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음주/와인

La Spinetta, Casanova Chianti Riserva 2013 / 라 스피네타 카사노바 키안티 리제르바 2013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4. 4.

한우 1+등급 업진살.

 

화르륵 좀 과하게 구웠어도, 식어도 맛있다♥

 

질 좋은 쇠고기를 구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와인은 산지오베제(Sangiovese)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같은 것.

오늘은 라 스피네타의 카사노바 키안티 리제르바(La Spinetta Casanova Chianti Riserva)다. 라 스피네타가 만든 토스카나 와인은 IGT 등급인 일 네로 디 카사노바(Il Nero di Casanova) 정도만 마셔봤다. 이 녀석은 일반 키안티라 살까 말까 망설였는데, 생산자를 믿고 구입한 케이스. 그리고 2013 빈티지가 개인적으로는 특별해서.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 한 선택이었음.

 

라 스피네타는 피에몬테(Piemonte를 대표하는 생산자 중 하나지만 2001년 65ha의 포도밭을 매입하며 토스카나(Toscana)에 진출한다. 토스카나는 그들의 새로운 집(Casanova)인 셈.

 

라 스피네타는 좋은 와인에 대한 욕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와이너리다. 1977년 주세페 리베티(Giuseppe Rivetti)가 이루지 못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피에몬테에 와이너리를 설립한다. 그들이 처음 만든 와인은 바롤로(Barolo)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가 아닌 모스카토(Moscato). 하지만 여타 모스카토와는 달리, 브리코 콸리아(Bricco Quaglia)라는 이름이 붙은 최초의 싱글 빈야드 모스카토였다. 품질이 매우 좋은 이 모스카토는 대박을 치고, 지금까지 모스카토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렇게 번 돈으로 세력을 늘린 라 스피네타는 1985년 바르베라 카 디 피안(Cà di Pian), 1989년 바르베라와 네비올로를 블렌딩한 핀(Pin)을 생산하고, 1995년에는 염원하던 바르바레스코 와인 갈리나(Barbaresco Gallina)를 생산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들을 대표하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인 '코뿔소'를 레이블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에 바롤로에 8ha의 포도밭을 구매해 사자 레이블이 인상적인 캄페(Barolo Campe)를 생산하기 시작한 그들은 2001년 내친김에 토스카나까지 진출한 것. 2011년엔 피에몬테에서 가장 오래된 스푸만테 생산자의 하나인 콘트라토(Contratto)까지 인수했다. 예전에 콘트라토의 스파클링을 마셔 본 적이 있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음. 라인업 하나하나가 아주 알차다.

 

홈페이지를 보면 포도밭은 남향으로 해양 침전물이 섞인 석회질 토양에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지속가능(sustainable) 농법으로 관리한다. 식재된 품종은 100% 산지오베제로 수령은 평균 25년. 무엇보다 ha 당 생산량이 3000병밖에 되지 않는다. l0제곱미터 당 3kg 정도의 포도만 수확한다는 뜻이니 풍미가 응축된 포도를 얻는다는 뜻이다.    

수확한 포도는 온도  조절 탱크에서 7~8일 간 알코올 발효한 후, 600리터 미디엄 토스트 프렌치 오크에서 24개월 간 숙성한다.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옮겨 10개월간 숙성한 후(아마 오크통 별 베리에이션을 없애려는 의도도 있는 듯) 정제와 여과 없이 병입하여 추가 6개월을 안정화한다. 이렇게 해서 출시되는 시점은 빈티지로부터 최소 4-5년 후. 이 정도면 거의 BdM급이다.

 

그렇다면 맛은?

La Spinetta, Casanova Chianti Riserva 2013 / 라 스피네타 카사노바 키안티 리제르바 2013

옅은 루비 컬러에 오렌지 휴. 컬러만 보면 빌라주급 이상의 피노 같기도 하다. 코를 대면 가장 먼저 구수한 토스티 뉘앙스, 잘 익은 레드 베리, 체리, 블루베리, 블랙베리에 커런트와 프룬 힌트까지, 다양한 베리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감초와 정향, 스파이스는 아주 가볍게. 시간이 지나며 로즈 버드 장미 등의 고혹적인 꽃향기가 매력적으로 피어난다. 입에서는 제법 촘촘한 타닌, 키안티답게 바디는 무겁지 않지만 생생한 산미와 적당한 알코올이 좋은 구조감을 형성한다. 검은 베리와 절인 체리 풍미, 무화과와 커런트 힌트. 소고기와는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며 여운 또한 길게 남는다. 먼지 냄새 없이 말끔한, 하지만 복합적인 인상에 밸런스가 환상적인 키안티다. 와, 이 수준이면 키안티 클라시코는 물론 웬만한 BdM도 찜쪄먹을 듯.

 

홈페이지에 에이징 포텐셜(evolution)을 25년이라고 적어놨길래 '키안티가 무슨...'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들 빈티지인데 두어 병 더 사 둘걸 그랬나.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