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Michelin) 스타의 별일까.
이네딧 담(Inedit Damm). 스페인의 월드 클래스 셰프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와 스페인의 거대 맥주 회사 에스트렐라 담(Estrella Damm)이 2008년 함께 만든 정찬용 맥주다.
그래서인지 맥주잔보다는 와인잔에 마시라는 추천이 따라다니는 맥주. 평상시엔 잘토 화이트 와인 글라스나 리델 베리타스 비어 글라스를 이용하는 편인데, 오늘은 잘토 샴페인 글라스를 사용했다.
이네딧은 대략 '전대미문의, 출시된 적이 없는'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세상에 없던 맥주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랄까. 정찬에 어울리는 주류는 와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에 대한 자찬이랄까.
이네딧 담을 처음 만난 건 2011년. 당시 750mm 한 병에 3만 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 좋은 맥주였지만 크래프트 비어 붐도 제대로 일기 전이었던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가였던 터라 두어 병 사서 마셔보는 걸로 만족했던 기억. 최근에는 일반적인 맥주와 같은 330mm 보틀로도 출시되며, 3병 만원 같은 행사도 종종 보여서 구매 부담이 상당히 줄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6팩에 9유로가 안 되는 가격에 팔고 있으니 한국 가격도 어느 정도는 접근 가능성 있는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330mm가 국내 수입된 이후로 여러 번 마셨는데 이상하게 제대로 포스팅을 남긴 적은 없었다. 오늘에야 비로소..
일단 이네딧 담을 처음 마셔 보면 맥주의 정체가 뭔지 애매하게 느껴진다. 향긋한 오렌지 필과 코리엔더 향과 부드러운 질감은 분명 벨지언 윗 비어(Belgian Witbier) 같은데, 밝은 빛깔과 시원한 홉 뉘앙스와 쌉싸름한 여운은 필스너의 그것이 연상되니까. 실제로 홈페이지를 보면 필스너용 맥아와 함께 밀을 사용해 두 가지 스타일을 접목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오렌지 필과 코리엔더, 감초를 사용해 풍미를 더했다. 전반적으로 벨지언 화이트의 스타일이 지배하지만 필스너의 깔끔한 뒷맛이 살아있는 맥주랄까. 정확한 양조 방법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에일 효모를 사용한 후 일정 기간의 라거링을 거쳐 만들었을 것 같다. 알코올 함량은 4.8%, IBU 11.
Inedit Damm / 이네딧 담
볏짚색이 섞인 뽀얀 무광의 골드 컬러. 고운 거품이 풍성한 헤드를 형성한다. 향긋한 흰 꽃과 코리엔더, 한라봉의 속껍질 같은 향기에 더해지는 가벼운 스파이스와 은근한 이스트 뉘앙스. 입에 넣으면 촘촘하지만 거칠지 않은 버블로 인해 부드럽고 크리미한 질감이 기분 좋은 첫인상을 남긴다. 향기와 질감만으로도 이 맥주를 즐길 가치는 충분하달까. 달콤한 감귤 맛이 주도하는 우아한 미감이 피니시까지 이어지며, 적절한 산미 덕분에 음식과도 잘 어우러진다.
홈메이드 김밥과 함께 마셨는데 역시나 잘 어울렸다.
한 번쯤 페란 아드리아의 손길이 닫은 레스토랑에서 이 맥주를 즐길 기회를 얻을 수 있올까? 하아...
개인 척한 고냥이의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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