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남자 넷이 모여 여섯 시간 동안 수다의 나무를 심었음. 와인은 코르키 1병 빼고 4병을 마셨구먼.
Moss Brothers, Moses Rock White 2001 Margaret River
블라인드로 마셨는데 유럽 변방의 토착 품종인가 싶었다. 그러나 정답은 마가렛 리버의 샤르도네라고. (그런데 레이블에 샤르도네 품종 표기가 없다..) 2001년 빈티지로 오렌지 골드 컬러에 말린 노란 과일의 들큰함에 산화 뉘앙스가 감도는데, 오묘하게도 매콤한 스파이스와 붉은 과실, 그리고 (화이트) 초콜릿 같은 느낌도 드러난다. 시음 적기를 훌쩍 지난 것 같지만 나름 맛있게 마실 만한 와인이다. 재고가 더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
Peyre Rose, Oro 1999 Coteaux du Languedoc
숙성된 와인의 특징은 잘 드러나지만 1999년산 와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심지어 한 모금 남은 걸 다음 날 마셨는데 여전히 짱짱했다는. 옐로 골드 컬러에 은은한 말린 꽃, 플로럴 허브, 미네랄, 말린 살구, 견과 뉘앙스. 레이블만큼이나 고혹적이고 우아한 매력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약간의 쌉쌀한 뉘앙스가 있어서 맵고 스파이시하거나 짠 음식과 마시면 씁쓸한 맛이 도드라지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Barolet-Pernot Pere & Fils, Beaune-Teurons 1er Cru 2011
와일드한 허브향과 거친 느낌이 13-4년 전쯤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처음 접했을 초기의 인상이 깨어나는 느낌. 붉은 과일이 여전히 싱그럽게 드러나는 것이 몇 년은 더 묵히며 변화를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며 잘 익은 딸기 같은 풍미가 진하게 드러났다는. 섬세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격도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Poderi Aldo Conterno, Barolo Bussia Colonello 2005
완벽한 상태의 코르크에서 나는 모카커피 향이 인상적(처음엔 코코넛인 줄..). 심하게 갈변하지 않은, 루비빛 선명한 가넷 컬러에 오렌지 림. 처음엔 절제된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밀도 높게, 하지만 들뜨지 않게 부케가 피어난다. 촘촘하지만 벨벳 같은 타닌과 적절히 균형 잡힌 산미. 은은한 부엽토, 허브 스파이스, 자두, 말린 무화과, 곶감, 복합적인 뉘앙스. 구조와 밸런스가 완벽한 느낌이다. 최소 10년 이상 더 숙성 가능했을 듯. 09빈티지 부시아도 이런 포텐셜이면 은혼식까지는 문제없을 듯싶다.
한가로운 휴일 오후. 와인도 사람도 대화도 좋은 자리였어.
꿔바로우와 어향가지, 빵, 견과 &건과.
앙버터와 12개월 숙성 꽁테, 페코리노 치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살라미와 햄.
제철을 맞은 두릅. 요게 히트였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