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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기타증류주

아란(Arran)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20. 4. 16.

아란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Arran Single Malt Scotch Whisky).

아일 오브 아란(Isle of Arran) 증류소는 시바스(Chivas)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헤럴드 커리(Harold Currie)가 1995년 아란 섬에 설립한 증류소다. 원래 아란 섬은 역사적으로 세무관의 눈을 피해 밀주가 성행했던 지역으로, 19세기에는 50개 이상의 증류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본토로의 수송이 어려웠기 때문에 증류소들은 점차 사라졌고, 1837년 이 섬의 마지막 증류소였던 라그(Lagg)가 문을 닫았다. 이후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위스키 증류의 대가 끊긴 상태로 이어지다가, 아란 증류소가 설립되면서 그 전통이 부활했다. 섬의 북쪽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로크란자(Lochranza) 마을이 본거지이며, 2018년 섬의 남쪽 '라그(Lagg)' 마을에 새로운 증류소를 열었다. 현재까지 아란 섬의 유일한 위스키 생산자. 특히 고급 와인을 숙성했던 다양한 오크통들을 활용한 캐스크 피시니(Cask Finish) 제품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0년 전쯤 서울에서 열린 위스키 라이브(WhiskyLive 2011 Seoul) 행사에서 처음 만났는데 솔직히 강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친구에게 얻어 마신 소테른 피니시(Sauternes Finish)는 제법 맛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출처: http://naver.me/Gdbq9Irm

최근 새롭게 변경된 보틀이 적용되었는데,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라 훨씬 마음에 든다.

 

온라인 시음회에 신청해 받은 다섯 개의 바이알. 잔은 리델 베리타스 스피릿(Riedel Veritas Spirit) 글라스와 이번에 새로 구입한 리델 퍼포먼스 스피릿(Riedel Performance Spirit) 글라스를 사용했다. 

 

좌측 퍼포먼스 글라스로 시음한 3종은 병입 시 물로 알코올 농도를 맞춘 라인업, 우측 베리타스 글라스로 시음한 2종은 병입시 물을 섞지 않은 캐스트 스트렝쓰(cask strength)다. 

  • 아란 배럴 리저브(Arran Barrel Reserve) 43%
  • 아란 10년(Arran 10 Years Old) 46%
  • 아란 18년(Arran 18 Years Old) 46%
  • 아란 쿼터 캐스크 '보티'(Arran Quater Cask the 'Bothy) 56.2%
  • 아란 셰리 캐스크 '보데가'(Arran Sherry Cask the 'Bodega') 55.8%

 

Arran Single Malt Scotch Whisky Barrel Reserve / 아란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배럴 리저브

연둣빛 감도는 옅은 골드 컬러. 은은한 노란 꽃술 향과 나무향, 달콤한 과일과 바닐라, 가볍게 더해지는 스파이스. 입에서는 노란 과일 풍미가 도드라지는 느낌인데 스위트 스파이스가 살짝 곁들여지며 유순하고 밸런스가 좋은 느낌이다. 달콤한 여운이 피니시까지 기분 좋게 이어지는데 오묘하게도 코에서는 스파이시함이 갈수록 살아난다. 전반적으로 엔트리답게 가볍고 깔끔한 타입의 위스키.

first-fill 버번 배럴에서 7-8년 정도 숙성하며 가볍게 필터링해 병입한다. 시음한 라인업 중 필터링을 하는 유일한 위스키. 다른 위스키들은 모두 색소 첨가와 필터링을 하지 않고 병입한다.

 

Arran Single Malt Scotch Whisky 10 Years Old / 아란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10년 숙성

가벼운 앰버-골드 컬러. 말린 장미 꽃잎과 로즈 버드 같은 풋풋하고 신선한 향과 바닐라,  설탕에 절인 젤리 혹은 터키시 딜라이트가 떠오르는 달콤한 향이 공존한다. 입안에 넣으면 비로소 드러나는 스파이시함. 은근한 유질감과 의외로 강렬한 오크 뉘앙스가 풍만한 인상이며, 피니시에 가볍게 쌉쌀한 뉘앙스를 남긴다. 전반적으로 향은 좋았는데 입에서 오크가 너무 강해 밸런스가 살짝 깨지는 느낌. 사알짝 아쉽다. 하지만 가격이 적당하다면 오크 러버에게는 상당한 메리트일 듯.

셰리와 버번 오크를 함께 사용해 숙성하며  필터링, 색소 첨가 없이 병입한다.

 

Arran Single Malt Scotch Whisky 18 Years Old / 아란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18년 숙성

빛나는 짙은 브라운 앰버 컬러. 은근한 바닐라 향에 섞인 우디한 뉘앙스, 시나몬 류의 스위트 스파이스, 잘 익은 핵과 향기에 붉은 과일의 힌트까지도 느껴지는 듯. 입에 넣으면 둥글고 우아한 질감. 정제된 오크 바닐라 풍미에 오렌지와 황도 풍미, 스파이스, 허브, 다크 초콜릿이 어우러진 피니시가 멋진 여운을 남긴다. 전반적인 밸런스가 뛰어나고 복합적인 풍미가 매력적인 위스키. 빈 잔에서 느껴지는 캐러멜과 달고나, 바닐라 크림, 스모키 뉘앙스 또한 마음에 든다.

컬러로 봐서는 셰리 오크, 혹은 와인 오크 등에서 숙성한 듯.

 

Arran Single Malt Scotch Whisky Quater Cask the 'Bothy' / 아란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쿼터 캐스크 더 '보티'

오렌지 빛 살짝 감도는 골드 컬러. 달콤한 열대 과일과 이국적 스파이스, 토스티 힌트에 라임, 그린 애플, 럼 같은 뉘앙스가 느껴져 마치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열대 섬의 백사장이 연상된다. 입에 머금으면 가볍고 날렵한 느낌. 사카린 같은 날카로운 단맛과 톡 쏘는 매콤한 스파이스, 샤프란 같은 이국적 향신료가 곁들여진다. 생각보다 알코올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며, 한 모금 머금고 눈을 감으면 휴가지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위스키다. 올여름은 휴양지에서 보내긴 그른 것 같은데 이 위스키나 한 병 사서 마시며 기분을 내 볼까 ㅎㅎ

8년 정도 first-fill 버번 배럴에서 숙성하다가 더 작은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로 옮겨 추가 숙성한다.

 

Arran Single Malt Scotch Whisky Sherry Cask the 'Bodega' / 아란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셰리 캐스크 더 '보데가'

붉은 구릿빛이 감도는 밝은 앰버 컬러. 이국적인 스파이스와 달콤한 과일, 상큼한 붉은 베리, 시나몬 캔디 아로마. 입에서도 역시 감귤, 말린 과일 풍미가 짭조름한 맛과 함께 뭔가 낯선 인상을 선사한다. 어쨌거나 무겁지 않고 시크하게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캐스트 스트렝쓰인데도 이렇게 산뜻한 느낌이라니, 상당히 오묘하다.

약 8년 정도  first-fill 셰리 오크에서 숙성한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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