 물론 풍미 또한 강화되니까.
그리고 월귤(lingonberry), 헤더 팁(heather tips), 벌꿀 등을 첨가해 맛을 더했다고 한다.
원재료는 정제수, 보리 맥아, 밀 맥아, 월귤 열매, 스펠트 밀맥아, 벌꿀, 홉, 효모, 소금, 헤더(꽃).
병 바닥에 침전물이 상당히 많아서 조심스럽게 따랐는데도 침전물이 어느 정도 섞여 있다. 생각지 못한 붉은 빛깔에 깜짝 놀랐는데 월귤의 컬러가 붉고 헤더 꽃 또한 붉은색 혹은 자주색을 띤다고.
Pohjala, Torm Imperial Gose / 뽀할라 토름 임페리얼 고제
오미자차 같은 밝은 다홍빛이 짙지 않게 드러나며, 그닥 촘촘하지 않은 헤드는 금새 사라지지만 표면을 덮은 면사포처럼 얇은 막 하나는 꽤나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향긋하고 화사한 꽃, 달콤한 꿀과 이스트 뉘앙스, 체리 캔디, 붉은 베리, 상큼한 시트러시 아로마. 입에서는 새콤한 신맛이 짭쪼롬함과 함께 알싸하게 드러나는데, 벌집 같은 뉘앙스와 함께 독특하게도 가벼운 수렴성이 느껴진다. 고제 답게 신선하고 쾌활하며, 임페리얼이라고 그닥 묵직한 느낌을 주는 건 아니지만 제법 구조감이 느껴지긴 한다. 그리고 신맛과 목 넘김 후 돌아오는 풍미의 여운이 오래가는 편.
요거 와인앤모어 행사 끝나기 전에 서너 병 정도 추가 구매해두어야 할 것 같다. 두 병 정도는 여름에 즐겨도 될 것 같고. 다시 확인해 보니 유통기한이 2021년 9월까지라 내년까지도 넉넉하다. 박스로 사야 하나;;;
2/3 정도 잔을 비운 다음엔 침전물까지 다 따라서 맛을 봤는데 질감만 애매해질 뿐 굳이 이 부분까지 따를 이유는 없는 것 같다.
1/10 정도 남기고 따르고 침전물이 남은 부분은 그냥 버리자.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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