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잡고기를 구웠다. 한우 갈빗살인데 평상시엔 잘 정형을 안 하는 꽃 모양 부위라던가.
불판에 구워서 따끈할 때 곧바로 냠냠.
와인이 빠질 수 없다. 키안티를 마시고 싶었는데 아쉬운 대로 부르고뉴를. 요즘 부르고뉴는 가격이 너무 올라서 빌라주(village)는 커녕 레지오날(regional)도 네임드 생산자 것은 마실 수가 없다. 그나마 꼬뜨 도르(Cotes d'Or)임에도 변방인 사비니 레 본(Savigny-les-Beaune)이니까 프르미에 크뤼라도 평일 저녁에 맛볼 수 있고 그런 거지.
근데 밭 이름이 상당히 낮익다. 얼마 전에 마셨던 조엘 레미 사비니 레 본(Domaine Joel Remy Savignon les Beaune)의 밭 이름이랑 거의 비슷하네. 하지만 조엘 레미의 와인은 1er Cru가 아니었지.
바로 요 지도. 주황색 점을 찍은 부분인데, 같은 밭임에도 서쪽은 프르미에 크뤼, 동쪽은 일반 빌라주 등급이다. 쌍둥이인데, 그것도 샴쌍둥이인데 동생만 열등감 쩌는 상황. 이 와인은 프르미에 크뤼이니 승리자 서쪽 밭의 포도로 양조했겠지.
생산자인 장 미셀 기불로(Jean-Michel Giboulot)는 사비니 레 본을 근거로 1935년부터 3대째 이어지는 도멘이다. 사비니 레 본 외에도 뽀마르(Pommard)와 본(Beaune)에도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는 듯. 오 푸르노(Aux Fournaux) 포함 5개의 1er Cru를 소유하고 있다. 1982년부터 현재 오너인 장 미셀 기블로가 물려받았고 2010년부터는 포도밭을 오가닉으로 전환했다. 검색한 바로는 해외에서도 가성비 와인으로 통하는 듯. 하긴, 한국도 만만치 않다. 와인앤모어에서 39,000원에 구입했으니 행사가라는 걸 고려해도 부르고뉴 1급밭 치고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Jean-Michel Giboulot, Savigny-les-Beaune 1er Cru Aux Fourneaux 2014
장 미셀 기불로 사비니 레 본 프르미에 크뤼 오 푸르노 2014
옅은 체리 교자상 컬러에 오렌지 페일 림. 코를 대면 붉은 꽃과 은근한 허브, 그리고 석고 같은 미네랄. 과일향은 커런트와 새콤한 붉은 자두, 복분자, 작은 레드 베리, 사워 체리 등 붉은 과실 위주다. 녹황야채 같은 뉘앙스와 감초 힌트, 피니시의 스파이시한 여운이 약간은 투박하고 거친 인상을 주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6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생생한 느낌이며, 쇠고기랑도 나쁘지 않은 궁합인데 미묘함과 섬세함, 복합미는 좀 떨어진다. 잘 만든 기성품 같은 느낌. 그래도 제법 만족스럽다.
야끼도리랑 마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일상의 음주 >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La Spinetta, Casanova Chianti Riserva 2013 / 라 스피네타 카사노바 키안티 리제르바 2013 (0) | 2020.04.04 |
---|---|
Alfredo Maestro, Albillo Lavamor 2018 / Kabaj, Merlot 2013 (0) | 2020.03.30 |
Albert Bichot, Chablis 1er Cru Reserve de l'Orangerie 2016 / 알베르 비쇼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 레제르브 드 로랑제리 2016 (0) | 2020.03.21 |
기억용 메모 (0) | 2020.03.15 |
WINEY @화양연가 (0) | 2020.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